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와 운송의 한계비용 제로화가 가져다 줄 미래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겠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인터넷 환경의 특성이 에너지(전기)와 물류 운송에도 적용되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컴퓨터가 네트워크망에 연결되어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프로슈머가 되는 것처럼, 가정의 전력 시스템이 지역 및 국가 차원의 전력 그리드에 연결되어 생산을 하기도 하고 소비도 할 수도 있는 개념을 "에너지 인터넷"이라고 명명합니다. 운송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개인이 운송 도구를 갖추고 이를 생산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소비할 수도 있는 자원관리 네트워크를 갖춘 형태를 "운송 인터넷"이라고 하지요.
이 개념은 제러미 리프킨이 『한계비용 제로사회』라는 저서에서 소개한 내용입니다. 인터넷 정보기술 발달의 혜택으로, 각 개인이 소유하는 전력 시스템 혹은 운송 도구(승용차, 트럭 등)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소유자가 불필요한 시간에 다른 사람이 저렴한 비용으로 렌트하여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인터넷 체계는 전력 생산기술의 친환경화로 전력 생산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되면서,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누구나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고 물류를 이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거의 제로에 가까운 비용으로 상품을 생산, 소비하면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지금보다 훨씬 싼 비용을 들여 건네줄 수 있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지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먼저 태양광 및 지열 발전을 통한 가정 내 전력생산이 시작점입니다. 친환경 전력 생산기술이 발전하면서 설치 단가는 낮아지고 에너지 생산 효율성은 높아지면서, 가정에 관련 시설을 설치하고 전기를 자급자족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기존 거대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여 변전소를 거쳐 가정으로 전달하는 중앙 집중적인 전력 시스템에서, 각 가정이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적 시스템으로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려고 생산한 전기 중 남은 분량을 다시 전력망에 되팔아서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전기를 받아쓰기만 하는 설비 체계에서 상호 주고받을 수 있는 체계로의 개선이 필요하지만, 생산자가 곧 소비자가 되고 소비자가 다시 생산자가 될 수 있는 프로슈머가 존재하는 진정한 공유경제 시장 모델로 진입을 시사하는 것이지요.
태양광 및 지열 발전 설비의 설치 비용도 초기에는 여타 인프라 산업과 같이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지만, 이를 장기적으로 사용하게 되었을 때 손익분기점을 넘은 시점부터는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깝게 떨어집니다. 대다수의 가정과 기업이 자체 전력 생산 설비를 갖추고 손익분기를 넘는 시점이 온다면,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혹은 공짜로 전기를 마음껏 쓰게 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지요.
"운송 인터넷"은 무료에 가까운 전력비용을 기반으로, 전기 자동차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에너지 인터넷과 유사한 길을 걷게 됩니다. 잉여 생산된 전기를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여 이동에 필요한 한계비용을 매우 낮게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전기 자동차의 생산 및 구매, 배터리 등 소모 부품의 유지보수비는 일정 수준의 자본 투입이 필요하겠지만, 보통 자동차 운영에 드는 돈의 대부분이 연료비가 차지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현재의 물류비용보다 훨씬 낮은 가격의 운송이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더불어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한 유휴 자원의 관리는 운영 효율성을 대폭 상승시킵니다. 아무리 유용한 자원이 있더라도 누가 언제 어디서 얼마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가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전혀 쓸모없는 자원이 되겠지요. 이미 시중에 나와있는 여러 종류의 자원 관리 프로그램들, 개인들이 사용하는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류의 공유경제 애플리케이션들은, 정보 생산과 관리에 대한 비용마저 제로에 가깝게 낮추어 누구나 손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끌 것입니다.
리프킨은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3D 프린터"의 진화와 "사물 인터넷" 기술의 발달이 기하급수적인 변혁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3D 프린터" 기술은 태양광 발전 설비 및 자동차의 생산조차 개인 혹은 소규모 기업이 기존 대규모 공장 대비 적은 비용으로 가능토록 할 것이며, "사물 인터넷"은 인간이 사용하는 수많은 종류의 도구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사용 효율을 높이고, 이 역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총체적인 한계비용이 무료에 가깝게 되는 시대가 가까운 시일에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지요.
한계비용 제로사회는 앞선 주제의 글(바로가기 링크)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진정한 공유경제를 가능케 합니다. 한정된 전기, 운송수단 자원이 무한정한 속성으로 변화하면서, 비경합성 원리가 적용되는 "공유지의 희극"이 나타나는 것이지요. 보다 많은 사람이 시장에 참여함으로써 각자의 이익과 전체의 가치는 높아지고,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서로 싸우고 다투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이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삶을 기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이 있습니다. 먼저 유사한 경제모델로 등장했던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여러 국가의 법적 규제에 가로막혀 사업을 확장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 "테슬라"의 사례처럼 전기 자동차의 등장이 기존 석유 및 자동차 산업에 위협이 되어 기득 세력의 유형무형의 방해에 가로막혀 있다는 점,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가치관이 "개인소유 사상"에 기반하고 있어서, 공유경제가 잘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상호 신뢰, 인류애 등의 공동체 문화가 덜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 공유경제로 가는 길을 험난케 하고 있습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이용자가 통제되지 않은 공급자로 인해 질낮은 서비스를 경험한다던지, 최악의 경우 범죄의 표적이 되어 상해를 입는 등의 사건은 바로 도덕률과 윤리 의식의 부재, 개인소유 사상에서 비롯된 이기심에서 나타난 행동인 것입니다. 이런 일들이 이슈가 되고 사람들이 공유경제 상품 및 서비스의 신뢰성, 안전성을 의심하게 되면서 각 분야의 공유경제 사업모델이 성장하는데 장애물이 되는 것이지요.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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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