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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수 Mar 02. 2017

봄을 부르는 큐켄호프 튤립축제

신화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 네덜란드  18


1. 봄을 부르는 튤립축제


매년 3월이면 세계 최대의 튤립축제가 네덜란드 큐켄호프(Keukenhof)에서 열린다. 이 축제가 시작되면 유럽의 봄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다. 네덜란드의 튤립축제는 유럽에서 제일 먼저 시작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 4월의 중순, 또는 4월 마지막 주에 봄 축제 향연을 벌이는 것과는 달리 쌀쌀한 겨울바람이 채 가시기 전에 네덜란드의 튤립축제가 시작을 한다.


튤립축제는 암스테르담에서 35Km 떨어진 리세(Lisse)라는 도시의 작은 마을 큐켄호프라는 곳에서 열린다. 16세기 큐켄호프는 네덜란드의 백작부인 자코바 반 바이에렌(Jacoba van Beieren)의 소유지로 귀족들의 연회를 위한 야채와 허브를 재배하거나 사냥을 위한 장소로 이용되었다. 이때부터 이곳을 ‘부엌’(Keuken) 식자재를 공급하는 ‘정원’(hof)이라는 뜻으로 ‘큐켄호프’라 이름을 붙였다.


큐켄호프 가는 방법은, 암스테르담에서 튤립축제기간에 왕복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방법과, 암스테르담 역 뒤편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직접 리세행 시외버스를 이용해 가면 된다. 또 다른 방법은 혹시 남쪽 룩셈부르크나 헤이그 쪽에서 출발하는 경우에는 암스테르담 방향으로 가다가 레이덴 역에서 내려 역 앞에서 리세행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튤립축제는 해마다 대개 3월 하순경부터 5월 중순경까지 열리는데 2018년 올해는 '로맨스'를 주제로 3월 22일(목)부터 5월 13일(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약 700만 송이의 꽃들과 800종류의 다양한 튤립, 그리고 아름다운 정원에서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 진행한다.


※ 참고사항:

튤립축제가 3월 하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4월 초순경까지는 꽃이 채 피지 않은 봉우리 상태의 튤립이 많다. 그리고 처음에 심은 꽃들은 일부 시들어가는 것도 있기 때문에 4월 중순경에 대부분 다시 심거나 꽃의 만개가 시작된다. 따라서 최고의 관람 시기는 4월 중순을 전후한 시기이다.


관람시간이 아침 8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기왕이면 일찍 입장해야 사람이 적어 관람하기도 좋을 것이다. 조금만 늦으면 사람에 치여 관람이 짜증이 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관람 시간과 시기 선택을 잘하는 것도 꽃구경 잘하는 방법이다.

(* 큐켄호프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https://keukenhof.nl/en/ )




2. 튤립의 역사와 꽃말


어렸을 적 누구나 들었음직한 튤립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네덜란드에 전해오는 튤립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인데, 어느 마음씨 곱고 착한 아가씨가 세명의 청년에게 구혼을 받는다. 그중 한 사람인 지방 성주의 아들은 아가씨에게 사랑의 징표로 왕관을 바치고, 또 다른 사람인 기사의 아들은 보검을 선물로 바친다. 나머지 한 사람 상인의 아들은 금덩이가 들은 보석상자를 선물한다.


세명의 남자들이 각기 기대 이상의 대단한 선물을 하고 보니 아가씨는 어찌해야 할지 난감해지고 말았다. 아가씨는 세명의 남자를 실망시킬 수가 없어 누구를 신랑으로 골라야 할지 고르지를 못하고 있었다. 어찌할지를 결정하지 못한 아가씨는 그만 꽃의 신에게 부탁해 튤립이 되었다고 한다. 튤립의 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꽃은 왕관 같고 줄기와 잎사귀는 검을 닮았고, 뿌리는 마치 금덩어리를 닮은 듯하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전해온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튤립이라는 말은 원래 머리에 두르는 터반을 뜻하는 터키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아름다운 튤립 꽃은 가만 보면 터번을 닮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튤립은 수천 가지의 변종이 있는데 이들은 단지 몇몇 종을 가지고 연구를 거듭한 결과 수많은 종을 개량해 내었다. 튤립만큼 많은 개량종을 만들어낸 꽃도 드물 것이다. 재배종은 대부분 16세기에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에서 반입된 것인데 소아시아산 튤립을 개량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튤립은 중앙아시아의 텐산 산맥이 고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터키와 튤립과의 인연은 오스만 제국이 이스탄불을 함락시키고 이곳에 터줏대감으로 정착하면서 시작된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져온 튤립은 오스만 제국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고 급기야 튤립은 그 후 터키의 국화로 자리를 잡는다. 처음 이들은 튤립 모종을 심어서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16세기가 되면 옷의 문양이나 그림에 까지 튤립이 자주 등장해 당시 튤립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16세기에 이르게 되면 네덜란드의 황금시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네덜란드의 제국주의가 성숙단계에 이른다. 이 시기에 터키까지 진출한 네덜란드 상인들이 튤립을 들여오면서 네덜란드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누리게 된다. 이들은 당시 네덜란드 황금시기의 주역들이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부를 축적하며 자본주의를 정착시켜 나갈 즈음 터키에서 튤립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튤립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다. 점차 이들은 튤립의 아름다움에 반하게 되고 심지어 튤립의 구근을 고가에 거래하기 시작한다.


