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러진 교육과 양육 &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정치행정 및 경제제도
교육과 양육
교육은 미래 세대를 사회화시키는 과정으로 특별한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육 과정에서 배우는 지식의 내용적 측면 외에, 교육 시스템이 가진 사회 구조와 사상이 무의식적으로 습득된다는 것입니다. 풀어서 말하자면 도덕 교과에서는 공정함과 나눔을 가르치지만, 정작 배움의 목표는 대학 입학이며 그것을 위해 불공정한 경쟁과 자원의 독점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익히는 것이 더 크다는 것이지요.
개인소유 사상이 교육분야에 준 영향은 "지식의 소유", "증명(등수/학위)의 소유"로 대표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비경합성 공공재에 속하는 지식에 등수를 매겨, 경합성 공공재로 바꾸어 놓기까지 하였지요. 사람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지식과 증명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타인을 배척하는 분위기에 흽쓸렸습니다. 더불어 경쟁에 낙오되었을 때 세상 모든 것을 잃은 것만 같은 좌절감까지 덤으로 얻었지요.
·비경합성 공공재 : 자원을 여러 사람이 나누어도 줄어들지 않으므로, 사람들 간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 공공재 (예 : 인터넷, 공기)
·경합성 공공재 : 비경합성 공공재와 반대의 의미로, 자원을 여러 사람이 쓸수록 줄어들어 사람들 간 경쟁이 일어나는 속성의 공공재 (예 : 토지, 물)
지식 소유를 기반으로 하는 학습은 "정보를 저장"한다는 개념으로 공부에 임하게 합니다. 교육 평가조차도 얼마나 많은 지식을 소유하고 있느냐를 기준으로 하고 있지요. 교과서에 나온 특정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괄호 넣기 하여 답을 맞히는 방식인 것입니다. 특정 지식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중요하며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식의 활용은 등수를 평가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지식을 소유"한다는 관점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활용은 소유물이 아니니까요.)
최근에는 창의력, 응용력을 내세워 "활용의 가치"를 평가하려 하지만, 그조차 개인소유 사상에 기반하여 적절치 못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창의적인 새로운 문제를 잘 푸느냐를 기준으로 창의력에 점수를 매기고 있으니까요. 창의력은 학습의 과정에서 습득되는 것이지, 학습의 결과물로 평가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닌 것입니다.(참고자료: 창의성은 어떻게 습득되고 발현되는가? (바로가기 링크))
양육 환경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부모들이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관점은 아이들을 속박하고, 너무 높은 기대를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나의 분신이자 내가 살아가는 의미의 존재로써, 나의 노후를 절대적으로 책임질 존재로써, 타인의 자녀들과 경쟁하는 환경 속에 자기 자녀에게 더욱 이기적이고 타인 배타적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자녀의 성공에 대한 욕심은 과도한 기대와 본인 능력을 초과한 투자로 이어집니다. 많은 돈을 써가며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는 학습을 시키고, 능력 이상의 성과를 요구합니다. 다른 집 아이가 초등학교 때 고등학교 수학 문제를 푼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덩달아 같은 학원과 과외를 보내려 하지요. 다른 아이에게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초조해지기 시작합니다. 또 남들은 벌써 고등학교 공부를 하는데 여태 초등학교 공부를 하는 것이 창피하기도 하고 자존심을 건드립니다.
다른 아이들이 잘한다는 이야기만 듣고 앞뒤 가리지 않은 채 따라 하는 행동의 결과는 대부분 실패로 마무리됩니다. 기대에 못 미친 성과에 분노하고 낙담하며, 그 부정의 에너지를 자녀에게 쏟아냅니다. 기대와 투자가 클수록 되돌아오는 충격파는 더 강력합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좌절하고 패배감을 느낍니다. 한창 긍정과 안정의 정서를 바탕으로 건강한 정신을 키워야 할 나이에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린 실패자"라는 정체성이 심어지는 것이지요. 가정은 불행해지고 피상적인 부모 자녀관계는 다시 개인의 소외와 외로움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성공한 사람의 인생은 잘 포장되어,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을 망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마다 타고난 성향이 있고 그에 맞는 방법에 따르는 것이 삶의 이치인데, 그런 것들을 무시한 채 그저 성공한 사람의 것을 무작정 추종하는 세태를 풍자하는 것이지요.
