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은 어떻게 습득되고 발현되는가?
네이버에 "창의성"을 검색해보면 대부분 나오는 자료들은
"창의성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하여 또 다른 심리학적 용어로 다시 설명하는 것들 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관련 학문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조차 분야에 따라 각기 다르게 창의성을 정의하면서도, 대개 자신의 연구 분야를 잘 어필하기 위한 수단으로 창의성을 설명할 뿐, 그 자체로서 초점을 맞추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창의성의 정체를 파악하려면 먼저 "생각과 사고"가 이루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장소인 뇌에 대해서 살펴봐야 합니다. 창의성이란 것도 결국 생각의 일종이기 때문에 뇌의 작동 메커니즘에 의해 발현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는 크게 대뇌, 간뇌, 소뇌, 뇌간, 연수 정도로 나눌 수 있고, 대뇌는 다시 추상적 사고 능력을 발휘하는 전두엽, 시각 정보를 관장하는 후두엽, 청각 정보를 관장하는 측두엽, 시·청각 등 감각들을 통합하는 두정엽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한다"라고 했을 때,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만 작동된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대뇌의 모든 영역이 연합을 이루어 활동하게 됩니다.
이것은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언어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언어로써 생각을 이끌어 나가는 과정에서도 시각 이미지, 청각 이미지 등이 동시에 사용되며 종합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도로를 질주한다."라는 문장을 읽을 때 굳이 소리를 내지 않더라도 측두엽에서는 "소방차"라는 단어를 직접 들은 것처럼 활성화가 되고, 후두엽에서는 빨간색, 불빛, 직사각형 모양의 이미지가 떠오르며, 두정엽에서는 이런 것들이 종합되어 질주하는 소방차의 이미지가 완성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전두엽을 통해 소방차, 사이렌 소리, 도로, 질주라는 개념들이 묶여 의미를 판단하는 것이지요. 여기에 한 단계 더 나아가 '아마 어딘가 불이 크게 나서 급하게 출동하느라 도로를 질주하고 있는 것이겠지...'라는 추론까지 이어집니다.
이는 대뇌가 각각의 단어나 소리, 시각 이미지 등의 정보 자극을 받았을 때, 서로 연관된 정보를 연쇄적으로 떠올릴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70~80년대를 풍미한 대중가요를 듣게 되면 그 시절의 감흥이 되살아나는 것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는 정보들은 어느 하나가 자극받았을 때 나머지 정보들까지 자동적으로 발현되는 것이지요. (위의 예시는 대뇌에 한정되어 설명하기 위해 정서가 포함되지 않은 문장을 사용했지만, 실제로는 관련 사건에 연루된 감정이나 감각까지 포함된 뇌 전체의 신경계가 활동하게 됩니다.)
창의성이 나타나는 기본 원리 또한
"어떤 자극을 받았을 때 다른 연관된 정보가 떠오르는 현상"을 기초로 합니다. 물컵을 보았을 때 오로지 물컵의 용도에만 한정 지어 사용하지 않고, 물컵이 지닌 특성과 연관된 여러 정보들을 떠올리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지요. 관습화 된 사건이나 사물이 더 이상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사뭇 다르게 생각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들이 기본 원리에 포함되고,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을 창의융합형 인재라고 평가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창의적인 사람은 특정 사건이나 사물을 접했을 때 다른 사람보다 더 넓고 다양하게 생각해 보는 능력이 있습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다른 관련 정보들이 이미 머릿속에 잘 연결(훈련)되어 있고, 다른 정보들이 쉽게 떠오를 수 있는 마인드나 태도(뇌의 유연함)를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더 넓은 관점에서 사건, 사물을 해석하면서 기존에 통속적으로 사용되어 온 방식보다 더 효율적이고 근사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지요.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가지 상황을 다양하게 조망하여 획기적인 해결책을 내어놓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표준화된 교육이 창의성을 해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현재 교육 방식은 정형화된 지식을 정답으로 정한 뒤에 그것이 틀렸을 때 페널티가 주어지는 형태로만 발달했으니까요. 생각 속도의 빠르기와 정확성(객관성)만을 추구하고 있으니 굳이 맞는 답을 앞에 두고서 에둘러서 다른 생각들을 펼쳐나갈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설명을 했지만 본 글의 진짜 결론인
"창의성이 잘 습득되고 발현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오늘 적은 글의 관점에서 본다면 하나의 정보와 관련된 여러 정보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와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타고 태어난 호기심 본능이 있지만, 확장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재료와 방법들을 보여주며 생각을 연관 짓는 훈련을 통해 습관을 다질 수 있으니까요. 항간에 "창의성 교육"을 표방하는 교육 훈련이 다 이런 원리를 기반으로 합니다. 브레인스토밍, 다른 관점(입장)에서 생각해보기, STEAM 융합형 학습 들이 모두 같은 맥락에서 짜인 프로그램입니다.
집에서는 아이들과 대화를 하면서 질문을 많이 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답이라 할지라도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한 번 더 물어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가끔은 아이가 질문을 했을 때 엉뚱한 답변을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미 정해진 답을 기계적으로 내놓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훈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조심해야 할 것은 엉뚱한 답이 옳은 정보라고 생각하게 해서는 안되고, 농담처럼 던져서 장난을 치듯이 이야기를 끌어가야 합니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건 교육 및 양육 환경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자유롭게 조합해보는, 호기심 있는 태도가 권장되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입니다. 애초에 확산된 생각을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조건에서 창의적 결과를 내어 놓으라는 건, 배추밭에 볍씨를 심어 벼가 자라나길 기대하는 것과 똑같은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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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