공식적으로는 네덜란드 남부의 플랑드르, 지금의 벨기에 지역 출신 식물학자 샤를 드 레클루제(Charles de l’Eciuse)가 레이덴 대학에 소포로 튤립 구근을 보낸 1593년 무렵부터 네덜란드에서 튤립재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네덜란드 정부는 당시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구근식물을 연구하던 레클루제를 레이덴 대학으로 불러들인다. 네덜란드 튤립 연구가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다. 레이덴 대학의 초빙교수로 자리를 옮긴 레클루제는 본격적으로 튤립 구근 연구를 시작한다. 레이덴 대학에서 레쿨루제의 튤립 연구는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이것이 오늘날의 네덜란드 튤립 역사를 세우는 기원이 된다.


레클루제가 발견한 튤립 구근 중에서 ‘브레이크’라고 부르는 돌연변이 종이 하나 있는데, 이 구근은 아름다운 점박이 꽃을 달고 있다. 이것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구근이 모자이크 형태로 발병한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기대하지 않은 변종이 오히려 사람들 관심을 더 많이 끌고 사랑을 더 많이 받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는 게 뜻밖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튤립의 색깔은 크게 네 가지, 즉 빨강, 노랑, 하양, 보라색이 있다. 이 색들은 제각기 저마다 의미하고 있는 꽃말이 다르다. 어떤 꽃말들은 듣기 좋은 꽃말이 있고 어떤 꽃말은 듣기에 조금은 소름 돋는 꽃말을 가진 꽃들도 있다 빨간색 튤립은 흔히 <사랑의 고백>을 나타내는 사랑의 표현을 의미한다. 노랑색 튤립은 <바라볼 수 없는 사랑>, 또는 <헛된 사랑>을 뜻하기도 하고, 흰색 튤립은 <실연>을, 보라색 튤립은 <영원한 사랑>을, 그리고 검은색 튤립은 <당신을 저주합니다>라는 뜻을 의미한다고 한다.


빨강색과 보라색은 아주 로맨틱한 꽃말을 가지고 있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 좋은 꽃 같다. 그리고 노랑색 튤립은 ‘바라볼 수 없는 사랑’을 의미하기에 어찌 보면 부정적인 뜻을 지니고 있어 선물용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실제 서양에서는 노랑색을 안 좋게 인식하는 경우가 많으니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하양색 튤립의 꽃말이  ‘실연’이라고 하지만 흰색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의미가 고귀함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실연이라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고고한 느낌을 주기에 오히려 고귀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튤립을 선물하고 싶다면 빨강색과 보라색 튤립을 선물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아래 사진들은 큐켄호프 주변 농장에서 재배한 튤립들이다. 이 꽃들은 큐켄호프 전시장에 납품하는 꽃들인데 큐켄호프의 꽃들이 2~3주일 정도 지나면 시들기 때문에 교체용으로 재배하는 것이다. 일부는 먼저 전시장에 들어가기도 했고 나머지들은 조만간 전시장 시든 꽃들과 교체하게 된다. 전시장에서 보는 꽃들보다 광활한 외부 밭에서 재배하는 튤립이 더 멋진 느낌이 든다.




3. 튤립은 터키와 네덜란드의 국화


1630년대 네덜란드에서는 수입한 지 얼마 안 된 터키 원산의 튤립이 인기를 끌었는데 어떤 때는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절제와 금욕을 근본으로 하는 칼뱅 신교도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행태였을 뿐 아니라 네덜란드 건국이념에도 배치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튤립 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은 점차 눈총을 받게 되고 급기야는 튤립 거품이 사라지게 되어 튤립 파동은 끝나게 된다.


