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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Feb 03. 2024

파리는 파리를 꿈꾼다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Fondation Louis Vuitton) 방문기

도시가 살아있다는 것은 

도시가 꿈꾸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주도면밀하게 추진해 나가고 이루어 낸다는 것이다.

파리는 오늘도 파리를 꿈꾼다

파리는 그래서 살아있다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방문기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은 루이뷔통 회장인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의 제안으로 캐나다 출신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했다. 유리잔과 구름을 연상시키는 미술관 건물이 멀리서 보면 마치 한 척의 배가 파도를 헤치며 바다를 항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루이뷔통 재단 홈페이지에서 발췌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건물은 파리 북쪽 불로뉴 숲에 위치한 아클리마티시옹 공원에 자리를 잡고 다양한 영역에 걸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조정 가능한 11개의 스튜디오 공간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술관 건물의 테라스는 건축가 프랑크 게리가 투명한 유리잔 느낌의 건축물을 설치하고 그곳에서 파리의 에펠탑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은 인근에 위치한 아클리마티시옹 공원 숲과 어우러져 새로운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건물이 보여주는 느낌과 풍경은 이제 파리에 또 하나의 명소로 확실히 자리를 잡고 현대 예술 발전을 위한 새로운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건축물의 가치를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는 전문가들이 담당할 몫이다. 그러나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초고층빌딩만이 대단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건축이 얼마나 실험정신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을 보고 건축물의 가치를 논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건축물이 공학적으로 얼마나 실험적인가, 그리고 얼마나 시각적으로 아름다운가 하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물을 공학적으로 설계하고 구조화하면서 한계에 도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일 것이다. 더구나 건축물을 미적 감각을 지닌 것으로 최대한 구현해 내는 일이야말로 모든 건축가들의 이상이자 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에는 적지 않은 멋진 건축물들이 있다. 단순히 오래되어 보존가치가 있는 건물부터 건축공학적으로 특별한 구조의 건축물로 평가되는 건축물까지 그 가치가 인정되는 건축물들이 적지 않게 존재하며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프랑스 파리에는 그런 가치를 지닌 건축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베르사유궁전과 에펠탑, 그리고 루브르궁전과 오르세 미술관과 퐁피두 미술관 등과 같은 눈에 띄는 구조물들이 그것이다.


이들 건축물들이 보여주는 가치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말할 수 있을 테지만 가장 극명하게 느낌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기존의 고정관념을 넘어선 실험적 건축물이라는 점과 그 건축물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이 우리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깨진 포도주잔이라는 비아냥도 받았지만 완공된 후에는 최고의 찬사와 건축 상까지...


그런데 이들 건축물에 더해 새로운 명소로서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건물이 새로운 명소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오래된 도시 파리는 그 이름이 지닌 느낌처럼 신중하게 계획된 도시이기도 하다. 이런 신중함을 거스르지 않고 어울리게 된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의 건축물은 과연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길래 새로운 명소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일까?

               

파리 북쪽에 위치한 불로뉴 숲 1만 1천㎡에 들어선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은 8년간 80억 유로(한화 약 11조 2천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2014년 10월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건물 외관은 12개의 돛을 단 거대한 유리 배 모양으로, 길이가 150m, 높이가 46m에 달한다. 이 건물에는 미술관, 강당, 서점, 식당 등이 갖춰져 있으며, 배 모양 건물 꼭대기 부근에는 3개의 테라스가 설치돼 파리시내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건물의 기본 구조는 사과상자처럼 생긴 크기가 서로 다른 콘크리트 입방체를 비정형 형태로 3~4층으로 쌓아 올리고 그 겉을 빙산처럼 보이도록 감싸고 흰색 타일을 붙였다. 그리고 그 겉을 또다시 타일 형태의 유리조각으로 철근과 금속 구조물 기둥을 사용해 덧붙여 바람에 나부끼는 돛처럼, 때로는 빛을 받아 빛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색을 발하는 창처럼 보이게 하는 느낌을 주도록 했다. 이런 식으로 제작한 돛처럼 생긴 유리타일 장치들 12개를 부착해 멀리서 보면 마치 돛 12개를 단 범선처럼 보이도록 했다.  

   

철근 골조작업과 콘크리트 입방체 제작 작업은 벨기에에서, 둥글게 휜 활모양의 목재는 독일에서, 그리고 유리 타일 등의 세공 작업, 제작 등은 이탈리아에서, 프랑스에서는 정교하게 구조물 설치를 위한 뼈대 구조물 제작과 설치작업을 했다. 이들 구조물들은 여러 나라에서 별도로 각기 제작된 구조물들을 트럭으로 싣고 와 현장에서 짜 맞추는 조립과정을 거쳤다.      


내부 골격이 다 들여다 보이는 구조물인데 지하층에는 전시실 둘레에 물을 채워 호수처럼 만들어 습도조절까지...


