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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Sep 02. 2016

희망을 노래하다

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아이슬란드  2


희망의 배 ‘Sun Voyager’



1.


아이슬란드로 오면서 이 나라가 신화의 나라, 정확히 북유럽 신화의 고향이라는 사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그래서인지 아이슬란드에 도착하면서부터 공연히 전설 속 인물들이 나를 반기는 게 아닐까라고 은근히 기대를 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도착 직후부터 비행 일정이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전혀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런 꿈은 나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사실 여행을 하면서 숨겨져 있는 보물을 어렵사리 찾아내 만나는 맛이란 언제나 기대 이상이다. 그런 기대감을 충족시키려면 어쩌면 우연히라도 보물을 찾아내 만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그 도시가 어떤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는지를 찾아내 느껴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레이크야비크에서 그런 희망을 보았다. 한때는 잠시 IMF로 고생도 했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한데 어우러져 전혀 다른 시간을 만들어내는 도시, 레이크야비크는 기분 좋은 도시로 느껴졌다. 오랜 기간 동안 덴마크의 식민지로 있다가 1944년 독립을 했으면서도 전혀 피지배 국가로서의 위축감 같은걸 느낄수 없다. 뿐만 아니라 북유럽 신화의 고향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화처럼 살아가는 그들의 생활이 전혀 낯설지 않고 현실로 재생되어 보이는 것들이 모두 자연스럽기만 하다. 그건 어쩌면 신화의 힘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설명> 레이크야비크 도시 전경



2.


1990년 8월 18일,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크야비크 시는 도시 탄생 2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설치작품 공모전을 주최한다. 죤 군나르(Jon Gunnar)의 작품 ‘Sun Voyager’가 당선작으로 채택되어 작품을 제작, 설치한다. 이 배는 희망의 배, 미래의 배, 그리고 전진의 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 배를 보고 있노라니 문득 북유럽 신화 속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시 당국은 이 작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듯 바이킹 배를 의미하거나 사가(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그 어떤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은 말아달라고 당부를 한다. 단지 이 배는 레이크야비크 시의 상징물 일 뿐이라는 말이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변명까지...


그런데 이 작품의 기획자 죤 군나르는 작품이 완성되기 1년 전인 1989년 허약 체질로 인해 작품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만다. 작품 완성을 보지 못하고 숨진 작가의 죽음이 더해지면서 ‘태양으로 가는 배’, 즉 ‘희망의 배’, ‘자유의 배’라는 이미지가 얹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지만 이 배를 보면서 사가(북유럽 신화)와 분리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아이슬란드가 북유럽 신화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그 희망의 배, 태양을 향해 나가는 배의 이미지가 어쩌면 그리도 북유럽 신화 속 ‘스키드블라드니르’(Skidbladnir)라는 배를 닮았느냐는 말이다.


아마 죤 군나르나 레이크야비크 사람들 자체가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생활하고 있기에 체질적으로 신화의 체취가 몸에 배어 있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사진 설명>  죤 군나르(Jon Gunnar)의 작품 ‘Sun Voyager’



아무튼 레이캬비크 해안가에 있는 배, 죤 군나르의 태양을 향해가는 배는 디자인적으로도 빼어난 특이한 외형을 지녔다. 그렇기에 작가 군나르나 레이크야비크 시 당국이 뭐라고 하더라도 어쩌면 사람들은 이 배를 타고 어느 틈엔가 ‘사가’(북유럽 신화)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듯한 착각에 빠지고 있을지 모른다.


아이슬란드인들에게, 아니 북유럽 사람들 대부분이 그 어떤 내용보다 ‘사가’(Saga)는 그들의 행위 양식의 기준이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신화 속 주인공인양 행위하게 만드는 자극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가가 그들 삶의 중심이자 이데올로기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이방인에게는 단지 낯설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여전히 생활 속에 배어 있는 그들의 신화를 닮은 삶은 어느새 그들의 역사로 자리 잡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이슬란드가 전 세계 행복지수 3위 국가라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처럼 말이다.



3.

 

우리는 언제 제대로 우리의 역사, 아니 우리의 신화를 닮은 삶을 살수 있을까? 과연 어떻게 희망이 현실이 되는 시간을 즐길수 있겠느냔 말이다. 이제는 이런 물음에 우리 모두 답을 할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진 설명> 레이크야비크의 아이콘들

할그림스교회, 교회앞에 동상은 아이슬란드에 처음 발을 디딘 에릭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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