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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Mar 29. 2016

위기 상황의 국가는 어떻게 혁신할 수 있을까?

기업의 혁신에 대비하여 본 국가 거버넌스의 한계

앞서 『민주주의는 과연 최선의 정치제도일까?』(바로가기 링크) 글의 다음 편 격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먼저 글을 읽어 보신 뒤에 본 글을 보시면 주제를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실 듯합니다.



먼 곳의 민주주의, 가까운 곳의 전제주의


이전 글에서 민주주의와 그의 반대편에 있는 독재/전제주의의 장점과 단점을 살펴보면서, 형식적 민주주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인본을 위한 분권적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민주주의는 가장 발전된 운영 거버넌스이고 우리 사회도 그것을 채택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우리 생활 가장 가까이는 민주주의가 아닌 전제적 요소로 이루어진 소(小) 사회인 경우가 많습니다.


의식주 해결에 필요한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직장 생활 및 기업 경영은, 기업의 소유권 혹은 경영권을 가진 CEO에 의해 전제적으로 운영됩니다. 정치에서는 1인 1표의 권리로 국가 운영에 자기 의사를 행사할 수 있지만, 우리의 삶에 맞닿아있는 경제생활에서는 회사의 근속 연수나 정직원/계약직 여부에 상관없이, 회사 주식의 보유수에 따라 회사 운영의 권리가 주어집니다. 회사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근로자라도, 회사 주식을 일정 지분 이상 가지고 있지 못하면 철저하게 경영자의 명령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 비민주적인 시스템이 바로 기업인 것이지요. (비민주적이라 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


우리나라 기업의 대부분은 오너가 경영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경영자의 전제적 권력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노동법 등의 외부 제도 보완을 통해 근로자의 권리(급여, 복지, 해고에 대한 보장)가 보호받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회사 내 인력 운영은 경영자의 전적인 판단으로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연유로 명예퇴직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직원에 대해 하루 종일 벽만 쳐다보고 있는 위치에 인사발령을 낸다던지, 책상을 빼버리고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러 오는 휴게실에 대기발령을 시키는 비윤리적 행위가 합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기업은 어디까지나 투자자가 자신의 돈을 들여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며, 기업이 흥하고 망함에 따른 모든 책임과 리스크는 소유주에게 있습니다. 경영 실패의 실질 책임을 직원들이 나누어 부담해 줄 것이 아닌 이상, 제 돈을 써가며 운영하는 회사에서 자신의 의도에 따라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그보다 억울한 일은 없겠지요.(적어도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가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아울러 경영자가 제 의지에 따라 최대한 회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은, 이윤 추구의 동기를 자극하여 사회 전반적 생산력을 끌어올리는 시장경제의 저력이기도 합니다.




기업의 위기극복을 위한 혁신


한편 기업이 시장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내부 문제에 직면하여 위기에 처하게 되면, 경영자는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혁신을 단행합니다. 신사업 모델을 발굴하여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거나, 기존 사업의 효율화를 꾀하여 원가 절감 및 수익 향상을 얻어내기도 하고, 상품 포지셔닝을 변경하는 등의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도 합니다.


보통 이런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직원들의 직무 재조정이 이루어지는데, 대개 그 방식은 일방적인 명령과 수락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업무 동기 향상을 위해 단합 이벤트를 시행하고 변경될 직무에 대해 근로자의 의사를 구하는 작업도 병행하지만, 최종적으로 직위와 역할의 여부는 경영자의 의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리고 회사 내 직위와 역할의 변화는 그것이 강압적이든 그렇지 아니하든, 누군가에겐 불만과 낭패감을 느끼게 합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변화와 도전을 귀찮아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위기 상황에 처해있을 때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하겠지요. 하지만 근로자가 불만을 갖고 있다 해도 별도로 행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업무 조정이 불법적 행위도 아니거니와, 전제적 경영 환경을 감안하였을 때 제안을 묵묵히 수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이득이니까요.


근로자가 정말 아니다 싶을 때에는 퇴사 및 이직을 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상 개인이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지 않는 이상 그렇게 하기에는 큰 리스크를 짊어져야 합니다. 퇴사 후 경제생활을 보완할 수 있는 사회 보장도 미미한데다가, 나이가 서른 중반이 넘으면 새로운 직무를 배워 신입으로 채용되기도 어렵고 경력직으로 다른 회사의 중간 관리층에 합류하기에도 껄끄럽기 때문입니다.


