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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정통성이 중요한 이유

by 정유표
과거를 잊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


혹자는 과거는 모두 잊고 새로운 미래만을 생각하자고 이야기합니다. 지난 과오는 바꿀 수 없기에 그것을 청산하는 것은 매우 소모적이고 사회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말 그 말이 맞는 것일까요?


사람이든 공동체든 성장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실패를 반성하여 앞으로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발전하느냐, 아니면 실수를 되풀이하여 성장하지 못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이런 원리를 국가 차원에서 보았을 때에는 과거사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며, 이는 국가가 앞으로 발전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결정하는 요인이 됩니다.


특히 국가 단위의 공동체는 언제나 외세의 위협에 놓여있으며,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결속력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중 국가의 힘이 집중되어 있는 리더의 역할과 책임이 가장 막중하며, 그만큼 개인의 영달을 미끼로 한 유혹도 강하게 받게 됩니다. 만약 리더가 국가 공동체를 배신하고 변절하는 순간 아무리 강력한 국가라도 몰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적인 영달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주관과 의식이 있는 사람만이 그 자리에 오를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리더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에게도 일정 수준의 역할과 책임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개인의 주관과 의식 수준은 리더에게 요구되는 것만큼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사소한 부분에서 개인 영달의 추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리더의 책임감이란 때론 희생을 요구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어느 정도는 공동체를 배신하는 것은 필시 응징을 당한다는 역사적 교훈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응징이라는 단어가 너무 자극적이라면 책임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를 반성하고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현재의 한국은 리더들이 앞서서 과거의 책임을 지우려 하며, 지금도 개인 영달을 위해 공공의 이익을 해치고 있습니다.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면 집안이 망하고, 자신의 영달을 꾀해야만 대대손손 잘 먹고 잘 산다는 교훈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오히려 법을 지키고 정의를 쫓는 일이 어리숙한 행동이며, 남을 속이고 편법을 사용하여 돈을 버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재미있는 것은 힘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과거에 흠이 많은 사람들을 더 좋아하고 중용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서로가 과거의 부끄러움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약점 삼아 부려먹기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논리로 주요 직책에 올라있는 기득권 무리들은 국가의 본래 목적에 따라 공공 이익에 부합되는 일 보다는, 자신과 자신의 가문에 이익이 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정의를 바로 세우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려는 사람을 견제하고 배척합니다. 그들에게 힘을 조금이라도 넘겨주게 되면 자신들의 부끄러운 정통성에 도전이 될 것 임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되고, 정의로워지며,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순간, 그들은 현재의 지위와 더불어 과거의 영광까지도 송두리째 내놓아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우리 국민은 부정과 불법이 계속되던 정권 하에서도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으로 대표되는 저항과 희생을 통해 조금씩이나마 사회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들도록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1997년 IMF 이후 처음으로 전통 기득권이 아닌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서 왜곡된 현대사와 제도들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시도되기도 하였습니다. 비록 기존 기득권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극심한 반발과 공작을 함으로써 무산되었지만, 한국 사회가 늘 그래 왔던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본 글은 『지속가능한 삶을 향해서』를 집필하기 전,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사회적 제언을 써본 내용의 글입니다. 시기상으로 1년 전 즈음에 작성된 글이므로 감안하시고 보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매일 혹은 이틀에 한 편씩 기 작성된 글을 게시할 예정이며, 약 30여 편 분량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의 글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본 글보다 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지속가능한 삶을 향해서』(바로가기 링크)의 글도 구독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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