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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Dec 31. 2015

2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1)

기술이 아닌 사람의 관점에서 본 공유경제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제러미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사회』의 저서에서 3대 인터넷(전통적 커뮤니케이션 인터넷,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이 본격화되는 공유경제 시대에는 "협력적 공유사회"의 사상이 새 시대의 경제 질서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자본주의가 불러온 위기이자 자본주의를 대체할 "협력적 공유사회"란 무엇이며 이를 지지하는 "협력적 공유주의자"들은 이전 시대의 사상과 사람들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그들에 대해 아직 명확한 정의가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논의된 바에 따르면, 아마도 자본주의 소유 사상과 사회주의 공동체 사상의 중간지점 즈음에 있는 집단으로 보입니다. 자본주의자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주의자에 가깝고, 사회주의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본주의자의 색깔을 가지고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협력적 공유사회는 헤겔의 변증법적 정, 반, 합 구조로 보았을 때, 두 가지 체제를 아우르는 다음 시대의 패러다임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버"와 같은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방식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본의 원천이 되는 생산수단은 개인이 소유하지만, 생산수단을 사용하고 이익을 얻는 것은 공동체 모두에게 돌아갑니다. 사용자는 직접 자동차를 사서 운행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하고,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은 차량의 운영유지비를 다른 사용자과 일정 부분 분담하는 것이지요. 소유주가 오롯이 생산수단을 독점하여 비균형적인 이익을 챙기는 것(자본주의적 상황)도 아니고, 생산수단을 국가가 국유화하여 상위 계획하여 운영되는 것(사회주의)도 아닌 형태입니다.


개인들이 자신이 가진 재화를 기꺼이 타인과 공유하고, 그 결과 더 큰 차원의 이익을 추구하게 됩니다. 작게는 자신의 소유물에 대한 비용 부담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과도한 소비를 지양함으로써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또 어떤 사례에서는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독점적 권한으로 운영되는 것보다 훨씬 빠른 발전과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분야도 있습니다. 바로 "망중립성 운동", "오픈소스 운동"으로 대표되는 커뮤니케이션 인터넷 시대의 선지적인 프로그래머들의 움직임이 그 주인공입니다.


에너지, 운송 인터넷이 커뮤니케이션 인터넷의 완성으로 촉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듯, 협력적 공유사회 사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영역은 인터넷 시대의 사회운동 사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리프킨은 생태주의, 가이아 이론의 등장이 서양 개인주의 사상에 공동체의 중요성을 심어준 계기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행동하고 동참을 이끌어낸 영역은 인터넷 기반의 "망중립성 운동"과 "오픈소스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망중립성은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들이 비차별적으로 상호접속과 접근성이 가능하도록 보장"되어야 한다는 3 원칙을 주장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SK, KT 등의 회선사업자들이 인터넷 사용량에 따른 차등요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에 대치되는 원칙으로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만 이는 협소한 적용에 불과합니다. 망중립성 원칙이 등장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터넷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최초로 "자본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정보 기회의 평등화를 가져올 혁신적 도구라는 믿음 하에, 힘을 가진 세력들이 인터넷 정보를 작위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오픈소스 운동도 이와 유사합니다. 프로그램 소스코드의 독점 소유를 지양하며,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하여,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리고 다양한 필요에 따른 자유로운 발전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회운동입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 있는 프로그래머가 아주 간단한 회계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배포합니다. 그러면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갖춘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혜택을 보는 사람도 있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지역적 혹은 분야적 특성에 따른 추가 기능들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오픈소스는 누구나 프로그램 코드에 접근하고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의 입맛에 맞게 프로그램을 개선, 개조하여 사용하고 다시 이를 타인에게 배포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계속 이루어지면 종국에는 여러 가지 버전의 다양한 회계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되고, 사람들은 저마다 조금의 노력을 더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힘이 합쳐진 멋진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지요.


이는 마치 생물체가 진화하는 패턴과도 비슷합니다. 최초의 생물은 특정 지역에 생존할 수 있는 신체 및 습성을 갖고 있습니다. 점차 세력을 넓혀가며 여러 지역에 퍼져나가기 시작하면 서서히 다른 지역 환경에 알맞게 각각의 진화를 이루어내게 되지요. 결국 여러 오지 환경에서도 적응하여 세계 각지에 개체 수를 넓힐 수도 있으며, 커다란 자연재해가 오더라도 종의 멸망을 막아낼 수 있는 다양성을 갖출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운동(망중립성, 오픈소스)의 공통점은 자신이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있었던 정보를 기꺼이 다른 이들에게 공개함으로써, 더 큰 이익을 추구하려는 "협력적 공유사회"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상호 호혜적 공유주의 사상이 단지  말뿐이고 이상적이기만 한 가치가 아니라, 실제의 성과와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리눅스"나 "위키피디아" 같은 사례는 "망중립성"과 "오픈소스"가 기존 전통의 소유 사상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과 대등하거나 혹은 그 이상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던 것이지요.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지금 바로 『이기심의 종말』을 만나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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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 - https://goo.gl/3hhkU7



<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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