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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상대방이 나에게 “그런가 보다 했어”라고 말할 때마다 ‘그러니까 괜찮아’ 하고 다독여주는 줄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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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느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가 보다 했지”라고 이야기하자,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아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그때부터 나는 그 사람 앞에선 그저 그런 사람이 되었고, 가볍게 여기고 지나가도 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나도 모르게 너에게 모진 말을 했을 때 나는 길고 긴 변명으로 너의 상태를 살피려 했고, 미안하다 말하였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됐어’라는 말보다 더 강하게 나를 찌르곤 했다.
괜찮다고 했지만 나를 바라보는 마음만큼은 새까맣게 타버린 것이 아닐까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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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보다‘라는 한 마디로 정리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마디에 모든 걸 담지 못하게 궁금해하는 것을 실컷 물어보게 만드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