이런 과정들은 마치 퍼즐을 짜 맞추는 쉬운 과정처럼 보일 수 있을 테지만 사실은 최악의 조각 퍼즐 프로젝트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었다. 한 곳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별도로 구조물들을 제작해야 했기에 규격화가 쉽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항공업계가 개발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 방식을 통해 기하학적 복잡성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외부골조 365개와 외부의 곡면 타일 19,000개, 그리고 특히 곡선유리판 3,500개를 경사면에 부착하는 작업은 조각퍼즐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건물이 이처럼 여러 나라에서 제작된 구조물들을 짜 맞출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한 규격화를 통해 제작, 조립해 설치하였기에 그야말로 다국적 건축물로서도 그 가치가 빛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여러 나라에서 제작된 각각의 구조물들을 조립하기 위한 구조물의 규격 정밀성을 높이는 일이야말로 가장 힘든 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부분들을 정밀하게 오차 없이 짜 맞춘다는 것은 어쩌면 신의 영역일 것이라고 판단되지만 가능한 최소의 오차를 허용하면서 완벽한 구조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야말로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작업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구조물의 특징 중 하나는 기둥과 골조 등의 외피가 거의 대부분 다 드러나 보인다는 점이다.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옷을 입었음에도 몸통이 다 드러나 보인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파리의 에펠탑이 그동안 파리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상징처럼 보였다면 이제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이 그 차가운 철탑의 단순함에 미적 감각을 더한 구조물로서 파리를 더욱 아름다운 도시 느낌을 돋보이게 하는 건축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루이뷔통 매장 건물(내부수리중이라서 겉을 철가방처럼 꾸며놓았다.)
현재 4월2일까지 마크 로스코 회고전이 열리는데 미술전시보다 건물 관람이 더 호기심을 유발하는...


루이뷔통 재단은 프랑스는 물론 세계각국의 예술가들에게 현대 예술의 창조와 전파를 지원하고 촉진시키기 위한 열망을 이 미술관을 통해 구현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은 상설 컬렉션과, 임시 전시, 그리고 예술사업 관리에 초점을 맞춘 갤러리 전시 모두를 포괄할 것으로 보인다.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에서는 현재 재단 미술관 소장품과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 회장의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는 컬렉션 상설전과, 1년에 2차례 열리는 기획전, 콘서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전시는 20세기 이후의 현대미술 작품을 주로 전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프랭크 게리(Frank Gehry: 1929년 2월 28일 출생/ 95세))는 스페인 빌바오에 '구겐하임 미술관', 미국 LA에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을 비롯해 체코 프라하에 '춤추는 건물' 등 미국과 세계유명도시 곳곳에 문화 예술 관련 여러 건축물 작품들을 남겼다.


※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건립 과정     

2001년 : 루이뷔통 그룹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방문한 후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를 만나 루이뷔통 기업 재단(LVMH) 프로젝트를 위한 컬래버레이션 아이디어 회의를 시작     

루이뷔통 재단 공식 포스터

2006년 10월 : 프랑스 문화통신부 장관 Renaud Donnedieu de Vabres, 파리 시장 Bertrand Delanoë, 프로젝트 설계자 프랭크 게리(Frank Gehry), LVMH 그룹 회장 겸 CEO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LVMH 그룹 회장 Yves Carcelle이 참석한 가운데 루이비통이 '루이뷔통 재단'의 탄생을 공식 발표     

2006년 12월 : 파리시와 공유 도메인 점유 계약을 체결하고 루이뷔통 재단은 2007년 1월 1일부터 55년 동안 예술과 창작을 위한 건물을 건립할 1헥타르 부지를 확보     

2007년 8월 : 건축 허가를 받고, 4년 공사 후 2011년 재단 미술관 기초구조물과 금속 뼈대 설치 및 구조화 작업 완료     

2012년 : 기초 구조물을 감싼 ‘빙산’의 선체와 유리 지붕 설치를 완료하고, 2013년 12월 18일 드디어 “마지막 돌을 설치”     

2014년 2월 28일 : 건물 완성 기념 리셉션 및 재단 주변 조경작업 실시     

2014년 10월 27일 : 일반에게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공개




※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가는 방법(참고사항)   

20여 명이 탈 수 있는 미니버스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은 재단 운영시간 중 약 20분 간격으로 루이뷔통 미술관과 파리 시내 개선문 옆 Charles de Gaulle Étoile 역 2번 출구(44 avenue de Friedland 75008 Paris)를 오가며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파리 시내에서 루이뷔통 미술관을 갈 때는 샹젤리제 거리 끝인 개선문 옆 정류장에서 타고 셔틀버스 기사에게 직접 승차요금을 지불하면 되고, 미술관에서 시내로 나갈 때는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입장권 구입 후 관람이 끝나면 버스를 타고 사용한 입장권을 보여주면 무료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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