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을 오르는 이들은 아름답다

장수대에서 남교리로

by 박종수


이 글은 장수대를 출발해 남교리까지 산행기입니다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제발 흰 눈이 폭포처럼 쏟아지기를 빌었건만 오지를 않으니...

조만간 봄이 되면 또다시 산불예방이랍시고 입산금지가 5월까지 계속될 터이니...

그동안 산은 숨이 꽉 막혀 어찌 지낼는지

안쓰런 마음에 겨울산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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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대 초소를 지나 산을 오릅니다

맞은편에 산봉우리들이 반가운 인사를 합니다.

길게 늘어진 계단을 따라 오르면 멀리 점봉산까지 전망이 참 좋아요



“잠시 잊은 것이라 했지요”

우리가 바라는 희망을

그래서 가는 겨울을 보내기 위해 겨울산을 찾았습니다

어쩌면 흰 눈이 쌓여 있기를 고대하면서

하지만 그리 많은 눈은 아니었지만

뽀드득 소리를 낼만큼 산길에는 눈이 덮여 있었고

그 길 따라 봄이 오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또다시 아름다운 겨울을 만나기 위해

얼마큼의 세월을 기다려야만 합니다.

그러다 보면 분명 아름다운 겨울산을 다시 만나게 되겠지요

그러기를 바라면서

아름다운 겨울산을 찾는 이들을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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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숨을 헐떡이면서 오르면 대승폭포가 웅장한 ㅈ자태를 드러냅니다

하지만 얼어붙은 폭포는 굉음을 내며 흐르던 모습은 간데없고 볼쌍사나운 모습으로 반깁니다

얼었던 폭포가 이제는 거의 다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가리봉

이 겨울을 견디고 버티고 있는 웅장한 자태가 보기 좋습니다

차라리 청명한 하늘을 원망해야 하는 건지도...



겨울산에 가면/ 나희덕


겨울 산에 가면 밑동만 남은 채 눈을 맞는 나무들이 있다.

쌓인 눈을 손으로 헤쳐내면

드러난 나이테가 나를 보고 있다.

들여다볼수록

비범하게 생긴 넓은 이마와

도타운 귀, 그 위로 오르는 외길이 보인다.

그새 쌓인 눈을 다시 쓸어내리면

거무스레 습기에 지친 손등이 있고 신열에 들뜬 입술 위로

물처럼 맑아진 눈물이 흐른다.

절릴 때 쏟은 톱밥 가루는 지금도

마른 껍질 속에 흩어져

해산한 여인의 땀으로 맺혀 빚나고

그 옆으로는 아직 나이테도 생기지 않은

꺾으면 문드러질 만큼 어린것들이

뿌리 박힌 곳에서 자라고 있다.

도끼로 찍히고 베이고 눈 속에 묻히더라도

고요히 남아서 기다리고 계신 어머니

눈을 맞으며 산에 들면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바라보는

나이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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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등성이 오르니 반갑다는 인사를 하러 바람과 구름이 몰려듭니다

그리 오랜만도 아닌데 오늘따라 유별나게 심한 반가움을 표합니다

모자까지 날아가 버립니다

문득 발아래 깊은 수렁처럼 쌓인 눈이 발걸음을 붙들고 놓지를 않습니다

정강이까지 빠져버린 거지요

산아래는 깊이 쌓인 낙엽만 굴러다니지만 산등성이에는 짐승들 발자국과 희눈이 여전히 겨울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겨울산/ 안수환


겨울산은 비우는 곳입니다

비워서 바람을 재우고

다시 굳은 몸을 풀어 춤추고

메마른 떡갈나무 잎이 춤추는 곳입니다

숨은 새도 다 날아간 산에

햇빛은 거기 와서 별 볼일이 없습니다

벌레들은 죽고 절벽은 더욱 무너져

혹은 생명과 부활과 믿음까지 꺼져

구름은 거기 와서 별 볼일이 없습니다

그렇게 참으로 쓸쓸한 겨울산은

우리들의 한계가 아닙니다

비로소 완전한 우리들의 현실입니다

끊임없이 감추고 감추던 물소리가

다만 골짜기에 박힌 돌이 되거나

탐내고 탐내던 집중이

북망산에 드러누운 봉분이 된 연후에

그제야 온몸을 비우는 겨울산입니다

이렇게 한 가지로 흘러 다니는 바람에게

골격을 보이는 겨울산은 이승으로

무르녹아 여기도 있고 거기도 있습니다

이 겨울산에 깊이 들어온 후

우리는 비로소 남은 힘이 있습니다

찬찬히 겨울산을 밟고 내려서는

남은 힘이 있습니다

그것으로 조금 있다가

새도 부르고 벌레도 부르고

가만가만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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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으로 가는 길목에는 여전히 바람과 구름이 춤추며 노래를 부릅니다

겨울산 찬가를...

이제 또다시 산아래로 내려가야지요

대승령을 넘어 안산을 거쳐 복숭아탕으로 갑니다

길은 계속 눈과 바람으로 가득합니다

뽀드득 소리를 내며 노래도 부르고...



겨울 산/ 김근이


길게 누운 겨울산

그 허리춤으로

흘러내리는 골짜기들이

어우러지면서

산봉우리들이

하늘 높이 밀어 올린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오른 산들이

구름에 실려 날아간다

까치 까마귀 새들이

울부짖으며

매달리는 아우성에

산은 서서히

바닷속으로

가라앉으며

산을 따라 흘러내리는

메아리들이

파도 소리와 어우러져

겨울 바다를 찬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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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느낄수록 참 아름답다는 생각만 듭니다

그 겨울에도 이 겨울에도

겨울산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겨울산을 오르는 이들은 아름답다/ 박종수


어떤 슬픔과 상처가 있더라도

겨울산을 오르는 이들은 아름답다

능선을 가로질러 달리는 산짐승처럼

깊이 잠든 겨울산을 깨우는

겨울산을 오르는 이들은 아름답다

동안거에 잠든 겨울산

깊은 호흡으로 생명을 주고

깊은 계곡사이로 흐르는 생명과 희망

겨울산은

그 바람 따라 서서히 깨어나고

개울이 되고 폭포가 되고 강물이 되어 바다로 가지

희망과 풍요의 바다에

잠들 수 있음에

겨울산을 오르는 이들은 언제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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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틈에 두문폭포와 복숭아탕까지 내려왔습니다. 문득 반달이 폭포 위에서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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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음을 내며 12선녀가 춤추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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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폭포가 제일 먼저 녹기 시작했습니다.

그리도 불어대던 바람과 구름은 다 어디로 갔는지 산아래 마을은 평온합니다.

겨울산을 지나 이제는 봄산행을 준비해야 할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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