어찌 되었든 기업의 소유권을 가진 경영자의 전제적인 기업 혁신 시도는,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수월하게 이루어는 편입니다. 주요 주주가 많아 경영권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회사에서도, 선임된 경영자의 사업 전략이 의결되면 그에 따르는 세부 혁신의 과정은 경영자에게 일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국가가 위기에 대응하는 혁신의 한계


반면에 민주주의 제도 및 삼권 분리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국가의 위기 상황은, 전제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됩니다. 기업 혁신의 만능키(?)로 애용되는 근로자 해고의 개념도 없거니와, 국가 운영기관 혹은 사회 여러 영역의 구조조정에는 어마어마한 역풍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우버 서비스 도입에 대한 택시 업계의 반발을 보면 그 사례를 알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기업의 경영자처럼 독단적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강압적으로 수행할 수도 없으며, 만약 그렇게 하려든다하면 그 즉시 여러 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정치 생명을 마감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위기에 처한 사회 구성원들이, 지금의 한국처럼 파편적으로 제 이익만 부르짖는 상황이 더해지면 혁신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되고 맙니다. 대의를 위해 어떤 부분에서는 이익을 양보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며, 누군가는 상대적 혜택을 보게 되는 일이 벌어지는데, "제 몫"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 어떤 것도 양보할 수 없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투쟁의 현장으로만 비칠 뿐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열린 토론의 문화가 정착된 사회라면, 국가 위기가 치유 불가능한 수준으로 번지기 전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사회 각계의 합리적 양보를 통한 자정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닫혀있어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사람들이 사회 위기에 관심을 갖지 않는 상황에서는, 위기가 누적되어 국가가 망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뼈를 깎는 고통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누군가의 가정이 붕괴하고 누군가의 삶이 파탄 나는 비극을 겪게되는 것이지요.


그나마 고통의 혁신을 감내하는 것도 다행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끝내 아무도 제 이익을 포기하지 않고 서로 문제의 책임만 전가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정치 경제적으로 후진국이 되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법치가 작동되지 않고, 공무원들은 뇌물에 의존하며, 일상에 범죄가 난무하는 무법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회는 군사 혹은 경제적 독재자가 나타나게 되지요. 어쩌면 힘든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극약처방인 파시즘, 나치즘과 같은 전체주의적 정권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1960년대 필리핀과 2000년대의 멕시코가 전자에 해당한다면, 1차 세계대전 후의 독일과 이탈리아는 후자에 해당하는 예입니다. (특히 독일 및 이탈리아의 전체주의 정권이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 합법적으로 탄생하였다는 점에서, 위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근시안적 행동을 엿볼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결국 민주주의가 갖는 인본적 가치를 고수하길 원하면서도, 민주주의의 경직성으로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순적 상황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더욱 가중시킬 것입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국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국민들이 선진시민 및 대의적 공동체 의식을 갖추고 상식에 기반한 소통과 자율적 조정을 이루는 것 - 즉,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지만, 솔직히 저는 우리 사회의 시민 의식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베일에 가려진 정치 공작과 눈속임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 개인 이기주의와 무사 안일주의 등이 팽배해 있기 때문입니다.


나 하나만 혹은 내 자식만 어떻게든 혜택을 보려는(혹은 손해를 입지 않으려 하는) 꼼수를 낯부끄럽지 않게 시도하고. 학교는 물론이거니와 회사 생활, 사적인 대인 관계에서도 상하적 수직관계에 따른 명령과 통제에 익숙하며, 민주적 거버넌스에 필수적인 자율과 주체적 행동을 불편해합니다. 자신의 권리를 사익의 충족에만 활용하고, 타인의 억울함은 나몰라라하면서 힘을 가진 사람에게는 군말없이 복종하는 사회 문화에서는, 민주주의 제도가 오히려 사회악이 되어 제 목을 졸라맬 것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사회 문화가 완전히 바뀌기 위해서는 최소 3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도 지금 이 시점부터 민주 시민 양성을 위한 제대로 된 교육 체계가 바로 잡히는 것을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과거 6·25 전쟁의 상흔과 서슬 퍼런 독재 정권의 트라우마가 남은 세대들이 물러나고, 합리와 상식에 기반한 인본적 교육으로 새롭게 교육받은 세대가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점이, 비로소 민주주의적 가치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수준의 성숙된 사회 문화가 자리잡는 때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전제로 말했다시피 현행의 목적 없는 수구형 교육 시스템이 건재하여 명령과 통제에 익숙한 기계적 학생들을 양산하는 한, 대한민국은 나라가 사라지는 그 때까지도 이런 수준의 사회를 답보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혹은 또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어쩌면 다소의 민주주의 가치를 포기한 채, 선의를 가진 절대적 영웅이 나타나서 우리 사회를 철저하게 갈아엎는 혁명을 기대볼 수도 있을까요? 아예 새로운 그릇에서 다시 시작한다면 적어도 거버넌스의 장벽에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은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선의를 가진 절대적 영웅의 등장) 너무나 낮은 확률이겠지만, 어쨌든 사회 위기의 극한이 전제적 정권의 등장을 가져온다면 우연적 기적을 기대해보는 것 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을 듯합니다.


안타깝게도 2016년의 세계정세와 국내 경제 상황은 장기적 미래나 우연적 사건을 기대할 여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민주적 권리를 개인 이기주의와 무관심으로 오용한다면, 지금보다 더 극단적인 사회 전체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며 그 끝은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앗아가게 될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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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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