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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애석하게도 내 눈앞에 큰 돌덩이가 나를 가로막고 서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오르막길에서 내가 서 있는 바닥까지 천천히 굴러왔을 텐데, 멀리 있으니 하나의 점 혹은 잠깐 떠내려 앉은 먼지처럼 생각했다. 바보같이 그것도 모르고 내가 잘 올라가고 있다고 믿었다.
가끔 주는 달콤한 사탕이 어렸을 때 먹었던 그 맛 그대로 느껴졌다. 그때는 그게 내 인생의 전부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세상의 쓴 맛을 가려주는 척하는 어리석은 수단에 불과할 뿐인 그 맛을 순수하게 받아버렸지 뭐야. 그런 줄 알면서도 아주 잠시 마법에 걸린 것처럼 속아버렸다.
돌덩이를 깨부술 힘은 없고, 위에서 밀어내리는 힘을 이길 방법은 더더욱 없으며, 옆으로 피해 갈 수 있는 요령조차 보이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평소처럼 걷고 또 걷는 것, 그렇게 하다 보면 '희미해지겠지'라고 믿는 것뿐이었다. 단단한 돌은 결코 희미해지지 않는 걸 너무나도 잘 알지만, 어떨 때에는 공기 스치듯 내 몸을 통과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는 순간도 오니까, 그 순간이 오기를 비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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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폭우가 쏟아지는 어느 날에, 덕분에 마음 편히 눈물이라도 흘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남들이 모르게 나의 어리석은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순간이라고 여겼다.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한 것까지 보태서 나의 미련함을 애써서 들춰내고 있었는데, 또 다른 마음 한켠에서 '이제 그만할 때도 됐어'라며 별 것 아닌 일에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순간을 '툭' 하고 놓고 갔다. 어이가 없었지만 웃었다.
매일 걷던 그 거리에서, 유독 해가 맑았고 하늘이 푸르게 느꼈던 그날이 다시 되살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