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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Aug 10. 2016

그린란드로 가는 길

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그린란드 2


그린란드로 가다


‘머피의 법칙’으로 혼란스럽던 그린란드행 스케줄이 취소가 되면서 엉뚱하게 예정에 없던 아이슬란드 휴식을 만끽하고 다시 그린란드로 떠난다. 날씨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쾌청하기만 하다. 레이크야비크를 출발한 비행기는 이내 구름 위로 치솟아 올라 그린란드로 향한다. 오늘은 일단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Nuuk)까지 간다.


호주보다 약간 작은 정도의 섬, 그린란드는 3/4 이상이 일 년 내내 얼음으로 덮여 있다. 이 얼음의 무게만으로도 그린란드 중간 부분이 푹 꺼져 해수면보다 360m나 낮은 오목한 분지를 이루고 있다. 그린란드는 빙하와 만년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그린란드에 사는 사람들은 해안가를 따라 부락을 이루고 있는 주거형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해안가 지역도 여름 두 달(6, 7월)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눈으로 덮여있다.



그래서 그린란드 사람들은 여름과 겨울 두시기로 구분을 해 생활을 한다. 여름 시기는 4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를 말하는데 이 시기는 해가 거의 지지 않고 밤에도 환하게 밝은 상태가 지속된다. 그린란드에서 우리나라처럼 뚜렷한 계절을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름과 겨울 시기란 편의상 분류라고 보면 된다. 


기온은 여름 시기라도 5월 하순까지는 거의 영하의 날씨가 지속되기 때문에 추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진짜 여름은 상대적인 말이지만, 기본적으로는 6월과 7월 수은주가 20 °C 이상 올라가는 시기를 말한다. 이 때는 한밤중에도 완전히 지지 않은 해를 볼수 있어 하루 종일 해가 떠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름에는 잠시나마 남부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푸르른 초록의 풀과 꽃도 볼수 있다. 



10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겨울 시기가 오면 점차 해가 보이지 않게 되면서 거의 어두운 시기를 보내야 한다. 그래서 태양은 신화 속 존재처럼 진귀한 존재가 된다. 더욱이 진짜 겨울인 1, 2월이 되면 해를 전혀 볼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온이 급강하하여 엄청난 추위를 감내해야 한다. 


그린란드 최북단에는 보통 영하 40 °C 까지, 남부에서는 –20 °C 정도까지 내려가지만 체감온도는 이보다 훨씬 더 내려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겨울 동안에 남부에서는 약간의 햇빛을 하루에 몇 시간은 보게 되지만, 북부에서는 몇 주 동안 해를 전혀 볼수 없는 진짜 북극야(夜)가 계속된다. 


만일 그린란드 여행을 한다면 여름철에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그린란드를 도전하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면 한 겨울에 가도 좋을 것이다. 그때는 이 지상에서 경험할수 있는 최고의 체험을 할수 있을 것이다. 그린란드에서는 여름을 제외한 시기에 방문한다면 미리 기온과 지형에 대한 대비를 잘 해야 살아 돌아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드디어 그리던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저녁 7시 30분. 그런데 숙소는 굳게 문이 잠겨 있다. 열쇠를 찾을 길이 막막하다. 호텔 사무실에 전화를 해보지만 연결이 안 된다. 한참을 서성이다 근처에서 만난 젊은 친구에게 부탁해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에서 이 못된 사람들이 호텔 예약을 하고 왔는데 보이지도 않으니 어찌해야 하느냐고 사정을 말하니 이리저리 연락을 한다. 숙소로 돌아가 기다리면 연락이 올 거라고 한다. 숙소로 돌아가 입구에서 추위에 떨며 기다리는데 밤 10시 30분이 넘어서야 드디어 호텔 직원인듯한 사내가 나타난다. 


숙소가 일반호텔이 아닌 아파트형태라 열쇠는 아파트를 관리하는 사무실에 가야 얻을수 있기 때문에 직접 그리로 내가 갔어야 했단다. 그런 사정을 알리 없고, 알려주지도 않았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여전히 괴씸하긴 마찬가지다. 한밤의 해프닝이라기에는 낯선 그린란드 땅에까지 와서 너무 어이없는 일처럼 보였다. 아무튼 잠시 긴장을 해야 했던 나는 쉽게 흥분이 가라앉지를 않는다. 


그런데 시계를 보니 어느새 11시가 아닌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런, 아이슬란드와 시차가 2시간이니 시차를 감안하면 현지시각으로 9시였던 게다. 자정이 다되어 가는 줄 알고 속으로 호들갑을 떨면서 내심 왜 이리 밤이 환한 거냐고 했으니, 아무튼 그린란드 경찰서에서의 첫날밤 해프닝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이것도 과연 머피의 법칙일까? 4월 중순인데도 밤은 여전히 훤하다. 


숙소에 걸린 그림들, 


그런데 그림 속 푸르른 초록 풍경은 그린란드에서 전혀 볼수 없다는 게 함정. 그린란드에는 나무 한그루 자라지 않아 초록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린란드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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