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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Dec 25. 2015

2015 개정교육과정에 대한 원론적 비판

창의성과 인성을 책으로 배우라고요??

22일 교육부는 2018년 고1 교육과정부터

문·이과 구분 없이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배우고, 중학교에서는 소프트웨어 교육이 필수로 들어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했습니다.


이제 지금 중학교 1학년인 학생들은 고1이 되는 2018년도부터 학생들을 문과, 이과로 나누지 않고 "공통과목"으로 국, 영, 수,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통합사회는 인권, 시장, 정의, 문화 등의 대주제를 골라 "사회적 갈등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통합과학은 물질과 규칙성, 변화와 다양성 등 자연현상에 대한 4개의 핵심 개념으로 재편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합한 교육 과정을 적용키 위한 조치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 8년간 무려 4차례에 걸친 대대적인 과정 개편(부분 개정은 더욱 많았고요..)이 지나온 역사를 보면 이번 교육과정을 신뢰할 수 없음은  마찬가지입니다. 일례로 현 고등학생의 교육과정 시행 일정표를 보면 아래처럼 거의 매년 입학 연도에 따라 다른 교과 과정을 배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등학교 입학 연도별 교육과정 적용 일정표


한 번의 교육과정이 개편되면 일선의 교사와 학생들(특히 부모님들)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지, 거기에 일생에 단 한 번의 기회인 학창 시절을 이렇게 실험주의로 누더기가 돼버린 교육을 받게 되니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의도에 따라서 교육과정이 잘 설계되어 적용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이번에 발표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일선의 교사와 교육 전문가들이 발표 전부터 크게 우려하며 신중히 접근할 것을 요구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기사 : 2015 개정 교육과정기준 고시가 연기되어야 하는 7가지 이유 (바로가기 링크))



문·이과를 통합하여 공통과목으로 구성하는 것은

창의성의 바탕이 되는 학제 간 융합의 기본이기는 합니다. 이는 수능 시험이 지향하는 사고 능력의 향상, 융합인재교육(STEAM)의 도입과 같은 형태의 연장선에 놓인 정책이지요.


교육과정이 변화하는 미래에 적합한 창의적 인재를 지향한다지만, 그 방법은 전혀 창의적이지 않다는 데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창의성을 지식으로 암기시켜 넣겠다는 발상이라는 것이지요. 마치 인성을 교과서로 가르쳐서 함양시키겠다는 것과 같은 사고방식의 접근이기도 합니다.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시행하는 사람들조차 애초에 지식 암기 위주의 사고방식으로 학습한 사람들이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새로운 교육과정을 세우기 위한 기반 조사가 철저해야 하고, 교육과정의 틀을 마련했다 하더라도 전체에 적용하는데 부족함이 없는지 파일럿 운영들을 통해 더 다듬고 보완했어야 합니다. 졸속으로 공청회를 실시하고 각계의 의견을 듣는 시늉만 하고 수렴하지는 않은 채 일방적으로 시행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입니다.


창의성은 학생들이 활동하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결과물이지 그 자체를 학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문·이과 통합을 목표한다면 그것은 지식의 통합이 아니라  사고방식을 통합시키는 과정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과제들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생각의 방법을 정교화하고 확장시키는 것이 진짜 교육의 목적입니다. 과제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지식은 부차적인 것이 됩니다. 지금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몇 년만 지나도 유통기한이 지난 지식이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런 방식의 수업에는 교과서(지식) 중심이 아니라 교사와 교사의 교수 방법(과정)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지식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은 쉽지만, 학생이 예전에 비해 얼마나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생각의 방법이 정교화되었는지 평가하는 것은 표준화된 도구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학생의 어떤 상태를 기준으로 보상과 처벌을 사용하여 학습 성과를 끌어올릴지 명확히 기준하고 전국의 교사들이 공통적인 기준에 따라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합니다. 일선의 교사들도 지식 위주의 암기 수업에 익숙해져 있는 탓에 새로운 교육 방식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 몇 년간의 시행착오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교육을 넘어 대학 입시와 취업 구조의 변화도 동반돼야 합니다. 현행 교육 문제의 원인은 일렬로 기준하여 직원 채용을 용이하게 만든 기업 사회와 정부 제도, 대학 정책에 있기 때문입니다. 중, 고등 교육과정에서 제 아무리 좋은 교육 과정을 설계한다 해도 학부모들은 결국 좋은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 움직입니다. 그 탓에 사교육 시장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창의적 인성을 위한  사교육"과 같은 웃지 못할 학원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최근 시행한 정책 중에 그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  "자유학기제"입니다. 중학교 한 학기에 시험을 보지 않고 학생들이 적성을 찾는 다양한 활동에 집중하게끔 한다는 취지로 시작되습니다만, 오히려 사교육 업체의 배만 불려준 현상만 나타났습니다. 시험을 보지 않아 부담이 적을 때 부족했던 과목을 복습하고 선행 학습을 해두면 다음 학기 시험에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지요. 학생들이  하나둘씩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니, 사교육 생각이 없던 부모들도 걱정이 되어 수학 학원  하나쯤 보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고, 아직은 좀 더 다듬어야 할 부분도 많기에 개선해 나가야 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대입을 목적으로 중, 고등 교육과정 전체에 설계된 상대평가 위주 제도입니다. 이것이 전면 개편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정책을 제시한다 하여도 학부모들은 다시 대학 입학을 목표로 또 다른 사교육을 찾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럽게 취업-입시-공교육 구조의 가장 꼭대기에 있다 할 수 있는 대기업 중심으로 스펙 블라인드 면접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과도기에 불과하고, 그보다 기존 교육 사상 탓에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으로 인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집니다. (관련글 - 탈스펙, 스펙 파괴 면접의 아이러니(바로가기 링크))


핀란드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피폐했던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국가 운영 기조를 "교육" 중심으로 잡고 모든 사회 정책을 "교육 사상"에 의거하여 운영하였습니다. 그리고 국민들도 "교육 사상"을 삶의 근간으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경제적 활동, 교육과 양육, 정치적 의사결정까지 교육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기에, 우리나라가 시행하려는(그리고 실패한) 선진 교육 제도가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꾸기에는 너무 거대하고 복잡화되어 있을 지도 모릅니다. 한꺼번에 바꾸기에도 어렵고 자원도 많이 투입됩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제도가 성공을 할 것이라고 100%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기에 현 사회 구조와 분리되어 운영될 수 있는 작은 규모의 생태계를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그곳에서의 성공 경험들(학생, 교사, 수업과정)을 발판 삼아 전국으로 확대시키는 것이 보다 안전하고 빠른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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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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