당시 튤립 거품이 일자 이에 대해 로마 신화 속 꽃의 여신 플로라에 빗대어 “욕심 많은 플로라에게 바치는 바보들”이라고 비판을 하기도 했다. 튤립을 꽃으로만 본 게 아니라 비싼 상품으로 취급함으로써 발생한 웃지 못할 일이었던 것이다. 튤립의 구근은 하나의 구근에서 한송이의 꽃이 피어나는데도 그 가격을 하나의 구근에 대해 매긴 게 아니라 구근 크기에 따라 매겼던 것이다.


구근의 크기에 따라 3000에서 4200 플로린이란 가격을 차등해 매겼는데 당시 능숙한 장인이 한 해 동안 열심히 일하면 300 플로린을 벌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니 당시 튤립 구근은 엄청나게 비싼 상품으로서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으로 거래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비싼 가격으로 가래 되던 튤립 구근이 어느 날 갑자기 시세가 폭락하면서 튤립 파동이 일어난다. 17세기 지나친 과열 투기현상이 사실상 거품현상으로 전락해 버렸는데 1637년 2월에 거품 가격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튤립 구근은 연간 소득의 10배가 넘는 가격으로 거래가 되었는데 드디어 거품이 사라진 것이다. 네덜란드 황금시기의 병페중 하나가 바로 이 튤립 폭등에 관한 것이다.


셈페르 아우구스투스(Semper Augustus: 영원한 황제)


그런데 실제 튤립 중에서도 가장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던 튤립이 있었다. 그 꽃은 다름 아닌 돌연변이를 일으켜 보라색과 흰색 줄무늬를 가진 꽃을 피우는 ‘셈페르 아우구스투스(Semper Augustus: 영원한 황제)라는 이름을 가진 꽃이다. 일반적으로 단색 계통의 튤립은 상대적으로 싼값에 거래가 되지만 셈페르 아우구스투스는 아주 비싼 가격으로, 당시 집 여러 채에 해당하는 가격에 팔렸다고 한다. 믿기 어려울 정도이긴 하지만 실제 그 가격으로 거래가 이루어져 사람들은 미친 가격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한다.


아무튼 초기 튤립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치솟을 정도로 높아만 갔는데 가격도 상대적으로 덩달아 올랐다. 렘브란트의 그림 중 <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라는 그림이 있는데 그림의 주인공 툴프박사의 원래 이름은 클래스 피테르 존이었다고 한다. 튤립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이름을 툴프(Tulp, 네덜란드 말로 튤립을 뜻함)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 시기 식물 애호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튤립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지극했음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아무튼 남의 나라 국가의 상징인 국화까지 자신의 국화처럼 만들어버리는 나라 네덜란드, 이들이 가진 이미지는 적지 않다. 튤립은 물론 나막신과 풍차, 그리고 맛난 치즈와 더치커피까지, 생각할수록 가진 게 많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네덜란드라는 이름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말이다.





세계의 튤립 축제


○ 캐나다 오타와 튤립축제

1940년 6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네덜란드 왕실 가족은 독일군의 침공을 피해 캐나다 오타와로 피신한다. 1945년 전쟁이 끝나자 네덜란드 왕실은 캐나다 정부의 배려에 감사의 선물로 십만 송이의 튤립을 오타와에 보낸다. 그 후 1953년 5월에 오타와 튤립축제가 처음 시작되고 캐나다 오타와는 그 후 매년 5월에 2주 동안 튤립축제를 개최한다. 캐나다 오타와 튤립축제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리도 운하의 공원과 시내 공원 두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 태안 세계 튤립축제

태안꽃축제추진위원회(Tel. 041-675-9200) 주최로 “2018 태안 세계 튤립축제”가  열린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튤립으로 그려낸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방패연을 모티브로 한 바탕에 국보 1호인 남대문을 삽입하고, 이외에 프랑스의 에펠탑과 네덜란드의 풍차, 그리고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선보일 예정이라 한다. 특히 이번 축제는 수선화와 백합까지 대량 식재되어 튤립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며 4월 19일 부터 5월 13일 까지 열릴 예정이다.(* 2018.2.8~2.28 튤립축제 초대권 이벤트가 진행중이다.)

(* 튤립축제 사이트 참조:  http://www.ffestival.co.kr )


# 아래 사진들은 큐켄호프 튤립축제(2016)의 주제(반 고흐)를 표현한 것들이다. 마지막 사진은 관람객이 실제 그림을 그리는 척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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