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멈춰라
넘어져도 까르르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그런 날들이 분명 있었다. '넘어지고 다치면서 크는 거야'라는 어른들의 말처럼 다치고 나면 한 뼘 더 자라 있었다. 그리고 세상을 멋대로 보기 시작 한 날부터는 다쳐도 피가 나는 대신에 멍이 들고 속에서 곪기 시작했다. 어른들의 이야기는 모두 환상이었던 듯, 고개를 들면 먹구름이 짙게 드리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곗바늘에도 굴하지 않고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추고 싶어진다.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보였던 그때 그날처럼.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어쩌면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는 것 같기도 하다. 무궁화 꽃은 지는 법이 없이 여러 번 피고 또다시 핀다. 잠시 그대로 멈췄지만 또다시 앞을 향해 나아가고 빙그르르 돌기도 하며 제자리에서 벗어나려 한다.
현실은 정반대였다. 조금씩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 발짝 나아가면 어느새 찾아와 두 발짝 잡아당기고 있었다. 반복의 반복을 거듭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애원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얼음! 하고 멈춰 서자 손을 뻗을 수 없게 됐고, 땡! 하고 다가오려는 이들은 그저 주변을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때문에 누군가가 외치는 무궁화 꽃이 피었다는 말이 들리지 않게 되었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오래도록.
무궁화의 꽃이 필 때까지 걷다가 돌아보면 '그대로 멈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