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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Dec 23. 2015

8.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2)

실직과 경력단절, 사회안전망의 부재

실직과 사회안전망


직업을 갖지 못하거나 잃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중 가장 흔한 것으로는 직업을 구하려는 사람이 필요한 능력이 부족하여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것입니다. 누구나 자신이 가진 능력에 맞는 직업을 얻어 일을 하면 좋겠지만, 앞서 7부에서 살펴본 "직업의 귀천" 문제로 인해 다들 편하고 돈을 많이 버는 직업, 사회적 권력이 있는 일을 하기 원합니다. 하지만 그런 자리는 한정되어 있지요. 


게다가 직업은 생활비를 구하기 위한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닙니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나 안정성, 일을 통해 느끼는 보람도 중요하며, 직업에 따라 갈리는 사회적 평판 등도 무시 못할 중요성을 갖습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일이 없어 쉬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 직업이나 택할 수 없는 노릇인 것이지요.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장래가 불투명한 직업만 가득한 현실에서, 쉽사리 "내 인생을 포기하면서까지" 일을 하려 나서는 사람이 적은 것입니다.


한편 어렵사리 취직 혹은 창업을 하여 경제생활을 하고 있어도 불안한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자들은 하루가 다르게 치고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어떤 직업군에서는 젊었을 때 빠릿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높은 성과를 내는 반면, 조금만 경력이 쌓여도 정보에 둔감해져서 성과를 내기 힘든 분야가 있습니다. 금융이나 엔터테인먼트 쪽이 대표적인 예이지요. 사실상의 정년퇴임이 40대 초반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런 패턴은 점점 더 많은 직업군으로 퍼져나갑니다. 왜냐하면 IT 기술의 급격한 발달은 전 산업 분야의 생산 방식, 영업 전략, 판매 채널을 획기적으로 바꾸어놓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그에 맞추어 기업 환경도 발 빠르게 맞춰가야 하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변화의 속도에 따라가기가 힘들게 됩니다. 그게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장(혹은 노화) 과정이니까요.


문제는 퇴직 이후의 삶입니다. 젊었을 적 한 분야에 올인해 버린 까닭에 다른 분야에서 제2의 인생을 살 방법이 막막합니다. 사회적으로 아무런 안전망이 없고, 되려 퇴직금을 어떻게 사기 쳐 뜯어먹으려는 도둑놈들만 가득하죠. 한창 자녀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가장 돈을 많이 벌어야 할 시기에 끈 떨어진 연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간혹 매스컴에서는 귀농이다, 혹은 9급 공무원이다 하며 스스로 낮은 자리에서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보내는 분들의 기사가 나옵니다만, 글쎄요... 제가 볼 때는 마크 주커버그를 가리키면서 "청년들이여 야망을 가져야 저렇게 성공한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을 롤 모델로 삼아 일반적인 사람에게 노력의 부족 탓을 돌리려는 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거든요.


끝내 선택하는 것은 치킨집 혹은 카페 사장님입니다. 이것도 형편이 좋을 때나 가능한 일이지요. 얼마 전 뉴스에 보니 국내 치킨집이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 수보다 많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참고기사 :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보다 치킨집이 많은 이유(바로가기 링크)) 어떤 네티즌이 재미로 분석해 본 바로는 우리나라 모든 가정이 월평균 10마리씩 치킨을  사 먹어야 현 치킨집 오너들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더군요. 이게 정말 제대로 된 나라인가 싶습니다.


이 모든 문제는 기업 내 만연한 실적 만능주의 풍토와 기업이 그렇게 되도록 만든 사회 전반의 신자유주의 사상에 기인합니다. 이 역시 개인소유 사상이 근간에 깔려 있음은 계속 주장하고 있는 바이고요. 회사 내에서든 회사 밖에서든 경쟁에 뒤처져 낙오된 사람을 돌볼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그저 자연스러운 경쟁의 산물일 뿐이며 그건 그 사람의 인생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사회가 나서서 구제해주는 것은 세금 낭비이며, 그저 모두가 성공을 향해 달려갈 때 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 성과의 결실을 취하는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면, 쉽사리 그런 주장을 할 수 있을까요?




결혼, 출산, 경력단절


여성들의 경우에는 더 좌절스럽습니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에서 여성들이 남성을 앞지른 것이 2009년의 일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고용률은 더 낮은 것이 현실입니다. (참고기사 : [여성통계] 여성 대학진학률 남성보다 높은데 고용률은 낮아(바로가기 링크))


남자가 더 일을 많이 하고, 조직 사회에 적합하고, 등의 진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성별을 떠나 많은 자원을 투자하여 대학교 혹은 석사 학위까지 취득한 사람이,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없는 사회 비효율의 구조적 문제를 말하려는 것입니다.


