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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한국의 교육 주체들, 공교육편

by 정유표
공교육


공교육은 국가와 기업, 대학이 이루는 혼란의 틈바구니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중·고등교육의 목적이 오로지 좋은 대학에 많이 보내는 중간 과정으로 인식되면서, 국가 정책은 대입 제도 개편에만 치중하고 중·고등학교 현장의 실정과 업무 체계를 고려치 않았습니다. 교사 권위를 실추시키는 반쪽 짜리 정책들이 시행되었고 그 결과 많은 교사들이 스승으로서 자부심을 잃고 월급 교사를 자처하는 사태를 벌어지게 하였습니다.


2000년 중반부터 이루어진 교육과정 개편도 공교육을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교육과정 개편은 한 번 할 때마다 최소 3년 정도가 지나야 모든 학년의 개편이 가능합니다. 그 이유는 국민공통과정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1+2년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를 한 번에 동시에 모두 바꿀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3년간의 교과 과정을 한 번에 바꾸어버리면 중3이 된 학생은 1, 2학년 때 배운기 존 과정과 새롭게 바뀐 3학년의 과정이 뒤섞이거나 빈틈이 생기므로, 교육 과정 개편은 보통 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런데 10년도 안 되는 동안 교육 과정을 수 차례 개편해 버렸습니다. 그 이유는 지나친 대입 경쟁으로 인한 가계의 사교육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목이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과도한 교육 경쟁의 원인은 사회 전반 및 기업 시스템에 있음에도, 겉으로 드러난 공교육 제도만을 고치려 하였습니다. 사실상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인기를 끌기 위한 보여주기 정책이었고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 기획이 이루어졌습니다. 덕분에 일선의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은 매번 달라지는 입시 정책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교육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과·외고 선호 현상을 이용하여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제도를 편법적으로 운영되는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대입 제도의 복잡한 변화를 공교육에서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는 차라리 자기 돈을 들여 대입 특화된 교육을 받으려는 수요가 생겨난 것입니다.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제도는 천편일률적인 교육제도를 탈피하여 다양한 특성의 학생들을 육성하자는 긍정적인 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학교 수업 커리큘럼 계획 등의 운영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대신 국가의 재정 지원은 받지 않고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하는 형태의 학교 제도를 허가한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 교육 정책에 대한 불신과 대기업 및 명문 대학만을 추종하는 사회 문화 풍토로 인하여 오로지 명문대 입학시험이 목적인 학교로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편법적으로 운영되는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는 가정 경제력에 따라 대입 맞춤형 교육을 받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로 이분화시켰고 일반적인 공교육은 더욱 고사되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모두 상위 학교로 진학하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만 남은 학교에서는 전반적인 학업 성취도가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실례로 인기가 좋은 주요 상위권 대학 입학생들의 출신 고등학교를 통계 자료를 보면 점차 전통 명문 고등학교보다는 과고, 외고, 자립형 사립고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성적이 학교의 흥망을 절대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험 성적과 대학 진학률로 학생과 학교를 평가하는 사회 통념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교를 다닌다는 심리적 압박감은 학교 운영의 전반적 부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자아정체성을 소속 집단에 투사하여 나타나는 자부심과 같은 개념입니다. 학생도, 교사도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정체성의 긍정·부정성에 따라 행동의 질과 양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와 유사한 목적과 방법으로 운영되는 중학교, 초등학교도 설립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국제중학교, 사립초등학교, 혁신초등학교와 같이 상급 학교에 진학에 유리한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학생들이 몰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 여파로 특정 학교 입학을 위한 전용 사교육이 생기고, 편법으로 특정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비리가 일어나고, 입학에 유리한 지역의 집 값이 인근 대비 2배 이상 뛰는 현상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본 글은 『지속가능한 삶을 향해서』를 집필하기 전,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사회적 제언을 써본 내용의 글입니다. 시기상으로 1년 전 즈음에 작성된 글이므로 감안하시고 보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매일 혹은 이틀에 한 편씩 기 작성된 글을 게시할 예정이며, 약 30여 편 분량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의 글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본 글보다 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지속가능한 삶을 향해서』(바로가기 링크)의 글도 구독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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