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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Feb 06. 2024

마크 로스코(Mark Rothko) 회고전

마크 로스코(Mark Rothko) 회고전마크 로스코(Mark Rothko) 회고전

마크 로스코 회고전이 현재 프랑스 파리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만나기 쉽지 않은 그의 초기 작품부터 자살 직전까지 그린 작품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왜 마크 로스코에 열광하는지 궁금증을 풀어보도록 하자.



마크 로스코(Mark Rothko) 회고전


1.     

세계 2차 대전으로 인간의 정서가 황폐화된 시기 뉴욕의 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그리는 추상표현주의 그림을 그린다. 인간의 감성을 중시한 로스코는 캔버스를 세워놓고 사다리에 올라가 대형 페인트붓으로 그림을 그린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작품 No. 7 앞에서(1960)

마크 로스코의 그림은 간혹 특별함을 선사하고 있는데, 마크 로스코 전시회에서 눈물을 보이는 관람자들을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로스코는 그들이 자신의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서 관람자 자신을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로스코가 의도하는 대로 색을 통해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관람하는 사람의 교감능력이 상통하고 있기 때문에 로스코의 색을 통해 관람자 자신의 마음을 읽는 환상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로스코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언제나 그림을 그릴 때 그림을 그리는 자신과 관람자와의 교감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릴 때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언제나 모차르트 음악을 틀어놓고 작업을 했다고도 한다. 그가 그리는 것은 결국 어떤 풍경이나 대상이 아닌 로스코가 느끼고 소통하고 있는 인간 내면의 감성과 감정이어야 함을 의미했다.     


여전히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세계의 분위기가 혼돈에 빠져가고 인간 감성의 황폐화가 시대를 뒤집어 놓는 시기에, 더욱이 무지와 억지로 시민정신을 윽박지르는 폭력정치에 휘둘리는 시기에 한줄기 빛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따스한 감성을 전해주는 전시회는 하나의 선물이기도 하다. 그건 어쩌면 환희처럼 진한 감정의 선물임이 분명하다. 어쩌면 로스코의 그림에서 그런 느낌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에 로스코 회고전을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로스코가 그린 유일한 자신의 초상화(1936)

로스코 전시회는 2010년 뉴욕에서 열린 후 회고전의 이름으로 오랜만에 파리에서 그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캔버스에 어떤 형태를, 어떤 색채를 쓰느냐 하는 것은 부차적이고 로스코가 의도하는 바는 언제나 “내 그림은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다”라고 했던 것처럼 내 마음을 그린, 내 가슴속 응어리진 감성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에 자연스레 로스코 회고전으로 향한다.          


2.      

1903년 러시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로스코는 1903년 미국으로 이민을 한다. 포클랜드 오레곤에 정착한 지 얼마 안 되어 아버지는 암으로 사망한다. 아버지 사망 후 1년간 유대교회당에서 애도한 후 자신의 종교인 유대교와 결별한다. 로스코는 생계를 위해 창고에서 일하며 신문팔이 등 온갖 잡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로스코는 1921년 예일대학교에 입학해 법학을 전공하려 한다. 그러나 장학금도 못 받고 대학의 인종차별 분위기에 환멸을 느끼고 학교를 중퇴한다. 그런데 예일대 중퇴한 지 20여 년 후 1946년 로스코는 예일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학위를 받는다.     


