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둥그니까
둥그니까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지구처럼,
하염없이 돌면서 제자리를, 또 다른 제자리를 찾아가는 회전목마처럼, 우리는 늘 그렇게.
정신없이 달려가다 보니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었고 뒤를 돌아보니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는 작은 행복을 위해 달렸고, 지금은 수많은 별들 중에 가장 큰 빛을 내기 위해 또 걷고 있다.
영원할 것 같은 시간과 돌아가는 회전목마,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탄 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목마에 기대어 오늘도 걸어가고 있다. 어쩌다 보니 나로 태어났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누군가에 의해 떠밀리듯 그렇게 정신없이 걷다 보니 이곳에 닿아 있다.
그때 지지대가 내 앞에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희망', '선의', '기대' 등 따위의 것들을. 그렇게 그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여기까지 왔다. 그 지지대를 잠시 놓쳐버린 어느 날 희망과 기대가 절망으로, 선의가 적의가 되어 나를 덮쳐왔다. 그럼에도 회전목마는 계속해서 돌고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잡아주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