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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Aug 10. 2016

머피의 법칙

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그린란드  1


머피의 법칙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어린 소녀 머피는 아빠에게 왜 자신의 이름을 ‘머피’라고 지었느냐고 따지듯 묻는다. 아빠는,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거라는 뜻에서 머피라고 했다”라고 말한다. “결코 나쁜 뜻에서 그리 지은 게 아니다”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을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머피의 법칙이란 말이 자꾸만 떠오르는 건 왜 일까?


인천공항을 출발하면서부터 시작된 ‘머피의 법칙’이란 말은 자기 암시처럼 여행 내내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인지 출발한 후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중간 기착지에서 뜻하지 않은 일들이 자꾸만 복병처럼 나를 괴롭힌다. 그런데 과연 머피의 법칙은 불행인가? 아님 인터스텔라 주인공 쿠퍼의 말처럼 우리가 어차피 격어야 할 일들이니 담담히 받아들여야 하는가?


인천공항을 출발해 암스테르담과 오슬로를 거쳐 하루 반이나 걸려 드디어 그린란드로 향하는 최종 관문 아이슬란드의 레이크야비크까지 왔다. 그린란드로 가는 항공편은 오후 4시 55분, 출발하려면 아직 6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잘하면 미리 짐을 부치고 레이크야비크 시내로 들어가 잠시나마 구경을 할수도 있을 듯싶다. 그래서 체크인 카운터로 가서 오늘 오후 그린란드로 가는 비행기 편으로 출발 예정이니 짐을 부치자 했다. 그런데 설마 했던 일이 벌어지고 만다.


짐을 부치기 위해 담당 데스크로 갔더니 창구직원은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잠시 후 그녀는 내게 “오늘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라고 한다. 순간 하늘이 노래지면서 어찌해야 할지 머릿속은 수만 갈래 실타래가 풀어진 느낌이다. 어떤 줄을 잡고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하는 거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지만 답이 없다. 


화산재로 뒤덮인 아이슬란드 해안가


문득 몇 달 전 노르웨이에서 똑같은 일을 당한 적이 있어 일단 숙박문제를 해결할수 있을까 담당 직원에게 문의를 해보지만 담당 직원은 그린란드 항공사와 계약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아이슬란드 항공사 직원이다 보니 그린란드 항공업무와 관련해 내게 아무런 책임 있는 답을 줄수 있는 입장이 못된단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린란드행 비행기가 취소가 되면 다음번 그린란드에서 다음 목적지로 가는 그린란드 국내선 비행기까지 일정이 안 맞아 자동으로 취소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린란드행 비행기는 일주일에 두 번밖에 운항을 안 하기 때문에 비행 일정을 맞추어 그린란드 국내에서 움직이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일정이 한번 취소가 되면 이와 함께 미리 예약한 호텔들 역시 일주일치가 줄줄이 자동으로 취소가 되기 때문에 이건 뭐 그야말로 대략 난감이다.


난감해하고 있는 그때 비행기표를 판매한 항공사 직원이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온다. 일기불순으로 그린란드에서 비행기가 뜨지를 않아 아이슬란드로 오는 비행기가 취소되었단다. 그런데 그 취소된 바행기를 타고 그린란드로 가야 하기 때문에 그린란드로 가는 일정이 자동으로 취소가 된다는 상황설명과 함께 내게 선택을 강요한다. 삼 일 후 출발 예정인 그린란드행 비행기를 탈것인지, 아님 그냥 그린란드행 비행을 취소할 것이지를 알려달란다. 내일 아침까지 알려주지 않으면 취소를 하는 것으로 알겠단다. 자기는 숙박문제나 기타 문제에 답할 자격이나 권한이 없고 단지 다음번 비행 일정에 대한 것만 도와줄수 있을 뿐이라며 결정이 되면 전화로 알려달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다. 수신 전화 목록을 보니 +1이라고 찍혔다. 미국까지 가서 싸울수도 없고 여전히 대략 난감이다.


