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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Dec 24. 2015

12.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6)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세상

The Winner Takes It All


스웨덴 출신 유명 그룹 ABBA의 가장 잘 알려진 타이틀인 "The Winner Takes It All"은 현시대의 사회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점점 시장 환경은 승리한 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게임이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업계 5위만 하더라도 그럭저럭 먹고살 수 있었던 기업환경이, 어느새 업계 3위는 해야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나오는 상황으로 변했고, 이제는 1위가 아닌 나머지 회사들은 손해를 감수하며 사업을 지탱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들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낙성대경제연구소에서는 국세청에 제출된 상속세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국 사람들의 자산 분포를 추정하는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자산 기준 하위 50%의 사람들이 전체 국가 자산의 2%만을 소유하고 있으며, 상위 10%의 사람들은 국가 자산의 66.4%를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참고기사 : 하위 50% 자산 비중 2%불과, 상위 10의 자산은 66%... 빈부격차 이 정도야?(바로가기 링크))


이 개념은 자주 통계로 소개되는 "소득지표"가 아닌 "소유자산 지표"를 분석한 것으로, 말하자면 "너 한 달에 얼마씩 버니?"가 아니라 "너 얼마나 돈을 가지고 있니?"를 알아보는 자료입니다. 앞선 주제들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소유 자본이 곧 그 사람의 위기대응력 및 경쟁력이 되는 사회에서, 각 개인들이 얼마나 삶의 위기에 취약한 상태인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비유하자면 100명의 사람들이 모여 부루마블을 하는데, 위기탈출권 1,000장 중 하위 50명에게는 20장 밖에 주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그것들을 서로 나누어서 1명당 0.4개 꼴로 가져가지만, 상위 10명의 사람들은 664개를 나누어 1명당 66.4개를 가져가는 것이지요. 이제 게임을 시작하면 누군가는 위기탈출권을 한 장도 받질 못해 한 번의 불행도 견디지 못하고 거꾸러지지만, 누군가는 66번이나 실수를 저질러도 안전하게 게임을 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비약일 런지 모르겠지만, 현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가정 중 절반 이상의 아이들은 애초에 중상류층 아이들과 다른 교육을 받고 자라나며사회에 나와서도 변변한 직장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세상 물정에 어두워서 사기라도 한 번 당해 재산까지 모두 빼앗기고 빚까지 얻어버리면, 다시는 회생할 가능성이 없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이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였는데, 이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일어날 사건들의 예고편입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최고인데, 그중 빈곤층의 자살시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참고기사 : 대학생, 빈곤층 자살 급증.. 취업, 진로 문제 탓(바로가기 링크))


그럼 이런 빈부격차가 왜 지속가능한 사회의 위기를 불러온다고 말하려는 것일까요? 단순히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 자체를 이야기하려는 게 아닙니다.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온정주의적 논의도 아니고, 공산주의나 파시즘처럼 모두가 똑같이 행동하고 고르게 분배하자는 등의 주장도 아닙니다. 자연적으로도 누군가는 많이 갖고 누군가는 그렇지 못하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니까요. 


먼저 승자가 지나치게 많은 부를 독점하고 있으며, 부의 집중이 다시 순환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여기에 가진 자들은 자본력을 동원하여 부가 순환되지 않도록 제도화시키고 있으며, 때로는 그 방법이 정의롭지 못하기까지 한 것이지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단지 못난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원천적으로 경쟁의 기회가 박탈되는 억울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앞선 주제("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바로가기 링크))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자연적으로 다수에게 고르게 분배된 재능이 묻혀서 발휘되지 못하는 것이지요.


장기적으로는 사회의 전체 이익을 해치고, 발전을 역행시킬 정도로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더 값싸고 효율적이며 공해가 적은 기술이 개발되어도, 가진 자의 산업 시설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본의 논리로 사장시킵니다. 가장 최신의 기술을 개발해도 경쟁자가 위협이 되기 전까지는 공개하지 않습니다. 더 좋은 제품이 나와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음에도, 지금 만든 제품의 이익을 최대한 거두어들인 후에 발표하는 것이지요. 신자유주의 물결이 일면서 전기와 수도 같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공재를 사유화하여 개인의 재산으로 가져가기도 하였습니다. 그 몫은 고스란히 인프라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전가되어, 삶의 자유와 성장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저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위기의 본질은 이런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시대가 다수의 사회 구성원에게 삶의 의지를 빼앗아간다는 것입니다. 이번 한 생을 살고 가는 것이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전쟁이나 대기근, 혁명 같은 예기치 못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앞으로 몇십 년간, 지금 살아있는 세대들이 죽기 전까지는 그냥 이대로 흘러갈 테니까요.


가난하고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사람들만 사는 동네를 따로 만들고, 부유한 사람들만 모여 살면 슬럼가의 범죄 위협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더 주고 사설 치안력을 갖추어도 되고요. 다수의 사람들이 출발선부터 다른 경쟁을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누군가는 경쟁에서 질 것이었고, 그게 조금 먼저 결정된 것뿐이니까요. 쓸데없이 공정한 룰을 갖추는데도 복잡스러우니, 모두가 그냥 자기 본분을 알고 그에 맞추어 살면 참 편하고 조화로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미래 세대의 삶은 어떠할까요? 사회적 부는 점점 더 소수의 사람들에게 집중될 것이고, 지금은 중상류층의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더라도 나의 자녀, 손자, 증손녀는 빈곤층으로 전락해버릴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다수의 대중이 삶의 의지를 잃게 되면 사회의 발전 속도는 점차 더디어질 것입니다. 그들은 점차 아이들도 낳지 않겠지요. 종국에는 이 사회를 지탱할 사람조차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후에는 외국 이민자들이 이 땅을 차지하여 더 이상 한국인을 찾아보기 힘든 나라가 될 것입니다. 내가 지금 느끼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 관습들은 사라져버릴 테지요. 그때가 되면 그에 맞는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고 사회가 시작되겠지만, 지금 내가 누리는 그것과는 전혀 다를 것입니다. 아마 우리를 기억하는 사람도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사책 속에 잊힌 세대가 되어 교과서 한쪽에 몇 줄로 간단히 쓰이고 말아버리겠지요.


우리가 이런 일을 미래에 겪지 않고, 후세 사람들이 우리를 기억하며 자랑스러운 역사의 순간으로 기록해주길 원한다면, 사회가 지속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찾아 우리 스스로 깨닫고 변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지금 바로 『이기심의 종말』을 만나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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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 https://goo.gl/gPqNDA

교보 - https://goo.gl/3hhkU7



<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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