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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Dec 23. 2015

4.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2)

파편화 된 개인의 치열한 사회 생존 경쟁

혼자가 될 때까지... 더 이상 밀릴 곳이 없다


공동체의 해체는 큰 단위에서 시작하여 작은 단위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의 모임, 그다음은 일가친척 간, 그다음은 이웃사촌, 끝내 가족까지, 전통적인 공동체는 와해되고 종교나 학교 같은 형태의 새로운 집단으로 재편되었습니다. 새로운 공동체의 특징은 개인소유 사상을 기초로 한 관계라는 점이었습니다. 전체를 위한 개인들의 모임이 아니라, 개인을 위한 수단적 모임이었던 것이지요. 자기가 구원을 얻기 위해 종교에 귀의하고, 인맥을 쌓고 졸업장을 얻어 취직을 잘 하기 위해 학교를 선택했습니다.


결국 혼자인 것입니다. 자신의 안위가 최우선이 되고, 그것에 방해되고 경쟁해야 하는 사람은 "나와 함께 할"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일가족 독살 사건이라던지(참고 기사 : 보험금 노리고 아버지, 여동생 독살 (바로가기 링크)), 데이트 폭력으로 애인을 살해하는 사건의(참고 기사 : '데이트 폭력'으로 3일에 한 명 살해당해, 법 제도는 '미비' (바로가기 링크)) 이면에, 이처럼 극도로 개인화된 사회 풍토가 원인으로 깔려있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 폭증하고 있는 데이트 폭력은 모든 대인 관계 중 가장 마지막 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이 가진 여러 욕구 중 가장 본능적 영역에 속하는 종족번식의 욕구(성욕)에 연장선인 이성간 연애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데이트 폭력에 의해 살인이 일어나는 패턴의 대부분은, 연애 당사자 중 한 명(대개 여성)의 이별 통보로부터 시작됩니다. 문제는 현대 사회의 젊은 세대들이 자기 가치와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 전무하다는 것이지요. 가정, 학교, 사회에서 모두 소외당하고 그 어디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연애"는 가장 마지막 희망 끈인 셈입니다. 그조차 상대방으로부터 버림받았을 때 받는 충격과 상실감은 일반적인 연인 관계에서 이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데이트 폭력을 단순히 요즘 유행처럼 일어나는 사회 사건으로 바라보고, 대증적 요법으로 대처하려 한다면 이 문제는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극단적으로 파편화 된 개인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사회적 상황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지요.




경영과 노동


경영과 노동, 통칭하여 직장 생활은 현대인들의 생존과 사활을 건 전쟁터입니다. 상대방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여 더 많은 보상을 얻고자 개인 혹은 팀이 되어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현장인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저마다 타고난 성향, 가정 및 학교에서 습득된 가치관을 가지고 각자의 방법을 익혀 지위 역할을 수행하거나 타인으로부터 수행을 당합니다. 이만큼 적나라하게 인간성이 드러나는 곳이 없는 것입니다.


웹툰을 원작으로 최근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송곳』에서는, 개인주의 사상이 빚어낸 회사 구조와 사람들의 행동들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계약직 직원을 모두 해고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은 이수인 과장은 정면으로 회사의 지침에 반발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의도적인 회사의 집단 따돌림입니다. 아울러 이수인 과장 휘하의 직원까지 연대로 묶여 지능적인 괴롭힘에 시달리지요.


이 싸움의 방법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이미 공동체는 와해되었고, 개인소유 사상의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으니까요. 저마다 자신의 안위가 최대 관심사이고 다른 사람의 이해관계는 신경 쓸 대상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조력을 요청할 수도 들어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개인의 외로운 투쟁만이 남게 되는 것이지요. 각개격파당한 개인은 힘을 가진 집단에게 유린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싸움의 승자는 항상 기득권이 되는 이유인 것입니다.


쌍용 자동차 노동자 해고로 인한 굴뚝 농성, 노동 환경 문제에 따른 지하철 파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 이 모두는 같은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들입니다. 정당함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편 가르기"의 프레임으로 왜곡하고 소외시키는 것이지요. "저 사람들이 더 많이 가져가면 너희가 덜 가져간다.", "저 사람들이 파업을 해서 너희가 불편해질 거다."라는 식의 언론 보도는, 자신의 안위를 최고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딱 맞게 준비된 요리인 셈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이수인 과장은 노동조합을 조직하여 연대 투쟁을 도모합니다. 와해된 공동체를 다시 결집하고 만드는 과정인 셈이지요. 하지만 이런 형태의 투쟁이 과연 실제로도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살펴보면 그것도 그리 희망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현실 속의 노동 운동은 그들 안에서도 다시 소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갈려, 개인의 안위를 도모하려는 제2의 기득권으로 변하는 형태로 되풀이되고 있으니까요.


