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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언론·지식인의 자본화

by 정유표
기업, 언론, 학계의 카르텔


언론과 지식인은 이러한 사회 문제들을 고발하고 바로 잡아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역할과 소명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사회에 구성원들이 상호 약속된 바에 따라 행동하지 않거나,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행동을 할 때 그것을 교정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을 바로 잡히도록 여론을 형성하여 이 사회가 영속적으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감시자인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언론 정신이란 거대한 자본 세력과 정치 세력의 압력에도 소신을 지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일제 식민지 해방 이래로 주류 언론과 지식인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던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신문사, 방송사 할 것 없이 자본력을 가진 광고주의 의향과, 정치인의 강압과, 투표권자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쓰기에 바빴습니다. 언론사가 이익을 창출하는 수단은 광고, 협찬, 구독의 형태인데 더 많은 돈을 주는 기업주, 배후를 지원해주는 정치인, 많이 구독해주는 애독자에 뜻에 거스르는 기사를 쓰기에는 너무나 위험 부담이 많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정통성이 부족한 기득권의 바람에 따라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는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언론이 기업 산하로 재편되고, 대학이 언론 산하로 재편되며, 기업·언론·학계의 카르텔이 생겨났습니다. 자본에 의한 예속 관계뿐만 아니라 2·3세 자녀들의 혼인을 통한 결합으로 그들만의 리그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언론 지식인이 기득권 자체가 되었으며, 나아가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언론이 아니라 특정 기업의 이익, 특정 정치 세력의 이익,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언론이 되었습니다.


대중들이 자신들이 구축해 놓은 세계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들을 편성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지식인들을 고용하여 사람들을 속이면서 영구히 자신들만의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연합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점점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가고, 그것이 마치 전체를 위한 길인 것처럼 포장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서민들의 법적·경제적 권리를 서서히 박탈해 가면서 자본 귀족 국가를 건설하기 시작하였습니다.


* 언론과 대중 의식 조종

대중 매체와 언론을 통해 사람들의 의식을 조종하는 정치 전략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나치 선전장관인 요제프 괴벨스의 공작으로부터 체계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감정에의 호소, 정보의 비대칭성과 대중 여론, 포토 저널리즘, 이미지 메이킹의 방법들을 통해 나치당이 원하는 바대로 사람들이 생각하고 움직이도록 조종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독일 총선에서 나치당을 제1당으로 만들고 히틀러를 총리의 자리에 오르게 하였습니다.

- 감정에의 호소 : 괴벨스는 연설을 할 때 사실 관계를 길고 자세하게 나열하지 않고, 자극적인 단어로 간결하게 문장을 구성하였습니다. 공포와 적의가 느껴지는 단어를 사용하여 가상의 적을 만들고, 나치의 사상과 행동이 독일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게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이성적인 사실 관계보다는 감성적인 느낌에 따라 반응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괴벨스의 연설 전략은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하였습니다.

- 정보 비대칭성과 의사 결정 시기성 : 일반적인 대중들은 정보가 부족한 것을 이용하여 그럴싸한 거짓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였습니다. 거짓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며, 그것을 밝혀내는 과정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설사 오랜 노력 끝에 사실이 밝혀졌다 하더라도, 중요한 결정은 이미 거짓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졌고 더 이상 그것의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괴벨스는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과 의사 결정의 시기성을 십분 활용하여 정책 결정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였습니다.

- 포토 저널리즘 : ‘백 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눈으로 보는 것이 낫다’라는 말이 있듯이 신문 기사의 길고 긴 글 보다는 단 한 장의 사진이 사람들에게 더 큰 임팩트를 전해줍니다. 또 사진은 ‘프레임의 미학’이라고도 합니다. 같은 장면이라도 사진을 찍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자기가 원하는 장면만 찍어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치 정권은 그 시기의 다른 정권과 비교했을 때 유독 더 많은 사진을 남겼으며, 그것은 독일 국민들을 쉽게 설득할 수 있는 이미지 메이킹 전략 수단이 되었습니다.

- 이미지 메이킹 : 괴벨스는 독일 전역의 가정에 라디오를 배포하여 매일 아침, 저녁으로 독일 나치당과 히틀러의 일거수일투족을 매일 청취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히틀러가 가족들과 함께하는 따뜻한 광경이나 독일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모습의 사진들을 자주 신문에 노출하였습니다. 이는 대중들에게 자주 정보를 접하게 함으로써 일상 속에 있다는 느낌을 주고, 히틀러가 대중과 함께하는 가정적인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효과적이었습니다.

괴벨스의 선전 전략은 상품 마케팅부터 정치적 홍보 수단에 이르기까지 대중 매체가 삶의 양식이 된 현대 사회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매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시장에 방문하여 길거리 음식을 먹는다든지, 저소득 가정에 방문하여 봉사활동하는 사진을 앞 다투어 내보내는 것도 같은 맥락의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전략은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실상은 더욱 악의적인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중들은 정당의 이미지를 보고 투표하지만, 실상 정당이 행하는 정책은 되려 특정 계층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정책의 사실 관계를 밝히기에는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고 사람들은 사실을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습니다.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에게 주홍글씨를 새겨 공포와 적개심을 심어주어 대중들이 비판자들을 외면케 하고 자신들의 지지 기반을 탄탄히 하였습니다.

하나 더 깨닫고 있어야 할 것은 정치와 언론이 한 팀을 이룬 사회에서는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마저도 침해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선전 전략을 행하는 대중 매체와 왜곡을 감시해야 할 언론은 동일한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권력의 원친인 국민의 눈을 가리고 진실을 왜곡하여 자신만의 이익을 위한 취하는 도구로써 전락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본 글은 『지속가능한 삶을 향해서』를 집필하기 전,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사회적 제언을 써본 내용의 글입니다. 시기상으로 1년 전 즈음에 작성된 글이므로 감안하시고 보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매일 혹은 이틀에 한 편씩 기 작성된 글을 게시할 예정이며, 약 30여 편 분량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의 글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본 글보다 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지속가능한 삶을 향해서』(바로가기 링크)의 글도 구독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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