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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Dec 24. 2016

네덜란드의 풍차

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네덜란드  6


1. 킨더다이크(Kinderdijk)의 풍차들


네덜란드는 국토의 25%가 해수면보다 낮다. 현 네덜란드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몇몇 도시는 바다의 해수면보다 3m에서 7m 정도가 낮다. 네덜란드 최고 지점조차도 321m에 지나지 않기에 전체적으로 평탄한 국토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네덜란드(Nederlands)라는 나라 이름 그 자체도 바로 '낮은 땅'이란 뜻이다. 그래서 풍차는 해수면보다 낮은 땅을 살리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17세기경 네덜란드는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드는 간척사업이 한창이었다. 바닷가에 둑을 쌓아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한 다음 풍차를 이용하여 둑 안의 물을 빼내 땅을 만들었다. 풍차는 단순히 바닷물을 퍼 올리는 역할만 한 게 아니라 나무를 자르고 방아를 찧어 가루를 만드는 등 다양한 기능을 했다. 그래서 네덜란드에는 이런저런 일을 하는 풍차들이 많았다. 


풍차는 마을의 소식을 전하는 역할도 했다. 마치 우리네 봉화처럼 말이다. 풍차의 날개를 이용하여 마을의 소식을 알려주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마을에 좋은 일이 있을 때는 풍차 날개를 X자 모양으로 만들었고, 휴식 중일 때는 풍차의 날개를 십자 모양으로 만들어 표시를 하기도 한다. 이런 기능은 지금도 간혹 볼 수 있는데, 특히 지난 2차 대전 중 레지스탕스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방법으로 풍차를 이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풍차는 많은 역할과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산업혁명 당시에는 네덜란드에 1만여 개의 풍차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900여 개의 풍차만 남아있다.(* 참고 List of windmills in South Holland: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windmills_in_South_Holland) 최신식 펌프 기계들이 풍차를 대신한 때문이다. 현재 남아 있는 풍차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450년경에 만들어진 것이고, 가장 큰 것은 높이가 44.8m에 달하기도 한다. 


* 킨더다이크 안내도 왼쪽 아래에 있는 배수펌프장까지 풍차들이 물을 흘려보내면 이 곳에서 오른쪽에 있는 스크류를 돌려 킨더다이크보다 6m가 높은 레크(Lek) 강으로 퍼올려 보낸다. 

레크(Lek)강, 멀리 왼편으로 로테르담이 보인다.



그 가운데 네덜란드 남쪽 로테르담에 인접한 곳에 ‘킨더다이크’라는 풍차마을이 있다. 이곳에는 19개의 풍차가 남아 있는데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바다보다 낮은 땅을 가진 네덜란드 사람들이 자연환경을 극복하며 국토를 유지하려는 노력과 물을 다루는 뛰어난 기술을 엿볼 수 있다는 이유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곳의 풍차들은 1740년경에 19개의 풍차가 만들어진다. 네덜란드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는 풍차들을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이곳의 풍차들은 군락을 이루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네덜란드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풍차마을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킨더다이크 지역은 육지가 해수면보다 무려 6m나 낮은 땅이다. 그렇기에 이 지역은 자주 바닷물에 침수되었다. 이곳 사람들에게 홍수는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재앙이었다. 그래서 주민들에게는 언제나 어떻게 물을 쉽게 빼낼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 


드디어 이들이 땅을 지키기 위해 15세기경에 이르러 물레방아로 물을 퍼 올리는 기계를 고안해 낸다. 하지만 지금의 킨더다이크에 풍찻길이 생긴 것은 17세기 들어서였다. 17세기 초 시몬 스테빈이란 사람이 강가에 여러 개의 풍차를 나란히 세운다. 그 후 수년간에 걸쳐 더 많은 풍차를 세웠고 킨더다이크에 일렬로 서 있는 멋진 풍찻길이 생겨나게 된다. 


튼튼한 풍차의 날개가 거센 바람의 힘을 이용해 날개를 돌리게 되면 그 힘으로 넘쳐나는 바닷물을 퍼 올려 다시 인근에 있는 레크(Lek) 강으로 퍼올려 흘려보낸다. 킨더다이크는 푸르른 들과 강가에 줄지어 서 있는 거대한 풍차들 덕분에 지금도 아름다운 풍차마을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2. 네덜란드의 홍수피해


1421년 11월 19일, 이날은 헝가리의 성녀 엘리자벳의 축일이었다. 겨우 24살에 생을 마감한 성녀 엘리자벳, 그녀는 모든 자선사업기관들의 수호성인이다. 그런데 지난밤부터 내린 폭우가 북해에 인접한 해안가 마을을 모두 물에 잠기게 하고 말았다. 인근에 있던 마을들 역시 모두 물에 잠기고 만여 명의 사상자까지 발생한다.


