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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Jan 04. 2016

35.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3)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가 만들어낸 사회의 단면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든 생물들은 위기 상황에 몰리면 자신의 생존을 목표로 온 힘을 다하게 됩니다. 모든 유기체는 각자 지니고 있는 에너지의 총량이 있어서, 어느 한 곳에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만큼 다른 곳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자본주의 무한경쟁 시스템 속의 개인들도 공동체가 해체되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다른 사람에게 주었던 관심과 배려를 철회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자기 살길도 바쁜데 옆 사람 걱정할 여유가 없어진 것이지요.


배려가 없는 사회는 모두가 살기 힘든 메마른 곳으로 변해갑니다. 이 세상 사람들 중 그 어느 누구도 모든 면에서 완벽한 이는 없기 때문입니다. 어딘가는 약점이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설사 강력한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젊었을 적 한 순간일 뿐,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 스러지기 마련입니다. 전 생애에 걸쳐 늘 완전하고 고결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에, 배려가 있는 사회에서 비로소 안정감 있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지요.


사회의 배려가 없어진 자리는 경쟁과 싸움으로 채워집니다. 합의를 위한 소통마저도 잘 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여유가 없으니 서로 제 이익을 위한 목소리만 드높이게 됩니다. 그렇게 늘 자기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고착화되면, 사람들은 공감 능력을 잃어버립니다. 공감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추해보면서 타인의 논리적, 정서적 상태를 느끼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참고기사 : 테스트, 당신에게 마음이 있을까?(바로가기 링크)) 여기에 도덕심과 법에 대한 두려움마저 없으면, 무자비하게 사람을 해치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가 됩니다. 주변 사람들을 모두 힘들게 만드는 괴물이 탄생하는 것이지요.


배려가 없는 사회에서 끝날 것 같지 않은 논쟁을 벌이는 대표적인 예로 남녀 간 성 역할에 대한 주제가 있습니다. 군대와 출산에 대한 논쟁에서부터 생리휴가 관련 문제까지, 여성 입장에서 보면 "기득 남성층"의 전횡으로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느끼고, 남성 입장에서 보면 여성이 유리한 곳에서는 평등을 외치면서 그렇지 못한 곳에서는 레이디 퍼스트를 외치는 비겁한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터넷 뉴스에 관련 기사가 이슈화되면, 기사 밑에 달리는 댓글들은 참 가관입니다. 수백, 수천 개씩 의견이 올라오고 댓글의 댓글까지 달리면서 서로 헐뜯고 힐난하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익명성을 가지고 일방적 소통만 가능한 댓글 속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다른 종류의 기사와 비교해보면 그 정도가 심한 편에 속하지요.


이렇게 온갖 이해 집단들이 서로 나뉘어 반목과 다툼을 반복합니다. 사람들은 제각각 처한 입장에 따라 이합집산하며 갈등의 늪에 빠져 허우적댑니다. 남녀 주제에서는 남자의 편에, 노사 주제에서는 사용자의 편에, 도시 농촌 주제에서는 도시의 편에, 청년 중년 주제에서는 중년의 편에서 힘겨루기만 계속하다 보니, 마치 원형 경기장의 검투사처럼 온몸에 독기가 가득합니다. 일단 건들면 바로 싸움을 준비하는 전사로 돌변하는 것이지요.


배려와 소통이 없는 싸움에서 사람들은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상식을 떠난 힘의 논리로, 때론 비열한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킵니다. 겉으로 합의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호박씨를 까며 상대의 뒤통수를 치지요. 어차피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이니 교묘하게 속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그 뒤는 나몰라라 발뺌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상황은 나에게 유리하게 결정되었고, 그것을 되물리기에는 한참의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이런 방식으로 사회적 논의들이 결정되고, 사람 간의 다툼이 마무리되면 남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불신 뿐입니다. 좋은 말을 해주어도 진의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어떤 해코지를 하려고 저리 환심을 사려하나 의심부터 드는 것이지요.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경영과 마케팅의 관점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배려가 없는 소통"에서 의견을 결정하기 위해서 남은 방법은 힘과 권위밖에 없습니다. 비합리적인 상명하복식 수직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지요. 이른바 하이라키라고 부르는 이런 조직 체계가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정말 잘 작동되는 유기적 수직체계 조직은 매우 어려운 일도 거뜬히 해낼 수 있는 강력한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리더가 선택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고, 과업에 실패했을 때 선택의 책임을 모두 지며 아랫사람을 보호해줄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자신의 안위만을 지키려는 "자기포장과 위선"이 팽배해져 있는 까닭에 그런 아름다운 사례는 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부하 직원이 세운 공은 나의 것이 되고, 자신이 저지른 과는 부하 직원에게 떠밀어 내쫓는 치졸한 짓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은 상사라고 불리는 게 현실입니다. 얼마나 사회에 비상식이 난무하면 "비상식적인 짓을 하지 않는 사람 = 좋은 사람"의 논리가 성립되고 있는 것일까요? 게다가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 인식하지도 못합니다. 앞선 주제에서 살펴보았듯이 "무의식 수준"에서 본능에 의해 자기를 포장하고 있으니까요.


기업 경영에서도 "소비자 감성시대"에 따라가지 못하는 치명적 약점을 보이게 됩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부분에 의미를 두는지 정성적 차원의 공감이 잘 되지 않습니다. 숫자로만 이해할 뿐이지요. "어떤 제품이 많이 팔렸다더라.", "어디 지역에 매출이 올랐다더라." 수준의 데이터를 가지고 전략적 판단을 내립니다. 그마저도 제대로 된 데이터를 사용하는 경우도 드뭅니다. 엉뚱한 자료와 표본으로 통계를 내고 입맛에 맞는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 우리나라 보편적인 기업 실무의 현실이니까요.


애플과 삼성의 비교가 딱 좋은 예입니다. 소비자에 대해 강압적이라고 비난을 받는 애플이긴 하지만, 그들이 소비자를 휘어잡는 감성 영역의 강력함은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이래저래 나쁜 말을 하면서도 어쨌든 애플의 제품이라면 믿고 사용합니다. 애증의 관계이지만 실재하지 않는 법인을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인식하고 소비자와 관계를 맺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이에 비해 "패스트 세컨드"의 전략으로 성장한 삼성은 딱 "숫자"의 경영을 대표합니다. 아이폰이 잘 팔리니 갤럭시를 만들어내고, 보급형 시장이 잘 팔리니 하위 제품을 출시하고, 수십수백 종의 갤럭시들을 만들어 매출만을 목표하는 경영의 아이콘인 것이지요.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지금 바로 『이기심의 종말』을 만나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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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 https://goo.gl/gPqNDA

교보 - https://goo.gl/3hhkU7



<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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