무제(1938) 개인소장/ 무제(1937) 워싱턴 미술관 소장
가족(1936) 워싱턴 미술관 소장/ 거리풍경(1937) 워싱턴 미술관 소장/ 명상(1938) 워싱턴 미술관 소장
무제(1939) 개인소장/ 거리풍경(1937) 워싱턴 미술관 소장


지하철(1938) 워싱턴 미술관 소장/ 무제(1939) 로스코 딸 소장/ 지하세계환상(1940) 워싱턴 미술관 소장
무제(1935) 로스코 아들 소장/ 누드(1939) 개인소장/ 초상(1939) 로스코 딸 소장


1923년 대학을 중퇴한 후 로스코는 맨해튼으로 가 일자리를 구한다. 이곳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모델 스케치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화가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이때부터 여러 화가들로부터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를 하게 된다. 야수파, 입체파, 초현실주의 등 유럽모더니즘을 배우면서 점차 추상표현주의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던 중 1930년대에는 뉴욕의 모더니스트 화가들 모임인 ‘TEN(10)'에 참가한다. 그리고 1932년 레이크 조지에서 보석디자이너 에디스 사치를 만나 결혼을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못했는데 1943년 결혼 10여 년 만에 결국 결별을 선언한다. 에디스와 이혼한 이듬해 로스코는 1944년 삽화가인 메리 엘리스 비이슬(Mary Alice Beistle)을 만나 또다시 결혼을 한다.      


로스코의 삶은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었는데 1930년대 초기 작품들은 그의 일상생활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러 작품들을 그린다. 이 당시 그림들은 지하철에 관한 것들이 많다. 그 후 그의 리얼리즘이 바탕이던 화풍은 초현실주의 작품들로 변모한다. 그 후 말년에는 지금의 그를 대표하는 추상표현주의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기 드디어 그가 중퇴한 예일대학이 그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주고 세상은 그에게 추상표현주의의 대가라는 이름을 선사한다.     


무제(1942) 워싱턴 미술관 소장/ 무제(1942) 워싱턴 미술관 소장/ 안티고네(1941) 무제(1942) 워싱턴 미술관 소장
새(1944) 무제(1942) 워싱턴 미술관 소장/ 에일리언 하프_No. 7(1946) 무제(1942) 로스코 딸 소장
독수리의 조짐(1942) 워싱턴 미술관 소장/ 무제(1941) 워싱턴 미술관 소장/ 바다 환상(1946) 워싱턴 미술관 소장


1949년 로스코는 뉴욕 파슨스 갤러리에서 추상으로 가는 여러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때부터 로스코는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한 선입관을 배제하기 위해 작품에 특별한 제목을 달지 않고 작품번호와 무제라는 제목만을 사용한다.           


바닷가 소용돌이(1944) 뉴욕미술관/ 무제(1948) 개인소장/ 무제(1946) 로스코 아들 소장
무제(1946) 개인소장 / 꼰대의 선동(1944) 뉴욕휘트니박물관 소장
게세마네(1944) 로스코 아들 소장/ 무제(1948) 로스코 아들 소장/ 릴리스의 의식(1945) 개인소장
이피게니아의 희생(1942) 개인소장/ Tiresias(1944) 로스코 딸 소장



3.     

이번 파리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에서 열리는 로스코 회고전은 예전 전성기의 로스코를 다시 한번 기억해 내는 행사처럼 보인다. 전시회 구성도 그의 대표적 작품들을 중심으로 1930년대와 40년대, 그리고 50년대의 작품들을 시기별로 어떻게 진화해 가는지를 보여준다.      


무제(1948) 로스코 아들 소장/ No.11(1949) 로스코 딸 소장/ 개인소장/ No.21(1949) 개인소장
No.5(1950) 뉴욕미술관 소장/  No.20(1949) 로스코 딸 소장
No.7(1951) 타이페이 YAGEO 재단 소장/ 무제(1954) 뉴욕 휘트니박물관 소장/ No.5(1950) 뉴욕 현대예술박물관 소장
No.7(1951) 타이페이 YAGEO 재단 소장/ No.19(1049) 시카고예술재단 소장
No.18(1951) Utica Munson 박물관 소장/ No.20(1949) 로스코 딸 소장/ No.8(1949) 워싱턴 미술관 소장


더구나 이 로스코 회고전은 지난해 말 노르웨이 오슬로 뭉크 박물관에서 개최된 추상표현주의 특별전에서 선보인 로스코와 P. 잭슨 폴록의 작품 등과 비교해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하겠다. 로스코의 말대로 “로스코가 그린 그림들은 단순히 추상적인 그림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감정을 그린 것”이라는 점을 두 전시회 모두를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어 반가운 마음이 크다.  

