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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영·유아기 발달과 자녀 양육

by 정유표
부모와의 신뢰 관계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


영·유아에서 청소년까지 이르는 시기는 몸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것처럼 뇌도 빠르게 발달합니다. 아기가 갓 태어나자마자 걷고 뛸 수 없듯이, 뇌 정보 처리 속도와 수준도 원시적인 능력만을 갖습니다. 출산 초기에 성인의 수준으로 기능하는 감각은 후각뿐이며, 미각과 촉각은 그다음으로 발달하고, 시각과 청각은 6개월이 되어서야 기본적인 기능을 갖추기 시작하여 성인의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12개월 정도가 필요합니다. 이 시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오감을 모두 사용하여 외부의 정보를 모아 통합하는 능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영·유아기 때는 대부분의 시간을 부모와 함께하며 사회성을 발달시킵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성은 가장 기초적인 단계로써 ‘자신과 외부 대상’ 간의 관계 패턴을 설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는 인과적인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정서적 안정성을 획득하고, 초기 수준의 만족 지연 능력을 습득하는 것입니다.


아기가 어머니의 따뜻한 뱃속 세계에 있다가 갑자기 차가운 바깥세상으로 나오게 되면, 세상과 자신이 분리되지 않은 무의식의 상태에서 자신과 세상이 분리되어 있음을 경험하게 됩니다. 늘 들리던 어머니의 심장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호흡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하는데, 젖을 먹이고 안아 재우는 활동을 하면서 접촉과 분리의 경험을 반복합니다. 아기는 자신의 의사소통 도구로 울음을 사용하고, 어머니는 부름에 부응하여 적절한 반응을 해주는 것입니다. 이 관계는 아기의 특정 행동이 기대하는 결과를 받게 되는 심리학의 행동주의적 관점의 강화로 설명됩니다. 어머니와 떨어져 있더라도 내가 기대한 바에 따라 상황을 제어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정서적인 불안함을 인내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는 것입니다.


한편 언어 구사 능력이 어느 정도 생기고 부모와 소통이 가능하게 되면, 적절한 행동 통제나 즉시적인 욕구를 참음으로써 더 좋은 보상을 얻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쉽게 설명하면, 지금 바로 사탕을 먹고 싶어 투정을 부리는 아이에게 ‘조금만 있다가 더 맛있는 케익을 사주겠으니 참으라.’ 고 약속하는 것입니다. 아이는 더 큰 보상인 케익을 얻기 위해 투정을 부리지 않고 참게 되는데, 그 결과로 부모로부터 케익을 얻고 칭찬을 듣게 되면 이다음에도 자신의 즉시적 욕구를 제어(=만족 지연 능력)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칫 부모가 약속한 것을 잊어버리거나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치부하여 약속을 지키지 않게 되면 아이와 부모 간 신뢰 관계가 깨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부모로부터 시작된 신뢰 관계는 나와 친구, 나와 과제, 나와 사회로까지 연장됩니다. 놀고 싶은 것을 참고 공부를 했을 때 그만큼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 잠깐의 편리함을 참고 교통 법규를 지켰을 때 그만큼 안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도록 하는 원천인 것입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실제 행동을 옮기게 하는 매우 중요한 동기 요소의 하나이며, 이것이 좌절된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해도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행동에 옮기지 않게 됩니다. 로또 복권을 사서 1등이 되면 경제적으로 부유해질 것임을 알지만, 매주 로또 복권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학습적인 면으로는 초등학교 입학 전의 언어 학습이 제일 중요한 과제입니다.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되며, 긍정적인 정체성 발달, 도덕성 및 사회성 발달 등 개인의 전반적인 성장 과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언어 학습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한국의 교육 주체들 – 가정편”, “무엇을 배우는가?” 편에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지속가능한 삶을 향해서』를 집필하기 전,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사회적 제언을 써본 내용의 글입니다. 시기상으로 1년 전 즈음에 작성된 글이므로 감안하시고 보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매일 혹은 이틀에 한 편씩 기 작성된 글을 게시할 예정이며, 약 30여 편 분량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의 글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본 글보다 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지속가능한 삶을 향해서』(바로가기 링크)의 글도 구독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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