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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Apr 17. 2016

모두가 짊어진 공공의 업(業)에 관한 이야기

4.16 세월호 참사와 11.13 파리 테러에 대한 대중의 책임 

인과응보. 뿌린 대로 거두리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교와 철학의 근원에는 "인과응보, 사필귀정, 뿌린 대로 거두리라"와 같은 인과율이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윤리적 담론에도 "네가 선한 행동을 한 만큼, 타인으로부터 선한 보답을 받을 것이다"는 가르침이 등장하고, 현대 사회의 풍요를 꽃피운 서양과학에도 원인과 결과의 물리적 실체에 대한 검증을 기초로 한 과학적 방법론이 사용됩니다. 인과율의 법칙은 개념적으로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지요.


개인적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과 법칙을 이용하여 해석하고 대응 방법을 마련합니다. "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누가 혹은 왜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지?"의 질문들을 해가면서 나름의 답을 찾아가지요. 그러다 어느 시점에 이르면 "그런 일을 당할 만도 했다." 같은 자기 수용이나, "실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겠다." 같은 행동지침을 마련하고, 인과율의 관점에 따라 상대를 납득시키려 노력합니다.


이는 상대방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왜 그런 일을 경험하게 되었는지, 그것이 누구의 탓인지?" 등을 고려하며 사건을 이해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되지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는 사회적 사건에 대해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사건이 어떻게 해서 발생했는지, 왜 그런 일을 겪게 된 것인지?" 등을 생각하며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자기 입장을 세우게 됩니다.




동·서양의 인과율 인식 범위


그런데 대개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인과율의 범위는 단편적이고 표면적인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사건의 당사자가 본인이 아닐 때에는, 정보 및 동기의 한계로 인해 더욱 그러합니다. 나와 관계없는 일에 대해서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상황의 정합 여부를 알고자 할 필요도 없고, 알 방법도 마땅치 않은 것이지요.


사회 문화적인 분위기도 인과율 인식의 범위에 영향을 미칩니다. 타인을 배제하고 자신의 안위에만 신경 써야 하는 경쟁적 문화, 과학적으로 측정이 가능한 영역에 대해서만 지식의 진위 여부를 판정하는 서양 과학적 관점은, 눈에 보이는 현상에 한하여 일차원적 관계로써 인과를 인식하고 세상을 해석합니다. 딱 적절한 예는 아니지만, 생활이 곤란한 저소득층 일수록 가난의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치부한다던지, 21세기가 되어서야 소비자 감성 중심의 경제학이 등장한 것을 보면, 경쟁적 문화 및 서양의 세계관이 지닌 인식 범위의 한계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반면 동양의 세계관에서는 인과율의 인식 범위가 서양의 그것보다 훨씬 넓습니다. 동양의 이론 철학에서는 눈에 보이는 현상 이면의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음양론, 이기론 같은 학문을 발전시켰고, 불교에서는 사람의 생을 넘나드는 업(業)과 인연의 인과를 설명하였습니다. 서양의 관점에서는 미신과 비과학으로 치부되었을 관점의 이야기들을 "자연법칙"으로 받아들였던 것이지요. 사람들은 나라에 가뭄이 들면 임금이 부덕한 탓이라던지, 전생에 악한 행위를 해서 이생에 미천한 존재로 태어났다던지와 같은 이야기들을 믿었고, 그에 따른 삶의 지침을 만들어 생활하였습니다.




서양식 인과 법칙의 확장과
공업(共業)에 대한 생각


21세기 들어 서양 중심의 과학 및 사회학은, 양자 역학이나 빅데이터 같이 기존의 상식이나 법칙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학문, 기술을 맞이합니다. 양자 단위 세계에서는 고전 물리학 관점에서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인과관계가 성립했고, 빅데이터 기술에서는 인간이 추론할 수 없는 영역에서 데이터 상관성이 발견되며, "무형의 차원", "거시적 차원"의 인과에 대한 가능성이 확장되었습니다. 그에 앞서 등장한 카오스 이론에서는 브라질 아마존에 사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킨다는 "나비효과"의 예시를 들어, 사소한 개인이 거대한 사회 현상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인과율 인식 범위의 확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지요.


이렇게 확장된 인과율의 법칙, 불교식 표현으로 공업(共業)의 관점으로 보는 정치 사회적 사건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했던 관습적 사고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함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11.13 프랑스 파리의 테러나 4.16 세월호 참사의 사건들이 사소한 개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절대 그렇지 아니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2015년 11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ISIS에 의한 민간인 무차별 테러는 국제 사회의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그중에 가장 큰 이유는 "왜 아무런 죄가 없는 민간인을 공격하느냐?"에 논리였지요. 정정당당하게 군인은 군인끼리 싸워야 함에도, 군인의 신분에 준하는 테러리스트들이 평화로운 민간인을 죽였다는 데에 비신사적이고 비윤리적인 지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들은 정말로 아무런 죄가 없는 민간인이었을까요? 만약 프랑스 국적이 아닌 외국의 관광객이라면 "무고한 시민"이라고 칭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ISIS 격퇴에 군대를 투입한 프랑스 정권과, 그 정권을 옹립하는데 한 표를 행사한 시민은 일말의 책임이 없는 순수한 중립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들이 가진 책임의 수준에 비해, 받은 대가가 너무 가혹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프랑스가 ISIS 근거지를 폭격함으로써 발생한 민간인 피해는 어떠한가요? 대의를 달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희생이라며 겉으로는 사과하며 폭격을 계속하는 프랑스 정부나,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 않고 모두를 적으로 규정하여 공격하는 ISIS나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프랑스 공군에 의한 폭격으로 희생된 시리아 민간인이나 ISIS 테러로 희생된 프랑스 민간인이나, 자신들의 기반으로 이루어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일 뿐입니다. 굳이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상대 국가를 손가락질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정부를 먼저 탓해야 되겠지요. "무고한 시민" 같은 말을 운운하는 것은, 오히려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말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4.16 의 공업(共業)


2014년 4월 16일의 사건도 그러합니다. 세월호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그 사건을 대하는 정부와 사회는 "민주시민"의 한 표와 하나의 생각들이 모인 그 자체이기에, 투표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있을 수 없습니다. 내가 어떤 생각으로 누구를 지지하였든 혹은 정치에 실망하여 아무런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든 간에, 결과는 그렇게 나타났고 그에 대한 책임은 국가로 묶인 우리 모두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것은 사소한 개인들마저도 무거운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는 사건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이를 단편적이고 표면적 수준의 인과율로 해석하고 받아들입니다. 언제든 일어날 수도 있었던 대형 사고, 일부 운이 나쁜 사람들이 겪은 불행 따위의 인식으로 말이지요.


4월 16일의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모두 짊어지고 있는 공업(共業)입니다. 사건이 일어난 일 자체가 우리 사회가 뿌린 씨를 거두었던 결과이며, 그것에 대처하는 지금의 실망스러운 모습 또한 그동안 우리 행동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에 대해 여전히 개인의 단편적이고 표면적 인과율로 치부하고 행동한다면, 언제든 더 큰 공업(共業)의 업보가 우리에게 닥칠지도 모를 일입니다. 너와 나를 가리지 않고 우리 모두가 동시에 겪을 큰 재앙으로 말이지요.


다행인 것은 세월호 2주기를 맞아 그들을 기억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며, 그 힘이 모여 서서히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를 바로잡는 방향을 향해가고 있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만약 깨어있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어 그것들을 청산하고 바른 사회가 이룩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 대한 공업(共業)의 청산이 될 것이며,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희생자가 아닌 의인으로 우리의 기억에 남게 될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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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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