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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청년기 발달과 과업

by 정유표
이상과 현실의 괴리


한국의 청년기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커서 어느 하나의 과업을 특정하기가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청년이 해야 할 일을 정의하고 있지만,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내용이 천양지차이기에 무엇이 옳다고 동의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 정의들은 어떤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어떤 것은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어느 하나의 생각을 갖고 살기에는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다고 소설 모모에 등장하는 회색인간처럼 사는 것이 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청년들에게 주어진 과업은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스펙을 쌓아 벌이가 좋고 안정적인 직장을 얻는 것, 그리고 결격 없는 이성과 교제하고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는 것 정도일 것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다 가고 싶어 하는 좋은 대학에 합격하고 직장을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공부하고 취업을 준비합니다. 그러면서 남는 시간에 의무적으로 연애하고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것이 보통의 삶이라 이야기하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라며 목표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들은 사실 소수에 불과합니다. 한국 청년 전체 중 80%는 대학 입학에서 낙오합니다. 나머지 20% 중 80%는 다시 직장을 얻는 상황에서 좌절합니다. 다시 그 나머지인 4% 중 절반 정도의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에 성공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100 명의 청년이 있다면 2명 만이 보통의 삶을 누리고 살며, 나머지 98명은 보통만도 못한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이 중 절반은 여자라는 이유로 어느 시점에 사회적 위치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앞만 보며 달려온 탓에 돌아보지 못한 자아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고 놓쳐버린 꿈을 후회합니다.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세상의 모습과 현실의 괴리를 경험하고 좌절하며 지쳐갑니다. 30대 후반이 되는 어느 날 내가 그렇게 경멸하던 직장 상사의 모습이 나와 같음을 발견하지만, 책임져야 할 가족과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기에 다람쥐 쳇바퀴를 돌 듯 체념합니다.


이상적인 조언으로 ‘꿈을 갖고 도전하라.’는 메시지는 공허한 메아리로 느껴집니다. 젊음과 열정을 빌미로 노동력을 부당하게 착취당하기도 하고, 꿈을 찾아 자신의 길을 개척했던 청년들은 이미 꽉 짜인 사회의 벽에 부딪혀 좌절을 경험합니다. 자본력과 정보력을 가진 기득권의 힘에 밀려 초라한 결과로 도전을 끝맺습니다. 꿈과 도전을 외치고 힐링을 제안하고 내려놓음을 권유하지만 그 또한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일 뿐 진정으로 청년들에게 주고자 하는 것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토록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실 과업에 실패하고, 성공한다 하더라도 마음이 공허하며, 이상은 이상일뿐인 청년의 삶은 정상이라 할 수 있을 까요? 혹자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고 말하지만, 그것도 고생 후 달콤한 열매가 기약될 때에나 의미 있는 것입니다.



본 글은 『지속가능한 삶을 향해서』를 집필하기 전,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사회적 제언을 써본 내용의 글입니다. 시기상으로 1년 전 즈음에 작성된 글이므로 감안하시고 보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매일 혹은 이틀에 한 편씩 기 작성된 글을 게시할 예정이며, 약 30여 편 분량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의 글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본 글보다 더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지속가능한 삶을 향해서』(바로가기 링크)의 글도 구독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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