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관리를 바탕으로 한 역할 훈련
초등학교 시기는 가정을 벗어나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특히 또래 집단 내의 권력관계와 그에 따른 사건들을 경험하는 시기입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행동하여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학습적인 면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수업을 하고 쉬는 시간을 갖는 생활을 하면서, 앞으로 12년을 함께 할 규칙적 학교 생활을 처음 경험하게 됩니다.
초등학교의 공부는 영·유아기 때부터 계속해온 언어 학습은 꾸준히 하면서, 수학·사회·과학에서 다루는 기초적인 지식들을 암기하는 방식의 학습이 이루어집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아직 성인 수준의 추상적 사고 능력이 부족하며, 새로운 개념들을 만들어낼 만큼의 기초 재료 지식을 갖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까닭에 개념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형태의 공부를 하기 보다는, 기초적인 정보를 외우고 풀이하는 형태의 공부를 많이 접하게 됩니다. 이는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 스스로 생각하며 공부하는 훈련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들을 쌓는 과정인 것입니다.
한편 초등학생은 자기 행동의 제어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 관리를 바탕으로 한 역할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교 가야 할 시간과 집에 올 시간,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 집에서도 숙제를 할 시간과 휴식을 취할 시간을 정하고 각 시간에 해야 할 역할을 정확히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시간마다 해야 할 역할을 분명히 정하고 그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물론 시간을 완벽히 지키기는 어려운 일이므로 그러지 못할 경우에는 충분히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반면 주의해야 할 것은 흔히 집에서 하루에 1시간씩 공부하기로 약속해 놓고, 부모의 욕심으로 ‘오늘은 30분만 더 공부하자.’며 회유한다 던지, 놀기로 한 시간임에도 부모가 기분이 언짢아서 ‘방에 들어가서 공부나 하라.’ 고 다그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하면 자녀가 공부를 30분 더 하는 모습은 볼 수 있겠지만, 각 시간마다 해야 할 바른 역할의 약속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것을 반대로 학생 입장에서 보면 수업시간에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추상적 사고 능력
추상적 사고 능력은 학령기 전반에 걸친 발달 및 공부 방법의 차이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추상적 사고란 현실에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정의적 개념을 이해하고, 개념들 간의 공통점·차이점을 바탕으로 범주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권리와 의무라는 개념은 주체와 대상 간 주고받아야 할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를 의미하는데, 이것이 대인적 차원, 사회적 차원, 자연적 차원으로 확장되면서 권리와 의무라는 개념을 각 관점에 따라 이해하고 적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발달 심리학자인 피아제가 제시한 인지발달이론에 따르면 “형식적 조작기”에 해당하는 단계이며 경험하지 않은 일에 대한 가설을 설정하고 일상 경험의 한계를 넘어 추리하고 검증을 할 수 있는 시기라고 하였습니다. 형식적 조작기가 속하는 나이는 대략 12세 이후라고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학령기에 대비해보면 발달의 차이를 고려하였을 때 대개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 저학년에 이르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상적 사고 능력이 갖추어졌을 때와 그렇지 못하였을 때를 기점으로, 학습 부분에서는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인가가 달라지게 됩니다. 이 능력이 덜 발달된 초등학교 시기에는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재료를 암기하는 학습 과업이 주로 이루어지고, 중학교 시기에는 모아진 재료를 바탕으로 추상적 사고를 하는 훈련이 더 적합한 것입니다. 고등학교에 가면 비로소 추상적 사고 능력을 사용한 학습이 주로 이루어지는데, 수능 문제나 논술형 시험 등을 통해 추상적 사고 능력을 통한 학습 성과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심리적 관점에서는 추상적 사고 능력이 갖추어짐을 기준으로, 자아 정체성을 탐구하고 자신이 소명을 찾아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기에는 나의 의지와 부모의 의지를 분리시키지 못하고, 부모가 가진 생각의 방향성을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부모의 의지에 따라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거나 보이·걸 스카우트에 참여하는 행동, 장래 희망도 부모가 바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중학교 시기가 되면 나의 의지와 부모의 의지를 분리할 수 있게 되고, 나의 행동을 내가 관찰하며 스스로를 평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알고 살아왔던 세상에 조금씩 의문이 생기고, 부모의 말을 그대로 듣고 살아온 것의 회의감을 갖게 되는데 이것을 “사춘기”라고 명명하기도 합니다. 아직 이 시기에는 복잡한 인간관계와 사회 구조를 잘 모르기 때문에 불만이 많으며, 자신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고 안정된 감정으로 표현하는 것이 서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다툼이나 불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본 글은 『지속가능한 삶을 향해서』를 집필하기 전,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사회적 제언을 써본 내용의 글입니다. 시기상으로 1년 전 즈음에 작성된 글이므로 감안하시고 보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매일 혹은 이틀에 한 편씩 기 작성된 글을 게시할 예정이며, 약 30여 편 분량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의 글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본 글보다 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지속가능한 삶을 향해서』(바로가기 링크)의 글도 구독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