아이슬란드 빙하지대와 활화산


일단은 마눌님께 보고를 하고 어찌해야 할지를 논의하기로 한다. 마눌님은 그냥 돌아와 버리라는 암시가 아니겠느냐고 한다. 그러다 마눌님이 “거기까지 갔는데 그냥 돌아오면 너무 억울하잖아요.”라고 사인을 보낸다. 일단 가는 쪽으로 생각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마눌님은 이번 비행기 취소로 다음번 그린란드 국내선 항공편까지 부득이 취소되니 최소한 다음번 그린란드 국내선만은 보상해 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내용의 메일을 여러 자료들을 첨부해 그린란드 에어 본사에 보내 협조를 구하기로 하고 답을 기다리자고 한다. 


몇 시간 후 그린란드 에어 본사에서 답변 메일이 왔다. 사정은 딱하지만 자기네로서는 비행기표를 저가항공사를 통해 구입할 경우 어떤 환불이나 보상을 해줄수 없다는 것과, 본사에서 직접 연속적인 비행 일정의 표, 예를 들면 왕복표 등을 구입하는 게 최악의 경우 보상 가능성이 그나마 있는데 내 바행기표는 저가항공사에서 구입을 했을 뿐만 아니라 구간별로 편도 비행기표를 구입했기에 아무런 도움도 줄수가 없단다. 


하늘에서 바라본 레이크야비크 공항 인근 호수


비용절감을 위해 대부분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게 다반사인데 이런 일이 발생할 때 저가항공사가 책임회피를 하게 되니 이렇게 난감할 수가 없다. 저가항공 사아트에서 왕복 비행기표보다 편도로 구입을 할 경우 거의 1/4에 해당하는 요금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그러니 당연 저가항공 구간별 편도로 바행기표를 구입했는데 결국 그게 화근이 되고 말았다. 어쩌면 이럴 경우를 대비한 저가항공사의 교묘한 낚시질에 걸려들었다고 밖에 달리 설명할 수가 없지 않은가. 이건 마눌님도 표를 구입할 때 곁에서 같이 확인 했던 사실이니 뭐라 하지도 못한다. 누가 이렇게 그린란드에 눈이 많이와 비행기가 못 뜰 줄 알았느냔 말이다. 나중에 인터넷을 뒤져서 알게 된 사실인데, 그린란드 에어는 가야 가는가 보다는 식으로 취소가 다반사로 발생하는 항공사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린란드 에어 답변 메일을 끝으로 더 이상 저가항공사와 다툴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하는수 없이 뉴욕에 있는 항공사직원에게 한국말로 최고의 육두문자를 날리고 다음번 비행 편으로 그린란드로 가기로 결정을 했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린란드 수도 Nuuk행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는 전광판


비행 일정이 취소가 되니 저가항공사를 통해 표를 구입한 사람은 졸지에 엄청난 비용을 아무 소리 못하고 날려야 하다니! 어디에 대고 하소연도 못하고 속을 끓일 수밖에, 아무튼 모든 스케줄은 그때그때 상황을 보고 진행을 하는 게 나은 건지 이럴 때는 정말 난감하기 짝이 없다. 언제나 전체 일정을 빈틈없이 미리 결정을 해놓으니 이럴 때 도미노처럼 주르륵 나머지 일정까지 다 무너지고 만다. 과연 머피의 법칙이 맞은 건지 아님 그냥 우연히 발생한 상황인데 너무 호들갑을 떤 건지 모르겠다.


급작스런 상황을 수습하고 어쨌든 오늘 밤 묵을 숙소부터 정해야 한다. 그린란드 입도세를 엄청 비싸게 치르는 걸로 생각하고 더 이상 머피의 법칙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단히 스스로에게 다짐을 한다. 문득 인터스텔라에서 쿠퍼 일행이 낯선 행성에 불시착했을 때 기분이 어쩌면 이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나는 그제사 낯선 행성에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공항을 나서 레이크야비크 시내로 가는 버스에 올라 시내에 있는 호텔을 찾기 시작했다.


레이크야비크 시내로 들어와 숙소에 짐을 풀고 시내 산책 중에 만난 트롤(거인) 조각상
쇼윈도에 전시해 놓은 트롤 부부 조각상
레이크야비크 야경
 레이크야비크 예술의 전당
레이크야비크 시내 중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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