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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Dec 23. 2015

7.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1)

저질의 일자리와 실업의 문제

경제적 능력의 상실(혹은 부족)


개인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협하는 가장 흔하고 현실적인 문제는 "경제적 능력의 상실"일 것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직업을 갖지 못하거나 잃게 되면 일상생활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기 때문입니다. 앞선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본주의 사회는 전통적인 공동체를 해체시켰고, 생활에 필요한 경제력은 전적으로 개인이 스스로 책임져야 할 영역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경제적 능력이 있을 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저축을 하고, 보험이나 연금을 가입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벌어들이는 돈 대비 사용해야 할 생활비가 많아서, 한 달 일해 받은 월급은 신용카드 대금 및 각종 공과금으로 모두 빠져나가기 일쑤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절대적인 벌이가 적어서 한 달 생활비를 충족시키기에도 역부족인 경우도 많지요.


그렇다 보니 다니던 회사를 여러 가지 이유로 관두게 되거나, 사업에 실패하는 경우, 혹은 아예 처음부터 취직을 못하여 경제력을 상실해버리면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나마 모아놓은 생활비를 다 쓰고 난 뒤에는 은행 빚을 지게 되고, 점점 대출 규모가 늘어나다가 사채의 덫에 걸려, 평생 빚만 갚으며 사는 수렁에 빠지기도 하지요.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서 공감되지 않는 분도 있을 테고, 약육강식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 같은 위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자가 소유의 빌딩이 있거나 통장에 수억 원 이상의 여유자금이 있지 않은 이상, 예상치 못한 불행한 사고 때문에 돈 몇천만 원이 사라지는 것은 한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설마 내가?", "나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위기를 겪고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들은 일부니까요. 하지만 이런 불행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100% 확률의 현실입니다. 너무 호들갑을 떨며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모른 척하며 무시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는 것이지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지는 사회가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리지 않고서는, 일평생을 예기치 못한 삶의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살아야 할 것입니다. 




직업의 귀천


가장 먼저 살펴볼 부분은 "직업의 귀천"에 대한 문제입니다.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는 이 세상에 귀하고 천한 직업은 없다고 배우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분명히 귀한 직업과 천한 직업이 나뉘어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어떤 명함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직업의 귀천은 그 직업이 가진 경제적 능력과 타인에 대한 생사여탈권의 여부에 따라 결정됩니다. 아무래도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더 돈을 많이 쓸 테고, 나의 병을 치료해주거나 공적·사회적 권력을 통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사람에게 더 호의적일 수밖에 없겠지요.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사람이나 사회적으로 권력이 없는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라는 것이 아님에도, 상당수 사람들은 그들을 하찮게 생각합니다. 목소리를 높이고, 정해진 범위 이상의 권리를 요구하는 등의 진상 짓을 히는 사람들도 자주 뉴스에 보도됩니다. 얼마나 그 문제가 심각한지 최근 정부에서 감정노동자(월급이 적고 사회적 힘이 없는 대표적인 직업)들이 우울증에 걸렸을 때 산업재해로 인정하도록 법을 개편할 정도입니다. (참고기사 : "감정노동자, 우울증 걸리면 산재 적용(바로가기 링크))


직업의 난이도와 권한 범위에 따라 월급 수준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지금은 뭔가 한참 잘못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많은 편익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함에도 그것이 사회적 권력이 없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이유로, 최저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벅찬 수준의 월급을 받고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비정규직의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벌이도 시원치 않은데 일자리마저 안정적이지 않은 것이지요. 상황이 이러하니 이들은 기본적으로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제 한 몸은 어찌하여 건사하겠지만, 결혼을 하거나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지요. 설사 여차저차 결혼하여 아이를 키운다 하여도 가난의 대물림이 계속될 뿐입니다.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기도 어려울뿐더러, 행여나 질병이나 교통사고 같은 사고를 겪으면 저소득층 가정은 여지없이 풍비박산 나버립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사회적 부의 재분배 문제, 자본주의가 가진 개인소유 사상의 문제가 원인입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문화와 제도가 갖추어지기도 전에 너무 빨리 자본주의 경제가 성장해버린 것이지요. 가장 효율적으로 돈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추구한 결과, 정당한 노동을 제공하면서도 최저 생계를 유지하기에 빠듯한 월급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가 탄생하였습니다. 그리고 개인의 능력의 부족, 노력의 부족으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가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갑질"하는 걸까요? 좋지 못한 일자리를 얻고 생계에 충분치 못한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그리고 그 문제는 오롯이 그들의 문제이지 자신과는 하등 관련이 없는 그런 것일 겁니다. 언제 갑자기 불행이 닥쳐 그들보다 못한 위치에 놓이게 될지는 생각지도 않은 채 말입니다.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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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 - https://goo.gl/3hhkU7



<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매거진의 이전글 6.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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