웹툰 『송곳』의 구고신 소장은 이런 말을 남깁니다.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이 말이 함축하는 의미가 바로 그것입니다. 바로 개인소유 사상의 가치관이 만들어내는 수레바퀴와 같은 사회를 풍자한 것이지요. 지금 당장은 갑과 을의 위치에서 투쟁으로 드러나지만, 을 속에 내포된 가치관은 갑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주지 시키는 것이지요.




회사 조직 문화... 이런 것이 사회의 쓴맛?


픽션이 가미된 드라마 속 이야기 말고 현실적인 회사 조직 문화에도 개인소유 사상은 자연스럽게 녹아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개인소유의 가치관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공동 이익 창출을 위한 집단이라 하지만, 결국 회사 내에서도 승진과 성공을 위한 성과 경쟁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누구나 자기 자리를 지키고, 더 높은 자리를 얻거나 더 많은 월급을 받기를 희망합니다. 이것은 실질적인 능력이 있거나 성과를 내는 것과는 별개인 문제입니다. 내가 상대방보다 일을 못한다는 사실을 안다하더라도, 손쉽게 그것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성과를 부풀려서든, 사실을 감춰서든, 회사 업무와 무관한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상대보다 더 나아 보이려 포장합니다. 이 자리에서 밀린다는 것은, 곧 거친 생존 전쟁에서 낙오할 위험성이 더 커짐을 뜻하기 때문이지요.


구성원들이 회사 업무와 관련 없는 부차적인 것들에 매달리고, 일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지위를 맡는 일이 반복되면 그 영향은 고스란히 회사 성과의 저하로 이어집니다. 직원들은 업무에 필요한 일을 할 시간이 줄어들고, 능력이 부족한 리더는 잘못된 판단 전략으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성과와 능력에 자신 없는 리더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직원들마저 고사시키려 합니다.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능력 있는 직원은 자신의 경쟁상대가 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일을 가르쳐주지도 않고, 성장시키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딱 자신에게 들이대질 못할 만큼만 키우고, 그 이상의 자질이 보이는 직원들은 어떤 이유를 들어서든 싹을 밟거나 내쫓아버립니다. 제3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악이라 칭할 수 있지만, 당사자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생존을 위한 본능 행동입니다.


경영학 속설 중에는 "피터의 법칙"이라는 재미있는 말이 있습니다. 쉽게 표현해서 "회사는 그 사람이 가장 무능력한(적합하지 않은) 지위까지 승진시켜서 일을 시킨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신입사원부터 임원에 이르기까지 일을 하고 성과를 내며 승진하게 되는데, 사람이 저마다 가진 역량 한계가 있어서 가장 일을 잘 할 수 있는 지위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승진 제도가 성과를 잘 내는 직원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승진의 최종 단계는 자신이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자리보다 바로 한 단계 위인 자리이자 자신의 능력으로 감당하기 버거운 역할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러니는 회사 경영자 입장에서도 이런 사실이 눈에 뻔히 보여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러 이런 상황을 이용하는 경영자들도 많습니다.) 회사에 리더의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누군가를 그 자리에 임명한다는 것은 반대급부로 다른 사람들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입니다. 정말 탁월한 사람이 눈에 띄어 필요한 자리를 맡기려면, 전임자의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데 그러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 또한 회사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거나 전임자의 업무 동기를 해치는 사건이 되어버리거든요.


이는 회사 구성원 모두에게 깔려있는 개인소유 사상의 가치관에 기인합니다. 내가 무엇을 가져야 하고, 다른 사람이 더 가져가는 것이 본능적으로 불편합니다. 그래서 나보다 더 적합한 사람이 리더를 맡아 이끄는 것이 회사 공동체를 위한 이익임에도 물러설 수가 없습니다. 일을 순수하게 일로써 접근하지 못하고 복잡한 정치논리가 끼어들게 되는 것이지요.


업무에 탁월한 의견이 제시되어도, 그 의견을 누가 말했느냐에 따라 채택 여부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어떤 의견을 정하느냐도 장기적으로는 누가 더 뛰어난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식으로 상급자의 불합리한 의견이 하급자의 합리적인 의견을 제치고 채택됩니다. "존중과 배려"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만, 사실은 개인소유의 가치관을 가진 개인의 자존심을 지켜주려는 것이 진짜 목적이지요. 그것으로 인해 회사는 점점 더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돌아감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남는 것은 모두의 불행입니다. 역량에 맞지 않은 자리에 앉아 언제 밀릴까  노심초사하는 리더, 능력이 있음에도 정치 논리로 제 뜻을 펼치지 얻지 못해 답답해하는 직원, 무능을 감추려는 리더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고통받는 부하 직원까지...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회사 생활과 조직 문화의 밑바탕에도 제어되지 못한 "개인소유 사상의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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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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