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향한 연대의 필요성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앞서 소개한 망중립성 운동, 오픈소스 운동, 협동조합, 적정기술주의, 자연생태주의, 동등계층 생산 등의 사회운동들은 "인류애", "순환", "지속가능한 성장"의 공통 키워드를 바탕으로 각 분야에 알맞은 공유경제 공동체를 조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업 독점", "폐쇄성", "수직구조", "과잉 투자개발", "개발지상주의", "갑을관계"와 같은 개념으로 대표되는 기존 정치, 사회, 경제 체제에 대항하거나 보완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이러한 사회운동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파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종간 협력의 움직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서로 비슷한 목표를 향하고 있음에도, 분야와 대상이 다른 까닭에 방법도 제각각이고, 아직은 제 영역의 건사도 힘겨운 터라 통합 연대를 만들만한 여유가 없는 것일 테지요. 만약 상위 담론(인류애, 순환, 지속가능한 성장)을 중심으로 힘을 합칠 수만 있다면, 각자의 역량들도 대폭 상승하여 새로운 사회 질서 구축에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저는 우리와 우리 미래 세대의 건강한 삶과 지속가능한 성장, 자연적 순환의 법칙에 따른 공통 기준을 통해, 이들이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있는 구심점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에 띄는 조직을 모아 활동하는 단체에서부터 소소한 일상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개인에 이르기까지, 이미 우리 사회에는 기존 질서의 불편함을 깨닫고 대안적 행동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혼자의 힘은 미약하고 거대한 대중의 시류에 떠밀려 응집되지 못하고 있을 뿐, 이들을 모두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유기적인 공동체가 생겨난다면 상상하는 것 이상의 강력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공동체라고 해서 어떤 사회운동 단체나 정당처럼, 회원이나 당원을 등록하고 오프라인에 나가서 목소리를 드높이고 하는 식의 적극적 혹은 단단히 짜여있는 형태가 아니어도 좋을 것입니다. 각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합리하거나 비효율적인 현상들을 공유하고, 인류애와 순환, 지속가능한 성장을 중심으로 대안을 공론화하여 각자 자신들의 일상에서 소소한 실천을 하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이 모이고, 퍼져나가고 하는 것으로도 기득 정치인들, 기업인들은 지금처럼 사소한 개인을 무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대안적 삶에 대한 분위기는 이미 기존 기득권자들도 눈치채고 있습니다. 어쩌면 잠깐 뉴스 기사 한편을 보고 분노하고 마는 우리보다 훨씬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면 그들은 그런 것 하나하나가 자신의 안위를 결정할만한 중대한 사건들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기업들은 친환경이니, 웰빙이니,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니 하는 것들을 내세우며 "착한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씌우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아름답다 여겨지는 "사랑", "배려", "효" 같은 정서에 호소하는 이벤트와 영상을 만들어 자기네 회사의 이름을 덧붙이는 일들을 하고 있지요.
그러한 기업들의 노력은 참 대단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진심에서 우러난 사회공헌 활동일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이벤트를 기획하고 실행했던 실무자들의 입장에서는요. 현장에서 애쓴 분들에게는 송구스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그런 것들이 그냥 "악어의 눈물"로 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힘을 가진 기득권자들은 근본이 소수의 독점적 소유를 지향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지요.
대부분의 이런 이벤트는 일회성에 불과하고, 가장 이슈화 될 수 있는 사건에만 집중됩니다. 힘도 없고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은, 아주 보편적인 빈곤과 삶의 위기에는 관심을 가져주지 않습니다. 애당초 회사를 알리는 것이 가장 일 순위의 목표이니까요. 자신들이 만드는 제품은 사람에게 해로운 성분을 가득 쓰고 있으면서도, 난치병 환자에게 성금을 후원하며 착한 회사의 옷을 입는 이중적인 태도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지요.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힘을 가진 이들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고 협력하지 못하도록 분산시키는 데에도 열심입니다. "친환경"을 내세워 회사를 홍보하지만, 진짜 "친환경"을 요구하는 소비자 단체의 요구는 모른 체하고 묵살하는 것이지요. 달을 가리키고 있는데 손가락에 묻은 때를 집중 조명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흩뜨려버립니다. 일부러 논란을 가중시키고, 해결은 어렵게 만들고,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뒤섞어버립니다. 이 쯤되면 "너도 그리 깨끗한 것도 아니면서 왜 남을 탓하냐?"라는 식의 양비론도 등장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사주를 받아 저런다 하기도 하고, 종국에는 사상의 탈을 세워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으로 마무리하지요.