이 홍수를 이름하여 1421년에 발생한 <성 엘리자베스 홍수>라고 부른다. 이 이름은 원래 헝가리의 성녀 엘리자베스(Saint Elisabeth) 축일에 내린 비이기에 그 이름을 따온 것이다. 이 홍수는 네덜란드 역사상 최악의 홍수 20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1404년 11월 19일에도 똑같이 <성 엘리자베스 축일의 홍수>(St. Elizabeth's Flood)가 발생해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무엇 때문인지 성녀 엘리자베스가 단단히 화가 났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1717년 12월 24일 밤에 <크리스마스 홍수>(Christmas flood : Kerstvloed)라 부르는 대홍수가 발생한다. 이 홍수는 북서풍의 폭풍이 불어닥치면서 발생했는데 또다시 네덜란드의 서쪽 해안가 대부분을 강타하고 독일과 스칸디나비아 연안 일부까지 피해를 입힌다. 그야말로 잔인한 크리스마스 폭풍우였다.


그뿐 아니라 1825년 2월 3일부터 5일 사이에는 네덜란드 북쪽 북해에 인접한 해안도시 그뢰닝겐과 프리스란드, 그리고 오버라이셀 지역의 둑이 무너지고 침수된다. 그 결과 800명 이상의 주민이 사망한다. 그런데 10년 후인 1836년에도 또다시 폭풍우가 몰아쳐 엄청난 피해와 함께 사상자가 발생한다. 그해 11월에는 암스테르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서쪽 해안가 도시 하를렘에 허리케인이 발생해 암스테르담까지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고, 두 번째로 크리스마스에 암스테르담 남쪽 20여 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레이덴에서 똑같은 피해가 발생을 한다.




또다시 1916년 1월 13일과 14일에 쥐드제 인근에 홍수피해가 발생한다. 제방 10여 군데가 무너져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나중에 쥐드제에 피해복구작업을 위한 시설물을 설치하고 홍수피해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1953년 1월 31일 밤 또다시 폭풍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만다.


1953년 1월 31일 밤 엄청난 폭풍이 몰아쳤다. 이 날은 토요일이라 가족들이 함께 저녁 만찬을 즐기고 있었을 텐데, 그때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친 것이다. 네덜란드 뿐 아니라 벨기에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까지 폭풍의 영향권에 놓여 많은 피해를 입었다. 모두 255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그중 네덜란드인이 1836명, 영국인 307명, 벨기에 28명, 스코틀랜드 36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와 함께  7만 2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을 했다. 


이외에도 많은 홍수 피해가 발생을 했지만 다행히 근래에 이르러 별다른 피해가 발생을 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좋은 결실을 맺고 있는 듯하다.


* 1953년도 홍수피해 현장, 킨더다이크 지역이 물에 잠긴 모습

* 물이 빠진 후 현재의 모습들



3. 또 다른 풍차마을 잔세 스칸스(Zaanse Schans)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북쪽 북해 연안에 위치한 잔세 스칸스(Zaanse Schans) 지역도 유명한 풍차마을이다. 이 곳에는 모두 8개의 풍차가 있는데 이 풍차들은 1574년 이후 제작된 것들로 꽤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풍차마을은 1961년부터 1974년 사이에 인근에 있는 잔담 지역(Zaanstreek)의 건물들을 지금의 위치로 재배치해 마을을 조성한다.


잔세 스칸스라는 이름은 인근을 흐르는 잔강(Zaan River)과 오래전 스페인과의 80년간의 독립전쟁에서 네덜란드를 방어하는 보루라는 의미로 스칸스(schans)라는 네덜란드어를 사용해 붙여 만든 지역 이름이다. 

잔세 스칸스에는 잘 생긴 풍차들이 오늘도 열심히 돌고 있고,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 지역의 특징은 풍차와 잘 어울리는 네덜란드 전통가옥들이 풍차와 함께 멋진 경치를 제공하고 있기에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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