정치행정 및 경제제도
자본주의 제도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치행정과 경제제도는 그 자체가 개인소유 사상이 만들어낸 사회 문화이지만, 다양하게 나타나는 여러 가지 사회 현상과 제도들 역시 개인소유의 사상의 테두리 안에서 재평가해볼 수 있습니다.
개인소유 사상은 중세 신 중심의 사상에서 자행되었던 소수자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타고난 신분을 무기로 유린했던 하층민들에 대한 폭행을 상당 부분 제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하늘 아래 모든 개인은 평등하므로 누구나 신분에 관계없이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점차 힘을 가진 사람에게만 유리했던 법과 제도들은 보편적인 군중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형태로 발전하였지요. 시민 혁명, 신분제의 폐지, 흑인 노예 해방, 여성 참정권 등은 인권 향상의 노력으로 일구어낸 역사의 유산입니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으로 자본주의가 정립된 이래 인류가 보여준 비약적인 생산성의 향상은, 지난날 인류가 만들어낸 생산물의 총량을 훨씬 뛰어넘는 상품과 서비스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세계 보편적이었던 빈곤과 기아를 벗어나, 이제는 세계의 최빈국조차 산업화 시대 이전 영국보다 잘 살고 있을 정도로 전반적인 산업 발전을 이끌 수 있었습니다.
반면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있고, 배타적으로 남보다 앞서 차지해야 한다는 사상은 거시적, 장기적 차원에서 인류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소유하고 있음에도(당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요.)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것이지요. "공공재의 사유화", "지식 정보의 사유화(특허권 혹은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한 신기술 배척)"가 바로 그것들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 공항 건설이나 KTX 정차역 신설, 한국전력 부지 공공기여금 분배와 같은 이슈들에서 이 문제들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정 지역의 투표권을 얻기 위해 그다지 사회적 효용이 높지 않은 곳에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대단위 기간 시설들을 건설하는 것이지요. 각 지역민들은 내가 사는 곳 옆에 공공시설이 들어오기를 희망하고, 이것이 타 지역에게 빼앗기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남이야 어찌 되었든, 국가 전체적인 효용이야 내 알바 아니고, 나만 편하고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적 발상으로 전체의 효용을 떨어뜨리는 것이지요.
특허와 같은 지적재산권 제도도 비슷한 사정입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만들어낸 최초의 사람에게 이익을 보장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지식 개발 탐구에 힘쓰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 공공적 성격을 가진 발명에 대한 특허권 인정으로 사회 전체의 이익을 침해한다던지, 특허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자사 독점 산업의 보호로 악용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공공적 성격의 발명에 대한 특허권 인정 : 생명체 DNA가 가진 특정 기능을 발견했다는 이유로 특허권을 얻어낸 뒤, 해당 생명체를 사용하는 광범위한 산업적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 등
·자사 독점 산업의 보호로 악용되는 사례 : 자본력을 앞세워 여러 혁신 기술을 선점하여 특허를 얻은 뒤, 일부러 기술을 사장시키거나 타 회사의 기술 개발에 소송을 걸어 자신의 산업 시장을 보호하는 것
이는 지식 소유를 보장해주는 제도가 기존의 공공 이익을 특정 기업의 것으로 전속시키거나, 혁신적 기술이 구현되어 전반적인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것을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투자한 시설 비용의 가치를 지키고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한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인류 전체의 관점에서 봤을 때에는 부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발전을 더디게 하는 위해 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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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