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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Dec 29. 2015

24.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2)

공유경제는 꿈만 같은 이야기일까?

공유경제의 역사, 비판자들


공유경제는 2008년 하버드대 로런스 레식 교수에 의해 처음 사용된 용어로, 최근에 각광을 받으며 대중에 소개되고 있는 개념이지만 알고 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시스템이었습니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목도한 많은 사회학자, 사상가들은 자본주의가 생겨나기 이전의 중세 봉건사회 및 부락 단위 공동체의 경제 활동에서 공유경제에 근접한 삶의 형태를 찾았으며,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보완 혹은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자본주의 경제 모델로 급격하게 선회한 계기가 된 "영국 인클로저 운동" 이전의 경제 체제는, 소규모 지역이 집단을 이루어 자급자족의 형태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봉건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마을 내 농장과 목축지, 방앗간 등에서 생산하는 방식이었지요. 그리고 한 마을의 생산력은 인적 노동력에 의해 결정되었습니다. 노동력이 부족하여 놀고 있는 토지(유휴지)는 굳이 생산을 할 필요가 없었던 땅이었고,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목축을 하며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유휴지의 주인이었던 영주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고, 별도의 허락 없이 누구나 공유지 사용에 대한 암묵적 룰을 지키면 이용할 수 있었던 "국지적 공유경제"가 존재했던 것이지요.


인클로저 운동은 상황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습니다. 모직물 공업이 발달하고 모직의 원료가 되는 양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기회를 간파한 영주나 부유 농민들은, 공용으로 사용되던 유휴지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개인소유의 양을 키워 부를 축적하였습니다. 심지어 농작물을 재배하던 땅도 양을 목축하는 목적으로 전환하였고, 땅에서 쫓겨난 가난한 농민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밀려들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값싼 임금을 받는 공장 노동자가 되어, 영국 산업 현명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지요.


인클로저 운동에서 이어지는 산업혁명, 프랑스 대혁명, 2차 인클로저 운동, 그 와중에 아담 스미스가 저술한 『국부론』은 자본주의 사회로의 이행을 가속화시켰습니다. 기존 교황 권력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국왕들, 귀족 세력의 힘을 이기고 싶었던 신흥 시민 자본가들은, 자신들이 이룩한 새로운 세계 질서를 합리화하기 위한 사상이 필요했습니다. 그 시대의 지식인들은 봉건 체제가 무너진 사회상을 설명하기 위해, 때론 합리화시키기 위한 사상을 펼쳐나갔지요.


필연적으로 이전 시대의 공유경제 시스템은 부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효율적이어서 지극히 생산력이 낮아 조금의 자연재해(가뭄, 홍수)만으로도 커다란 사회 불안이 일어나는 사회 체제(공유경제)를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간주하였지요.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진영과 이에 대항하는 진영의 사상 논쟁, 혹은 투쟁과 전쟁의 역사는 21세기에 이르기까지 계속됩니다.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 사회주의, 전체주의, 공산주의, 민족주의 등 수많은 이념들이 등장하였고, 자본주의도 거듭 수정되고 발전하여 지금 시대의 사상을 이루게 되었지요.


그중 공유경제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논쟁은 1968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생물학자 하딘이 제시한 『공유지의 비극』의 논문에 실린 가상 실험이었습니다. 어떤 마을에 100 마리의 소를 키울 수 있는 공유 목축지가 있다 했을 때,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수의 소를 키우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목축지는 재생 불가능한 수준으로 황폐화되어 모두가 생산 수단을 잃어버리는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는 주장이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완전한 개인의 소유 혹은 정부의 철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이끌어 냈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공유경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지금까지도 탄탄한 기득 경제학자의 논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가 사용할 수 없으며, 만약 무한정으로 사용 권한을 열어주게 되면 사회 전체가 공멸한다는 것이지요. 이는 복지 포퓰리즘을 주장하는 진영의 주장과도 맥을 같이합니다. 전체를 위한 복지는 비효율적이고 자연법칙에 위배되며 결과적으로 해악을 가져오기 때문에, 각자의 능력에 따라 자원을 취득하여 사용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더 영속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하딘이 제시한 『공유지의 비극』은 한정된 자원으로 운영되는, 경합성의 원리가 적용된 시장논리를 전제로 한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고 그것이 전체를 먹여 살리기에 부족한 상황에서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자원을 취득하고 사용하는 것이 합당하지만, 전체 자원이 한정되지 않거나 모두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한 상황에서는 "공유지의 비극"이 아닌 "공유지의 희극"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비경합성의 원리라고 하지요.)


·경합성의 원리 : 여러 사람이 자원을 같이 쓸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사람들 간 경쟁이 일어나는 속성의 원리 (예 : 토지, 물)
·비경합성의 원리 : 여러 사람이 자원을 같이 써도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 간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 속성의 원리 (예 : 인터넷, 공기)


아울러 미국 정치학자인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는 『공유의 비극을 넘어』 저서를 통해, 한정된 자원 상태에서도 잘 기능하는 세계 도처의 공유사회를 조사 분석하여 효과적인 공유경제를 구축할 수 있는 기본 원리를 제시하였습니다. 내용을 종합해보면 첫째, 공유사회의 관리와 사용권을 명확하게 규율한 규칙이 있어야 하고, 둘째, 규칙을 민주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제도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실제는 일곱 가지의 설계 원칙인데 이는 연재 말미에서 다시 한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오스트롬 교수는 이 공로로 2009년 여성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함과 동시에 용도 폐기되었던 공유경제의 실현 가능성을 되살려 놓았습니다.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지금 바로 『이기심의 종말』을 만나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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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 https://goo.gl/gPqNDA

교보 - https://goo.gl/3hhkU7



<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매거진의 이전글 23.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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