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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Oct 12. 2016

꽃마름의 나라 베네룩스

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베네룩스(Benelux)


1.



베네룩스(Benelux)는 북부 유럽의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세 나라를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이들 세 나라 정부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독일군을 피해 런던으로 망명한다. 이때 세 나라가 망명 중인 1944년 9월 관세철폐와 공통 관세 내용을 담은 ‘관세동맹 조약’을 체결한다. 이것을 베네룩스 관세동맹이라고 부르는데, 이때 ‘베네룩스’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다.


각기 다른 나라임에도 얼핏 한 나라 같은 기분이 드는 베네룩스 3국. 작지만 큰 나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나라, 베네룩스. 서로 국경을 맞대고 인접해 있기 때문에 베네룩스 3국은 그야말로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3 나라는 경제적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마치 한 나라의 경제체제를 개편하듯이 관세동맹을 맺어 서로 간에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 그래서 이루어진 것이 바로 세 나라가 맺은 관세동맹이었던 것이다.


세 나라의 경제협력은 1960년대에 이르게 되면 전면 경제협력체제로 전환한다. 이를 바탕으로 베네룩스 지역 내에서 노동, 자본, 서비스, 상품 등의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하는 ‘베네룩스 경제연합’으로까지 발전한다. 한편, 베네룩스의 경제협력체제는 1951년 유럽 석탄 철강 공동체와 1957년 유럽 경제공동체를 거쳐 유럽 연합을 만드는 시발점이 된다.


주변국들과 경제적 협력은 물론 정치적 협력체제로 발전해 가는 세 나라의 공동운명체로서의 국가 운영은 유럽이 하나의 공동체로 발전해 나가는 방향과 유형까지 제시하게 되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온다. 이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체제를 지향하는 기본자세와 노력하는 모습 등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하나의 시금석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2.


베네룩스, 즉 벨기에와 네덜란드, 그리고 룩셈부르크는 사실상 예전에는 한 나라로 존재했다. 더구나 세나라 모두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그들 왕조의 시조가 모두 한 가문 출신이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아무튼 이들 세 나라가 모두 신성로마제국 휘하에서 스페인과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으면서 점차 독립의 의지를 불태우게 되고, 결국 네덜란드가 스페인과 대립하면서 먼저 독립을 이룬다. 그 후 네덜란드는 벨기에와 재통합을 하면서 하나의 나라로 독립을 하지만 결국 벨기에가 네덜란드 휘하에서 벗어나 독립을 하게 되면서 세 나라의 분리가 확정된다.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분리 독립의 결정적 이유는 프랑스와 스페인 지배를 받던 벨기에가 네덜란드와의 종교 갈등으로, 즉 가톨릭이 지배하던 벨기에가 칼뱅파의 개신교도가 주축을 이룬 네덜란드와의 종교 갈등으로 분리 독립을 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서로 다른 국가이지만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개신교가 전 유럽을 휩쓸던 16세기, 플랑드르 지역 국가들(오늘날 베네룩스 3국으로 알려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은 그들의 통치자이며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신교를 받아들인다.


이러한 상황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스페인의 펠리페 2세는 네덜란드가 더 이상 개신교 국가로 전환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기에 전쟁을 일으켜 네덜란드를 침공한다. 1568년, 전쟁 발발 직전 스페인의 펠리페 2세는 지금의 벨기에 지역으로 1만 명의 군대를 보내 진압하고 수천 명을 투옥시키거나 처형한다.


그 후 80년 동안 스페인과 전쟁을 치르는 동안 사실상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오늘날과 같은 경계선을 만들게 되고, 결국 네덜란드와 연합한 지역들이 승리함으로써 스페인 통치를 벗어나 개신교 국가로 독립한다. 그러나 벨기에와 룩셈부르크는 스페인 통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가톨릭 국가로 남는다.


펠리페 2세가 가톨릭을 고수하기 위해 잔혹한 탄압을 자행했지만 네덜란드의 빌렘 오라네(오렌지) 공은 스페인군과 맞짱을 뜨고 승리한 것이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1648년 펠리페 2세의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되고 제일 먼저 독립을 한다.


그 후 벨기에에서 스페인이 물러나자 이번에는 오스트리아와 프랑스가 스페인을 대신해 차례로 침입한다. 그러나  1815년 나폴레옹이 브뤼셀 근처에 있는 워털루 전쟁에서 패하자 네덜란드는 프랑스를 대신해 연방을 결성하고 벨기에와 룩셈부르크를 통합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벨기에 지역의 가톨릭교도들이 반란을 일으켜 1839년 벨기에도 독립을 쟁취하게 된다.


벨기에의 대표적 캐릭터들인 오줌씨개 소년과 만화주인공 '틴틴'



결국 공동의 역사가 종교로 인해 각기 다른 국가로 분리 독립을 하고 만 것이다. 베네룩스에서 북유럽에서 보았던 신화를 찾을 수는 없지만 이제 그들의 역사가 점차 발전하면서 신화처럼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가톨릭(벨기에)과 개신교(네덜란드)가 서로의 위세를 발휘하면서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나라, 베네룩스. 이들 국가는 지금 자신들의 행복을 채워가기 위해 자신들의 역사를 가장 신뢰하고 아끼는 모습을 도처에서 보게 된다.


화려하거나 엄청난 문화적 유산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소담스럽고 오래된 전통이 그 자체로 멋진 문화를 이루고 그 문화 덕분에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그런 나라, 바로 베네룩스 3국이다. 이들 나라는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그런 나라이기에 '꽃마름의 나라'라는 말을 사용하려 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종교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심성을 지배하고 근본을 이루고 있음에 틀림없다. 특히 베네룩스 3국을 보면 어떤 민족의 정체성 바탕은 그들이 어떤 종교를 지니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따라서 국가의 정체성과 종교와의 관계는 중요할 수밖에 없고, 어떤 종교를 가지는가에 따라 전쟁과 평화를 누릴 수도 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베네룩스 3국이 지닌 문화 지형도 역시 종교에 따라 그 특징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시리아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유럽 주요국들은 시리아 난민의 문제를 유럽의 정체성 유지인가,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인가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기에 나라마다 시리아 난민의 유입을 찬성하고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아무튼 이제부터 베네룩스 3국의 문화적 동질성과 이질성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연 베네룩스의 문화적 정체성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도록 하자. 베네룩스 3국에서 우리는 쉽게 귀에 익은 사람들, 즉 루벤스, 반 고흐, 몬드리안, 그리고 렘브란트 같은 낯익은 사람들 이름을 만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룩셈부르크에서 인어아가씨(멜루지나)를 만나면서 여러 나라의 인어가 가지는 의미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베네룩스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화적 특징들은 우리에게 재미뿐만 아니라 정보로서의 가치까지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룩세부르크의 물의 요정 '멜루지나'  출처: Wikipedia
룩세부르크의 물의 요정 '멜루지나'  출처: Luxemburger Wort
네덜란드의 또다른 상징 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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