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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Apr 13. 2016

인성 교육의 경제적 효용에 대해서

우리가 인성 교육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인성의 중요성은 도덕적 차원 그 이상이다


"인성" 이란 단어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 떠올리시나요? 사람다움, 인본적 가치, 뭔가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무엇인가 따뜻하고 포근한 감정이 드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이 다른 이들과 사적인 소통을 할 때나 공적인 업무를 수행할 때에도, "인성"이 있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호감을 느끼고 함께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듭니다. 인성이 그릇된 사람보다는 훨씬 나를 잘 이해하고 수용해 줄 것 같은 생각, 나를 더 성장시켜줄 듯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우리 사회에 "인성"의 가치가 등장하기 시작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학교 및 조직 사회에서 비인간적 처사들이 많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인 것 같습니다. 어른들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학교 폭력 사건이나, 주변에 만연한 집단 따돌림, 회사 내에서의 폭력적 행동과 반인륜적 범죄들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사람들은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되었나?" 하는 탄식과 자조를 내뱉었습니다. 이에 사회 전문가들은 "인성의 실종", "인문의 위기" 같은 개념을 주장하였지요. 사회가 경쟁 위주의 약육강식 문화로 흘러가면서 학교고 사회 집단을 막론하고, 타인의 처지에 무관심하고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아랑곳하지 않는 부끄러운 사회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타났고, 실제 인성 및 인문을 위한 여러 행동가들이 활동도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수업을 설계하는 교사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워크샵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행하는 시민단체, 불행한 사건으로 고통에 처한 사람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 소셜 펀딩을 주도하는 기업, SNS 나 글쓰기 활동을 통해 인문의 부활을 주장하는 작가들이 사회 곳곳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들 덕분에 메마른 사회에서 "그나마 아직은 사람 사는 곳"이라는 위안을 얻으며 살고 있습니다. 비록 그 움직임이 소수일지라도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인성을 회복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지 "따뜻함", "사람다움" 같은 도덕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물론 그것이 가장 핵심적인 가치이긴 하지만, 앞으로 변화할 경제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각 개인은 인성을 필수로 갖추어야 합니다. 특히 지금 학교 교육을 받고 있는 청소년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경제적 성공을 위해 인성이 필요하다니.. 과연 무슨 말일까요? 




감성적 네트워크, 새로운 시장 언어


제러미 리프킨 교수가 예측한 미래 사회는, 각종 생필품의 생산에 드는 비용이 제로에 가까이 떨어지는 "공유경제"의 사회, 『한계비용 제로 사회』의 모습을 취하고 있습니다. (동명의 저작도 있지요. 관련한 내용은 저의 다른 글 링크를 참조하세요.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태양광 패널 인프라 확충에 따른 전기 에너지의 저렴한 생산, 전기 자동차 확대에 의한 상품 유통 비용의 최소화, 이미 우리가 만끽하고 있는 정보 인터넷을 통한 각종 자원의 효율적 배분으로 말미암아, 거대 자본으로만 달성 가능했던 규모의 경제를 벗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기존 사회는 어찌 되었든 자본력을 갖추고 있어야 어느 정도 삶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다가올 미래 사회는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자가 물품 생산 및 소형화 공장이 등장하고 저렴한 비용의 에너지로 싼 가격에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시키니, "적게 쓰고도 지금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이지요.


이런 사회에서는 소비의 문법이 변화하게 됩니다. 거대 자본 및 중앙 집중형 생산 권력에 의존했던 시대에는 시장의 권력이 생산자에게 있지만, 누구나 손쉽게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에는 소비자에게 시장 권력이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터넷, 스마트폰, SNS 등을 통해 사람들 간 소통 제약이 사라지면서, 예전보다 훨씬 쉽게 정보가 공유되고 하나의 뜻으로 뭉쳐 행동하는 소비자 집단이 형성되기 시작했지요.


