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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연 Mar 28. 2023

뒤늦은 사춘기

아직도 자라나는 중


나의 사춘기는 중2 때보다 스무 살 이후 더 격하게 찾아왔다. 친한 친구들이 아니면 낯을 가리다 못해 숨어버리는 내가 어느 날 연고도 없는 타지로 대학을 가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대학 졸업과 동시에 가진 것 하나 없이 무시무시한 서울에 가겠다고 하질 않나(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자꾸 모르는 곳에 발을 딛으려 안간힘을 쓰곤 했다.


힘든 게 힘든 줄 몰랐던 시절, 넘치는 에너지를 길바닥에 뿌리고 다녔던 때가 있었다. 그 결과 지금은 조금 지쳤지만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졌던 내가 그제야 세상의 빛을 본 것 마냥 어디든 활개를 치고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평범한 사람 중 한 명일 뿐이었지만 스스로 특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더 이상 자랄 게 없다고 하면서도 좋은 영양분을 고루 받으니 한층 더 자라났다. 덕분에 나는 단단해졌고 옳은 것과 그른 것을 조금은 구별할 줄 알게 되었다.


좋은 일보다 울고불고 온 세상 시련을 다 떠안은 듯한 그때였지만, 그 경험을 토대로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며 30대를 살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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