   

No.9(1958) Potomac 글렌스톤박물관 소장/ 흑과 백(1956) Cambridge 하바드예술박물관 소장/ No.7(1954) 개인소장
무제(1955) 타이페이 YAGEO 재단 소장/ No.9(1954) 로스엔젤리스 현대예술박물관 소장
No.15(1958) 개인소장/ 무제(1955) 워싱턴 미술관 소장/ Light Cloud, Dark Cloud(1957) Fort Worth 현대예술박물관 소장
무제(1955) 타이페이 YAGEO 재단 소장/ No.15(1957) 개인소장/ No.13(1958) 뉴욕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
Pink and White over Red(1957) 스탠포드대학교 소장/ No.10(1957) 개인소장/ Green on Blue(1956) Tucson 아리조나 예술박물관 소장

 

시기별로 로스코의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문득 밝은 색에서 점차 짙은 색으로, 그리고 짙은 색은 어느새 무채색의 어두운 색채로 바뀌고 검은색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들어서게 된다. 이곳에서 1970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로스코의 죽기 직전 분위기와 감정을 느끼고 애도할 수 있도록 배려한 듯한(?)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흑과 백(1956) Cambridge 예술박물관 소장/ No.7(1954) 개인소장/ Black on Maroon(1959) 미국예술재단이 선물
Brown and Black in Reds(1957) 개인소장/ No.9(1954) LA 현대예술박물관/ Orange and Red on Red(1957) 개인소장
무제(1955) 타이페이 YAGEO재단 소장/ 무제(1955) 워싱턴 미술관 소장
No.14( 샌프란시스콘 현대예술박물관 소장/ Red on Marmoon(1959) 미국예술재단 기증/ 무제(1960) Toledo 박물관 소장
No.5(1949) 개인소장/ No.207(1961) 캘리포니아 박물관 소장/ No.3(1967) 예일 대학교 예술갤러리 소장
무제(1959) 개인소장/ 무제(1955) 개인소장/ No.3(1957) 개인소장
No.1(1962) 토론토 온터리오 예술갤러리 소장/ No.13(1958)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
Ochre, Red on Red(1954) 개인소장/ 무제(1960) Toledo 박물관 소장/ No.3(1967) 개인소장
밝은 구름, 어두운 구름(1957) Fort Worth 박물관 소장/ Green on Blue(1956) Tucson 애리조나대학교 소장/ 무제(1949) 뉴욕 미술관 소장
무제(1964) 미국예술재단 기증/ No.3(1967) 개인소장/  Black on Maroon(1958) 미국예술재단 기증
No.14/No.10(1953) LA Weisman 재단 소장/ No.15(1957) 개인소장/ Black on Maroon(1958) 미국예술재단 기증
무제(1967) Albany 록펠러재단 소장/ Red on Maroon(1959) 미국예술재단 기증


다름 아닌 루이뷔통 회장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로스코의 무채색 추상화 여러 점과  알베르토 쟈코메티(Alberto Giacometti)의 조각작품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마치 로스코의 죽음을 암시하고 추모하는 듯한 그림처럼 마음을 울리는 감정이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로스코 전시회의 여운을 가시지 않게 해 준다.   

  




※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로스코 작품 전시는 시대별로 구성해 보여주는데 1930년대와 40년대, 그리고 50년대 작품들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도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에 전시된 순서대로 작품들을 시대별로 나누어 소개한다. 단 지면 관계상 전시회에 소개된 50년대 작품들 중 절반 정도만 소개하도록 한다.     


※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에 전시된 로스코 작품들은 개인 소장품을 비롯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여러 나라 미술관이 보유한 작품들과 루이뷔통 재단 회장 개인 소장품들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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