ZARA나 H&M 같은 겉으로 화려한 유명 패션 기업이 자사 제품 생산을 위해 제3세계 아동의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뉴스가 퍼지면서 순식간에 전 세계적 불매운동이 일어난 사건, 남양 유업 본사의 대리점 갑질 사태에 대해 사회적 파장이 커져 기업 매출이 곤두박질친 사건 등은 소비자 집단이 가진 권력의 힘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실제 이 사건을 통해 ZARA와 H&M은 아동 노동으로 상품을 만드는 협력 업체와의 거래 계약을 중단하였고, 남양 같은 경우엔 회장 및 이하 임원들이 나와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결과를 이끌어 냈지요. (사족이지만 그렇다 해도 두 사건 모두 완전한 문제 해결이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해지고, 소비자가 직접 생산에 나서는 프로슈머의 시대가 되면서, 더 이상 자본력만으로 시장을 장악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제품의 품질보다, 멋진 "마케팅"이 기업 생존에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으며, "마케팅" 또한 기성의 매스미디어를 넘은 소셜 마케팅이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되었지요. 물론 자본력을 이용한 마케팅 시장의 선점은 기존의 대형 기업에게 확실히 유리한 상황이지만, 이제는 작은 기업이라도 양질의 상품과 멋진 기획으로 거대 기업의 아성을 흔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장 권력이 소비자에게 넘어갔다는 것은 이제 기업들이 소비자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 정보통신 기반의 경제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기업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충성 고객으로 브랜드를 따르고 있는지가, 기업의 성장과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잘 알고, 무의식적인 가려움을 잘 긁어주는 상품과 마케팅이 소비자를 움직이며, 그것이 기업 매출로 이어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자본과 기존 시장 지배력으로 소비자 위에 군림하려는 기업은 금세 사람들의 외면을 받게 되었지요. (「한국 기업의 혁신이 어려운 이유」에 유사 사례를 소개해 두었습니다.)




인성은 곧 타인의 마음을 읽는 감성이다


그럼 왜 인성이 중요할까요? 그것은 "인성"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감성, 즉 공감 능력에 기초하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옆 친구가 슬퍼하는지, 기뻐하는지, 괴로워하는 지를 직감적으로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행동함으로써 친구의 감정을 배려해주는 훈련에서 "인성"이 자라납니다. 나의 이기적 이익을 절제하여 타인이 고통적 손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조력하는 데에서,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한 따뜻함과 사람다움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고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지요. 만약 그런 사람이라면 나에게 건네는 인사 한마디가 다를 것입니다. 나에게 취하는 행동 하나에도 진정성이 느껴질 테지요. 게다가 그가 만든 상품은 또 어떠할까요? 그가 기획한 마케팅은 얼마나 나의 마음을 움직일까요?


머리로만 아는 윤리적 행동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도덕적 진정성을 능가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감동 공식에 따라 만드는 똑같은 기업 홍보 영상이라도, 인성을 갖추고 사람을 진실되게 잘 이해하는 자가 만드는 영상은 잊히지 않는 울림을 선사합니다. 그 힘이 소비자를 움직이고, 브랜드 충성도를 올릴 것이며, 인적 네트워크의 플랫폼을 구성하여 기업 성장의 탄탄한 기반이 될 것임은 당연한 결론입니다. 여기에 기업이 갖고 있는 상품 그 자체가 사람의 따뜻함을 내세울 수 있다면 그 힘은 더욱 배가되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인성 교육을 주장하고 있지만, 위에서 설명한 이유들로 인해, 지금의 청소년들에게는 경제적 관점으로도 인성 교육은 필수로 시행해야 합니다. 교과서로 배우는 도덕과 인성이 아니라, 직접 친구들과 살을 맞대고 부딪히며 때론 다투고 질시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필요하지요.


그러나 지금처럼 단일 성적 중심의 무한 경쟁 시스템이 지배하는 교육에서는, 소수의 타고난 학생을 제외하고는 인성의 습득을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도덕 시간에 따뜻함의 가치를 배우면서, 수학 시험에서 어떻게든 친구를 이기기 위해 컨닝을 불사하도록 만드는 구조이니까요. 인성을 목표로 한 우리 교육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바로 전에 올린 「한국 교육의 현재와 미래」의 글에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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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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