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덕질을 추천드립니다

인생은 덕질처럼

by 이승연


나는 그 사람이 하는 말과 생각을 들으면서 막연히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멋진 어른이라 생각했다. 나도 30대가 되면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가 이야기할 때면 고개를 끄덕였고 좋은 것들만 골라골라 마음속에 깊이 새겨 넣었다. “좋아해요”라는 마음을 쉴 새 없이 표현했고 눈을 마주칠 때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에게 나는 어느 날 불쑥 튀어나온 한 사람에 불과했다. 고작 여럿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특별할 것 없는 나이지만 내게 손을 내밀고 또 따스히 안아주기도 했다. 거기에서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다. ‘너와 내가 아닌 우리가 되어가고 있구나’하고 마음대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는 실제로 내 인생에서 작고도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나이가 들면서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고,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할 때가 생기기도 했다. 그가 했던 말에 내 생각을 보태 내뱉을 때도 있었다. 그리고 내 생각이 옳다고, 그것만큼은 확실하다고 믿는 어리석음도 가지게 되었다.


30대가 된 지금, 보고 싶지 않은 누군가의 외적인 부분과 내면까지 절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흔히 ‘사람을 잘 본다’는 말처럼 상대를 꿰뚫어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내 마음에 들어오는 사람도 생겼다. 어릴 땐 우리 같은(?) 관계에서는 일방적으로 주는 일이 많았고 그걸 조금은 당연하게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10을 주면 20 이상을 주는 사람도 생겼다. 그 사람 옆에 서 있으면 다 사그라들던 빛도 반짝이는 것만 같았다. 이제는 되려 고마운 존재가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 성공한 덕후라고 생각한다.


매일이 혼자라고 생각했다. 늘 공허했고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만 같았다. 내 주위에 있는 것들은 한순간에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것이라는 불순한 생각도 했다. 어떤 말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층이 단단해져 밖에서 웅웅 울리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그 공기층은 나 스스로 만들었기에 그걸 깨부술 수 있는 사람 또한 나 자신임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지키는 방법을 잊어버리게 되었다. 누군가는 그런 말은 딴 데 가서나 하라고, 티 내지 말고 감추라고 말하기도 했다. 네가 그럴수록 나만 더 힘들어진다며 못 들은 척했다.


0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를 만드는 건 타인을 통해 가능할지 몰라도 0이 되기 위해서는 오로지 내가 가진 힘으로만 가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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