여성들은 남자들과 똑같이 경쟁하고 공부해서 취업을 해도, 결혼 및 출산과 사회 경력이라는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애초에 여성을 채용할 때에는 추후에 결혼할 것을 염두에 두고 뽑거나 직무를 맡기는 일도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회사 내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직무보다는 보조적이거나 대체가 쉬운 속성의 자리를 배정받는 경우가 흔하지요. 이른바 "유리천장"이라 하는 조직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은 단순히 특정 회사의 업무 문화에 의해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인식과 문화가 저변에 깔려있는 것입니다.


저는 관련 주제로 주변 지인과 이야기를 할 때면 차라리 그냥 공부를 안 했었으면 차라리 속 편했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진심이 아니라 자조 섞인 한탄이지요.) 포기할 것이 없으면 오히려 선택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투자해 온 것들이 너무 많은 까닭에 쉽사리 어느 하나를 놓기가 어렵습니다. 옆에서 보는 입장에서도 참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저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태어난 것이 업보라고 치부해버릴 수밖에 없는 일일까요? 개인의 인생에서도 안타까운 일이고 사회적으로도 크나큰 손실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여성들도 늘어나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기보다 자신과 배우자의 행복 추구만을 생각하겠다는 것이지요. 이것을 가지고 그들의 사회적 무책임함이나 가족 제도 내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을 탓할 수 없습니다. 이미 사회가 모든 일의 역할과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고 있으면서, 결혼과 출산만을 개인에게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인 것이지요. 그들은 그저 사회가 그러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개인의 행복을 최우선에 두고 행동할 뿐입니다.




산업 인력 구조의 변화


그나마 지금까지 살펴본 것은 현재 벌어지는 상황이고, 앞으로 뭔가 특단의 대책 없이 이대로 흘러간다면 미래는 더 가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근 1~2년 안에 불어닥칠 세계적인 불황을 제외하고서라도, 장기적으로 우리 일자리의 대부분은 자동화된 기계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산업 구조의 고도화에 따른 공장 설비 자동화로 같은 양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근로자수가 대폭 줄었습니다. 거기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IT 산업은 소수의 노동자(프로그래머)가 대규모의 시장을 일으킬 수 있는 형태였고, 1998년 이후 불어닥친 기업 고용 구조의 효율화는 최대한 적은 사람(비용)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업무 구조를 변화시켰습니다.


지금은 자동화 기계의 도입으로 생산직 근로자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지만, 머지않아 딥 러닝을 통한 인공지능 기술 발달을 통해 화이트 컬러 사무직, 단순 서비스 제공직의 일들이 줄어들 것입니다. 이미 그 변화는 시작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보는 인터넷 신문 기사 중 스포츠 뉴스 및 경제 단신들은 기자가 아닌 컴퓨터가 작성하는 것으로 대체되기 시작하였습니다.(참고뉴스 : 중국 컴퓨터 프로그램, 1분만에 1천자 분량 경제기사 작성(바로가기 링크))


단순한 단신 기사부터 시작하여 고급화된 언어 서비스까지, 인공지능 컴퓨터가 대신 일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변호사나 변리사 같은 고급 직군들도 소수의 몇 명만 제외하고서는 대부분 컴퓨터가 알아서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하여 보고서를 만드는 방식으로 바뀔 것입니다. 패턴화 된 사무 업무를 보는 관리직들은 몇십 년 이내에 멸종할 위기에 처한 것이지요.


일부 미래학자와 교육자들은 인간의 창의성에 주목을 하며,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미래의 새로운 직업을 창출해낼 것이다" 라며 낙관론을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과거 산업 혁명이 있었던 영국 근대를 이야기하며 기계가 밀어낸 일자리가 서비스 사무직들로 대체되며 사회가 더 발전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지금은 엔터테인먼트 산업마저도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극단적 "부익부 빈익빈"의 시스템이니까요. 한 사람이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거나 멋진 노래를 만들어 대중의 인기를 끌면, 모든 것을 독식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옛날처럼 이곳저곳에 공장이 퍼져있어 많은 회계사와 관리직이 필요한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실시간 정보를 편리하게 취합할 수 있는 기술 덕분에 소수의 관리자가 더 많은 사업체들을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창의적으로 유흥할 수 있는 직업들이 생겨나서 직업군을 대체한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사상의 변화가 없는 한, 다수의 사람들은 변변한 월급을 받는 일을 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일하면서 월급 받는 사람은 적어지는데, 팔아야 할 상품과 서비스들은 넘쳐나게 되겠지요. "일하지도 않은 자, 먹지도 말아라."라는 격언은 조만간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회가 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근로자가 월급을 받아야 상품을 사고 기업이 성장하는 게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 틀인데, 이제는 어떻게 돼버릴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주 소수의 자본을 독식한 사람들이 선량한 마음으로 월급을 적선하고, 생활비를 받는 사람들은 기꺼이 고개를 숙여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봉사하는 디스토피아적 사회를 꿈꾸는 것일까요? 그렇게 살면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을는지 모르습니다. 게임도 적당히 어려워야 재미있지 치트키를 써서 너무 쉬워버리면 금세 흥미를 잃어버리는데 말이지요.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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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 - https://goo.gl/3hhkU7



<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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