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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학령기 발달과 자녀 교육 : 고등학교

by 정유표
현실을 인식하고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나이


고등학교 시기의 특징은 질풍노도의 중학교 시기가 안정되어 어느 정도 현실을 수용하고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려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 상황에서는 대학 입시라는 일생 최초이자 최대의 거대 사건이 앞두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학습적으로는 중학교 때 훈련된 추상적 사고를 통한 학습하기 방법에 따라 대부분의 교과를 공부하고 평가받습니다. 그런 까닭에 중학교 때 변화된 공부 방법을 적절히 훈련하지 못한 학생의 경우, 공부 시간은 많이 투자하지만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비극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심리적으로는 자아 정체성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며, 그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사회 역할을 진지하게 탐색하게 됩니다. 사회적으로도 진로 진학을 탐색하는 과정으로 과업이 주어지며, 대학의 학과를 정하는 것은 가장 현실적으로 와 닿는 주제가 됩니다. 학생들은 ‘어떤 직업이 어울리고, 어느 학교의 어떤 전공을 해야 그 직업을 얻을 수 있을까?’를 탐색하며, 그 목표를 바탕으로 내신과 수능 시험을 준비합니다.


문제는 사회와 기업의 구조가 왜곡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기능이 전혀 작동되지 못 한다는 것입니다. 명문 대학 입학이라는 현실적인 목표와 외우기 식 공부 방법의 강요 아래 학생들이 정체성을 찾기 위한 제대로 된 기회도 제공되지 않습니다. 진로와 진학 역시 좋은 학교를 가는 것이 최우선이며, 막연히 돈을 잘 버는 직업을 기준으로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기가 일쑤입니다.


올바른 진로와 진학 목표의 설정은 자기 정체성을 정확히 찾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나는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의 생각들을 곰곰이 탐색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 이야기되고 있는 바와 같이 모든 명제는 “돈을 잘 버는 직업”이라는 주제 하에 무시됩니다.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명예롭지 못하고 벌이가 신통치 않은 직업이라면 그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람들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구분을 하지 못하는 실수를 자주 범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 했을 때, 대개는 축구 선수가 되거나 스포츠 중계 아나운서가 되라는 식의 조언을 합니다. 그러나 먼저 파악해야 할 것은 ‘축구를 하면서 어떤 감정이 너를 충족케 하느냐?’를 살펴봐야 합니다. 어떤 아이는 ‘신나게 땀 흘리고 뛰어노는 게 좋아서’이고, 어떤 아이는 ‘다른 친구들과 호흡을 맞추어 팀워크를 이루는 것이 좋아서’라고 할 것입니다. 또 어떤 아이는 ‘축구를 하면 아이들이 나를 우등생 대하듯이 치켜세워주는 것이 좋아서’라고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 아이에게 모두 축구 선수가 되거나 스포츠 중계 아나운서가 되라고 조언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축구가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 마음이 더 충족될 수 있는 다른 분야의 진로나 직업을 추천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경험도 부족하기에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정확히 파악하고 표현하는 것이 서툽니다. 올바른 멘토는 아이들이 자기도 표현하지 못하는 생각과 감정을 깨닫게 해 주고, 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여 시야를 넓혀주는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본 글은 『지속가능한 삶을 향해서』를 집필하기 전,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사회적 제언을 써본 내용의 글입니다. 시기상으로 1년 전 즈음에 작성된 글이므로 감안하시고 보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매일 혹은 이틀에 한 편씩 기 작성된 글을 게시할 예정이며, 약 30여 편 분량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의 글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본 글보다 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지속가능한 삶을 향해서』(바로가기 링크)의 글도 구독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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