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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Dec 24. 2015

11.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5)

질병과 사고로 인한 장애,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질병, 사고, 장애


최근 우리나라 30~40대 남성 직장인들에게서는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등의 혈관계통 질병이 증가 중이라고 합니다. 직장 내 잦은 야근 및 회식 문화, 강도 높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 보상 목록에 포함되었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보상 여부를 떠나 이런 질병이 무서운 것은 평소에 아무런 징후를 느끼지 못하다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영구 장애나 사망 같은 치명적인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한창 가정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해야 할 가장이 쓰러지는 일은 부양가족 모두의 "지속가능한 삶"에 위협이 되는 것이지요.


산업재해 문제도 심각합니다. 우리나라 산업재해 통계는 조금 특이한데, 근로자 1만 명당 산업재해 발생 건수는 다른 나라 대비 낮은 반면, 사망자 비율은 월등히 높다고 합니다. (참고기사1 : 무재해 산업현장의 진실(바로가기 링크), 참고기사2 : 추락한 근로자 합판이송, 공사현장 119 기피 여전(바로가기 링크), 참고기사3 : 근로자 재해 사망 日보다 3.5배 높다(바로가기 링크)) 그 이유는 우리나라 산업안전이 잘 지켜져서 사고가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공사장에서 산업 재해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기업에 불이익이 생기고, 부상을 당한 근로자도 재해 신청으로 인해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근로 현상에서 부상을 입어도 웬만한 것이 아니면 쉬쉬하고 넘어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일 년간 산업 재해로 사망하는 사람 수는 약 1천850명으로,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서 사망한 병사 수 (1년 평균 450명)보다도 더 많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여러 가지 만성 질환 문제도 있습니다. 환경오염에 인한 각종 환경 호르몬의 영향과 결혼 시기가 늦어짐에 따른 고령 출산의 영향으로 아토피, 비염, 천식 같은 종류의 병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병들은 완치가 어렵고 꾸준한 치료와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가정에 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 할 정도로 힘들어서, 환자나 가족들이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고기사 : 치사율 낮다고 방치? 죽음으로 내모는 아토피(바로가기 링크))


이런 만성 질환 말고도 아이들의 선천적인 장애나 급성 질병, 정신 질환들도 무섭습니다. 다운증후군, 자폐증, 소아백혈병 같은 장애나 질병은 부모들이 사회생활을 전폐하고 자녀 치료에 전념해야 하며, 주의력결핍장애(ADHD), 틱장애 같은 경우는 청소년기 대부분을 치료와 상담으로 보내야 합니다. 온 가족이 아이와 함께 투병하며 족쇄에 발목 잡히는 것이지요. 치료비도 상당하여 국가 보험이 지원된다 하더라도 웬만한 경제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게다가 자녀를 계속 돌봐주어야 하니 부모 중 한 명은 경제 활동도 중단해야 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정의 경제력은 더욱 곤란해지는 것이지요.


노년기에는 치매와 중풍 같은 노년기 질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의료 기술 발달로 수명은 늘어났지만,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각종 공해 물질에 많이 노출되면서 건강은 더 나빠지게 된 것이지요. 이것 또한 가족들의 많은 희생을 담보로 합니다. 중환자실에서 생명유지장치를 달며 회생의 기약 없이 지내거나 요양원에 머무르며 계속 쌓여가는 치료비에, 가족들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심적 고통을 겪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다 겪어야 할 일인 것이지요.


사람들은 이와 같은 문제들 말고도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사고를 겪습니다. 특히 현대는 빠른 이동수단과 강력한 힘을 내는 도구 등이 늘어나면서, 한 번 사고가 나면 큰 부상과 장애를 남기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이런 때를 대비하여 보험을 들지만 그것도 초기의 큰 비용 부담을 덜어줄 뿐, 수년 간 계속되는 치료비는 금세 가정과 개인의 삶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게 됩니다.