그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문화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현실을 직시할 수 없게끔 자극적인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로 눈을 가립니다. 당장 내 발 앞에 놓인 온갖 부정한 것들은 보지 못하게 하고, 저 멀리 손에 닿지 않는 사치와 향락, 꿈같은 아름다운 이야기에 이목을 쏠리게끔 하지요. 가뜩이나 삶이 피곤하고 팍팍한데,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이슈에 귀 기울이기도 쉽지 않습니다. 현실은 늘 복잡하고, 서로 싸우고 험담하며, 온갖 더러운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매트리스 속 파란 약을 집어먹습니다.
이렇게 보면 "자본주의" 시스템은 톱니바퀴처럼 정말 잘 설계된 무시무시한 장치입니다. 사람들 스스로가 소유에 집착하고, 아름다운 것만 쫓으며, 다른 사람의 안위는 관심을 갖지 못하게끔 무한 경쟁의 늪으로 빠지게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기득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은 자신들의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사회·정치적으로도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고 힘을 하나로 뭉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를 십분 활용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것이 누군가의 의도로 교묘하게 계획되고 실행된 음모라고도 하지만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그렇게까지 특정한 소수의 사람들이 사회 전반에 걸친 영역들을 떡 주무르듯 조종한다고 보는 것은, 그들의 능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저 사람들은 소유에 집착할 뿐이고, 기득권이든 아니든 모두 같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개인소유의 늪"에 빠져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둘 다 잘못이거나 잘못이 아니다는 양비론은 절대 아닙니다.) 좀 더 빨리 현실을 파악한 이들이 좀 더 힘을 가져서, 아직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을 똑같은 본성(소유욕)으로 통제하는 것일 뿐이지요.
역설적으로 저는 여기에서 "지속가능한 삶"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개인소유의 속성에 따라 한치의 오차 없이 잘 구현된 사회의 반대편에, 협력과 공유의 속성에 따라 빈틈없이 작동할 수 있는 또 다른 사회가 구현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개인소유의 사회가 중요한 고비에서 크게 삐그덕거리고 쉽게 무너질 만큼 취약했다면, 집단공유의 사회도 역시 중요한 고비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점을 내포하였을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모두 자연의 법칙에 어긋난 방식이었을 테니까요.
의식적 연대에 장애가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진보 진영의 분열"을 꼽을 수 있습니다. "진보는 그들끼리 싸우다 망한다."라든지, "진보는 늘 패배한다."라는 명제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득층들이 "돈"이라는 하나의 절대 가치 앞에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결집하는 반면, 진보는 서로 제각기 다른 절대 가치를 두고 누구의 것이 더 옳고 그른지를 놓고 다투고 흩어졌던 것이지요. 분명히 기존 질서에 대항한다는 공통점은 가지고 있지만, 그 방법이 서로 다르고 진보 내에서도 "소유의 사상"에 입각한 자기 세력 키우기와 주도권 싸움을 하며 기득권에게 항상 지리멸렬 패해왔던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힘을 얻은 진보(소위 진보라 칭하는 단체)도 결국 기득권들의 행태와 똑같은 모습을 보이며 망가져갑니다. 갑이 되지 못했지만, 을이 되어서 병에게 "갑질" 하는 맛도 꽤 쏠쏠하고 살만하니까요. 사람들은 이런 모습에 더 실망하고 정치, 사회 문제에 관심을 멀리합니다. 어차피 제2의 세력이 힘을 잡는다 해도,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개인소유의 사상"은 조만간 지금과 똑같은 문제를 만들어낼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 과정에서 조금씩 시스템이 갖추어지고 발전한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전통적인 방법도 소용없을 정도로 너무 망가지고 무너져버린 상태이지요.
그렇다면 그 어떤 방법도 없는 것일까요? 그것이 원래 인간 사회의 원리이니 순응하는 것이 답이라 여기고 관조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류 사회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항상 하나의 정해진 길로만 발전해오지는 않았습니다. 어떨 때에는 극심한 자연재해가, 어떨 때에는 혁신적인 기술의 발명으로, 또 가끔은 새로운 사상과 종교의 출현으로, 기존의 질서(패러다임)를 근본적으로 초기화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면서 조금씩 보편적 다수의 행복을 증진시켜 왔습니다.
그러기에 지금 우리 사회가 겪는 고통과 풍파는 정치의 논리로 풀어야 할 것이 아니라, 기술과 사상의 논리로 풀어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미 기술은 거의 다 왔습니다. 아직 사람들의 생각이 덜 바뀌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현재에 답보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유 사상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질서는, 우리 모두가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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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