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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Jul 29. 2024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

미래 선진 한국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코어 심벌에 관하여


종교와 사상의 힘


권광영 작가의 『대전환기, 한국의 미래를 만드는 세 가지 힘』에서는 유대인들의 독특한 종교관을 소개한다. 그들은 신이 이 세상을 창조했으나 아직 미완인 상태이며 자신들이 그 완성을 만들어가는 존재라고 여긴다. 그런 이유로 유대인들은 삶을 낭비하지 않으며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자신이 얻은 부를 타인에게 나누는 행위를 "신의 대리자로서 마땅히 해야할 의무"라고 여긴다.


기독교적 전통으로서의 서양 엘리트의 세계관도 이와 유사한 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칼뱅주의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곧 그가 구원받은 자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증거"라는 사상으로, 검소하고 성실한 삶을 마땅한 의무로 여기며 자신이 이룩한 부를 타인에게 나누는 행위는 하느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자 공동체를 건강히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방법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불교에서의 대승 사상도 이와 비슷한 점이 발견된다. 최진석 교수의 『건너가는 자』에 따르면, 대승 불교에서는 속세와 불국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모두가 연결된 관계로서 극단적으로는 중생이 해탈해야 보살도 해탈한다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보살도(菩薩道)를 내세운다. 보살의 실천 덕목인 육바라밀의 첫째로서 보시(布施)는 자비심으로 자신의 재물이나 지혜를 베풀어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중생을 구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종교, 사상이 한 사회의 부흥에 끼치는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위에 언급한 예시들은 두 가지 공통점을 보이는데, 첫째는 본능에 따르지 않고 인내하고 노력하는 삶의 이유를 제시하여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사는 데 동기 부여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렇게해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부를 독식하거나 헛되이쓰지 않고 다른 사람(성공하지 못한 자들)에게 나누는 부의 재분배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점이다.


어느 한 사회가 성장하고 부흥하기 위해서는 "성공하는 자", 앙뜨레프레너가 나와야 한다. 그 힘으로 말미암아 그 나라의 국력은 강해지지만 불가피하게 자원이 편중될 수밖에 없다.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이 발생하고 이는 하위 계층으로 하여금 두 가지 선택을 하도록 강제한다. 하나는 원민(怨民)으로서 죽창을 들고 시스템을 붕괴시키려는 시도이며, 나머지는 희망을 잃은 군중으로서 일도 하지않고 출산도 포기해버려 사회의 성장 동력이 사라지는 현상이다.


그 부분에서 사회가 지속가능하게 성장하는 방법으로써 부의 재분배가 필수적이며, 앞서의 예시들은 그것을 선의에 따른 정언 명령으로써 기꺼이, 흔쾌히, 당연히 하도록 유도하는 문화가 "종교와 사상으로" 구축된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의 철학, 서구 문명의 쇠락


이 관점으로 한국 사회를 조망해보면 이처럼 천박하고 빈곤할 수가 없다.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열심히는 살지만 그 이유는 돈을 많이 벌어 편히 살기 위해서가 첫째이며, 기부를 하는 것은 내가 그만큼 성공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일종의 자기우월성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여긴다.


현대 서구 사회도 지금은 기독교적 전통이 거의 사라진 상태라 부자감세를 주장하는 부자들의 논리 중 첫 번째가 "그래야 사회가 무너지지 않으니까(원민들이 죽창을 들지 않으니까)"를 내세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거액의 기부행위가 부의 재분배를 이뤄내는 건 맞지만, 종교와 사상에서 이끌어내는 부의 재분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만들어낸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도리로서의 기부, 즉 그것을 하지 않으면 인간 실격의 징표"가 종교적으로 구성된 기부 문화라면, "성공한 사람으로서 이 사회에 받은 것을 나누어주는 기부, 즉 그것을 하지 않더라도 손가락질 받지 않지만 그것을 하면 칭송을 받는 선한 행위"로 받아들여지는 게 현대의 기부 문화라는 것이다.


이 느낌 차이는 기부자들(성공한 사람들)과 피기부자들 사이에 심리적 족쇄를 채우는데, 기부자들에게는 "내가 이 만큼 했으니 그만큼의 권리나 혜택을 더 받는게 마땅하다."라는 비뚤어진 선민의식, 피기부자들에게는 "내가 이렇게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니 그에 맞는 대우를 받아도 괜찮다."는 낮은 자존감의 수용이다.


이러한 종교 및 사상의 결여, 실종은 지금의 한국 사회 및 서구 문명의 쇠락을 예견하게 하는 강력한 징후다. 성장 동력이 사라지고, 저출산의 충격이 들이닥치고, 공동체 의식은 흩어지며 각자도생하는, 남을 돌보지 않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행태가 뚜렷하게 보인다. 도덕이라는게, 도그마라는 게 그저 낡고 빠진, 자유를 제약하는 기성의 폐습이 아니라 실은 사회의 발전을 유도하고 그 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치유하는 고도의 장치라는 것을 우리는 알지 못했고, 지금의 서구 문명을 이끄는 리더들도 잊어버렸다.


그런 이유로 지금의 알려진 종교, 사상은 그 명맥을 다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건 그저 꼰대들의 무엇 혹은 엘리트들의 자기 밥그릇 지키기라고 생각하는 대중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다시 사회가 뛰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의 철학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어.무.어』 =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를 읽기를 강력하게 제안한다. 우주의 진화 법칙을 가장 첨단의 이성 과학으로 재조명하고, 그 법칙에 근거하여 인류 사회의 발달 과정을 해석하였으며, 그 흐름에 따라 인간이 왜 동물 본성을 인내하고 이성과 감성의 능력을 발달시켜야 하는지를, 권광영 작가님이 1152 페이지에 걸쳐 꾹꾹 눌러담아 강조하신 "코어 심벌"로써 담아낸 책이다.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왜냐면 기존의 관습적 관점을 그대로 쓰는 것은 새로운 철학이 아닌 까닭이다. 그래서 낯설고 생각이 많이 필요하며 독자 스스로 자신의 세계관을 재구축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글이기에 쉽지 않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이 책은 가치있다. 새로운 것을 통한 세계의 재해석이기에,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사상의 도약으로서 이번 여름 휴가때 도전해 보시기를, 또 다른 분들에게도 그 도전을 추천해드리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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