이런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무슨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자녀를 갖고 싶어 낳아 기르다가, 생계유지를 위해 열심히 일 하다가, 혹은 나이가 들어 몸이 쇠약해진 것뿐인데, 이런 사건을 접하면서 환자 자신과 가족들의 삶이 무너지고 미래를 포기해야 하는 아픔을 겪습니다. 미술과 음악에 소질이 있어 두각을 드러내는 아이일지라도 아버지가 과로로 쓰러지고, 조부모가 치매로 고통받으면 자신의 꿈을 접어야 하는 것이지요. 이런 불행은 아무도 예기치 못하게 어느 누구에게도 찾아갈 수 있기에, 그 누구도 여기에 자유롭지 못한 것입니다.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앞서 살펴본 여러 가지 위기들은 개인의 관점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종류의 것들입니다. 어떤 것들은 치명적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지만, 이것들을 묶는 공통점은 "누군가의 삶이 궤도에서 이탈"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점입니다. 사람들의 삶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괴롭히며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지요. 여기에 경제적인 여유마저 없으면 절대적인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이것을 이겨내고 회생하기도 불가능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가 개인소유 중심 사상과 약육강식의 신자유주의 논리가 득세함에 따라, 개인의 위기가 오롯이 개인 홀로 돌파해야 할 성질의 것이 된 것이 그 이유입니다. 개인의 성공을 고스란히 그 개인의 것으로 치켜세우는 것의 반대급부로 개인의 실패를 고스란히 개인이 책임지는 것이지요. 누군가가 불행한 사건을 겪는 것은 단지 경쟁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사회가 나서서 돕는 것은 전체의 성장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가치관이 팽배해졌습니다. 어차피 내가 겪을 위기는 아닐 테니까요.


그래서 간혹 실패를 딛고 재기에 성공한 사업가의 이야기가 언론에 소개되고 열심히 살으라 자극하지만, 그건 아주 특별한 몇 명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실패에서 성공을 일궈냈다면 굳이 뉴스에 나오지도 않았을 테지요. 대부분은 한 번 삐끗한 결과로 죽는 순간까지 삶의 낮은 자리에서 살아갑니다. 가정 불화로 인해 어렸을 적 양질의 교육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 청년이 되어서도 변변한 직장을 얻지 못하여 불행한 가정생활과 노후가 대를 이어가며 반복되지만, 그건 그들의 삶이라고 치부하며 더 열심히 노력하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크나큰 인재 손실을 겪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자연은 모든 사람들에게 각자의 재능을 고르게 나누어주는데, 지금 사회는 누군가의 불행을 개인의 것으로 치부하고, 알아서 이겨내기를 강요합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은 위기를 쉽게 극복하고 자신의 재능을 키워 사회에 기여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위기에 짓눌려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박탈되어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렇게 각 사회 분야에 더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었을 많은 인재들이 사라져가는 것입니다.


보다 효율적, 효과적인 발전을 지향하는 사회라면, 적어도 개인들이 이런 불행한 사건을 겪더라도 극복하고 이겨내어 자신의 재능을 계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재능을 가진 인재들이 교육, 차별, 실업, 질병과 같은 문제들로 근본적인 삶의 위기에 허우적대며 일생을 허비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이지요.


미국의 정치철학자인 존 롤스는 "무지의 베일"이라는 사고 실험(Thought Experiment)을 통해 이와 유사한 논리를 제안하였습니다. 본격적으로 경쟁을 시작하기 전에는 누가 어떤 선택(소질)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무지의 베일"을 쓰고 있는 상태의 정책 결정자들은 모두가 공평하게 같은 경쟁선 상에서 출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이고, 그것이 가장 정의로운 사회라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교육과 의료에 대한 복지, 이것은 포퓰리즘적인 구상이 아닙니다. 도덕이나 윤리를 떠나 사회적 가치와 효용을 기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지금 우리가 개인의 무능력과 불행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최소한의 삶의 여건을 보장해줌으로써,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더 재능 있는 인재들이 길러질 수 있는 기본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지금 바로 『이기심의 종말』을 만나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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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 https://goo.gl/gPqNDA

교보 - https://goo.gl/3hhkU7



<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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