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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Jan 04. 2016

38.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6)

소비 자본주의로 인해 가벼워진 삶의 무게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3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자본주의의 기업들은 이윤 추구와 성장을 위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자사의 물건을 사게 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이는 상품 생산성을 향상을 통해 한계비용을 낮추어 보편적 다수가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사람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여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사도록 한 부정적인 면도 존재했습니다.


그중 "불행과 공포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들에게 가장 잘 먹히는 아이템이었습니다. 이 물건을 "소유하지 못하는 나"는 불행하고, 이 상품을 준비해두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뒤쳐진다는 공포감"을 심어주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조금의 편익 향상을 위해 필요 이상의 돈을 소비하였고, 기업들은 그 단물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들은 소비가 곧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멋진 옷을 차려입고 백화점에 가서 화려한 쇼윈도를 감상하며,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직원들을 보며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지요. 멋진 차와 명품 옷이 자신의 우월한 위치를 드러내 주는 것과 별개로, 물건을 구매하며 돈을 지불할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자신감과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감성 영역의 뇌가 발달된 여성들, 전업으로 집에서 살림을 하는 주부들에게 소비가 주는 존재감의 확인은 피하기 힘든 유혹이었습니다. 기업들은 소비의 유혹에 약한 여성을 목표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지요. 많은 사람들이 홈쇼핑에 중독되고, 백화점에는 수많은 사모님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습니다. 이와 함께 "여성 전용 카드", "여성 전용 대출"이 등장하며 여성들이 보다 쉽게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많은 여성들을 빚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하고 가정을 파탄 내었습니다.


사람들은 소비하기 위해 부족한 돈을 빌렸습니다. 은행에서 대출하여 집을 사고, 차도 마련하였습니다. 비싼 생활 용품은 신용카드 할부거래를 했지요. 자신이 실제 버는 돈보다 훨씬 부유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물건을 사며, 텔레비전 속에 나온 부자가 된 것 같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로 인해 생긴 부채(debt)는 다달이 받는 월급으로 갚아나갔습니다. 빚을 갚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되고 가진 물건을 차압당하니, 사람들은 현재의 부가 사라질 것이 두려워 직장에 매여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사람들의 미래를 저당 잡아 자유로운 삶을 통제하였습니다.


과잉 소비는 다시 과잉 생산을 낳았고, 이 모두는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이 아닌 신용 대출에 의한 거품 성장으로 메꿔졌습니다. 사람들과 기업들 모두 더 많은 소비, 많은 생산을 위해 미래 가치를 담보로 앞다투어 돈을 빌렸지요.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흐름에 합류하여 자본을 투자하였습니다. 이 또한 미래 가치를 담보로 한 빚이었지요. 허상의 가치에 평가를 매겨 자본을 빌리고, 이것을 다시 허상의 가치에 투자하는 과정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기점으로 전 세계 금융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고, 미국은 부실 채권을 정리한 뒤 서서히 실질 산업 중심으로 경제 내실화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버블은 터지지 않았으니까요. 그럼에도 한국 경제는 여전히 2008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현실입니다.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4
변질된 삶의 가치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사회, 소비로써 존재의 가치를 확인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전통적인 사람 사이의 관계를 상실하였습니다.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한 경쟁에서 우리 이웃을 배척하기 시작하였고,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지역 공동체, 가족 공동체에 소홀히 하였습니다. 사람 간의 대화가 사라졌습니다. 상대방을 진정으로 알기 위한 깊이 있는 대화보다는, 피상적인 주제 혹은 상대방보다 자신이 더 우월하다는 것을 알리려는 주제들 - 대부분 돈과 권력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지요.


아버지가 자녀의 평소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녀는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가정도 많아졌습니다.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떤 꿈을 가지고 살고 싶은지 따위의 대화는 기대할 수조차 없게 된 것이지요. 친구사이도 별반 다를 것이 없어졌습니다. 좋은 대학, 돈 잘 버는 직업, 재미있는 유흥거리 외에는 관심조차 없거니와 이야기할 내용도 빈곤했습니다. 진정한 내면의 나는 사라지고 "어떤 자동차를 좋아하는",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는", "어떤 연예인을 좋아하는",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사람으로서의 나만 남은 것입니다.


사람을 사귀어도 개인의 이익관계에 부합하는 만남으로 재편되었습니다. 소위 "인맥"이라는 것도 결국 나와 그 사람의 이익 기반 공동체일 뿐, 내가 힘이 없어지면 언제든 인맥에서 버려지는 매몰찬 사회가 된 것이지요. 진실된 친구를 잃은 자리는 고급 외제차, 초호화 주택, 비싼 명품백, 비싼 옷, 명문대를 나온 자녀 등의 겉치레로 채워졌습니다. 내가 어떤 가치의 존재인지 증명하기 위해, 또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돈과 물건과 외모로 치장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지요.


분명 과거보다 풍족하게 먹을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현대인들의 마음은 텅 비어버렸습니다. 물질적 풍요 이상으로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사람의 욕구가, 공동체의 해체와 인간관계의 변질로 좌절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 다른 사람에게 뒤쳐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물질과 자본의 소유에 집착토록 만들어버리고 말았지요.


이것은 하나의 거대한 시대정신입니다. 역사의 첫 단추를 잘못 꿰어낸 특정 인물들과, 그 힘의 유산을 여태껏 개인 영달만을 위해 사용하는 기득층에게 원초적 잘못과 책임이 있지만, 지금 시대에 와서는 우리라고 완전 무결히 떳떳할 수만은 없습니다. "끝이 없는 욕심", "내실은 없으면서 겉으로만 잘 꾸미려는 속물근성" 같은 능동적인 의식에서부터, "남들이 갖고 있는 것을 가지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두려워하는 마음", "조금의 불편과 부족함을 참지 못하고 신세를 비탄하는 패배주의" 같은 수동적인 의식까지, 다른 사람을 손가락질하고 욕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바로 나와 우리의 모습입니다.


기득권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사회 질서를 만들었지만, 그 질서가 정교하게 잘 굴러가게 한 것은 대중들의 생각과 행동이었습니다. 실용의 가치를 넘어 자기 과시를 위한 소비, 다른 사람을 이겨 내 몫을 더 가져가고자 하는 욕심은, 늘 현재의 자신을 불만스럽게 느끼고 충분히 많은 돈(물질)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나뉘어 싸우고, 관리자와 직원이 나뉘어 싸우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나뉘어 싸웠습니다. 지역 이권을 위해 동과 서, 남과 북이 갈라졌고, 정치 셈법에 의해 노년층과 청년층이 나뉘고, 진보와 보수가, 남자와 여자가 편을 나누어 싸웠지요. 배려와 인정이 사라지고, 불신이 팽배해졌으며, 더욱더 많은 돈과 물질을 추구하는 속성은 거품 경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도 피할 수 없는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를 불러온 것이지요. 지금도 여전히 그 싸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힘을 가진 사람들은 이것을 이용하여 더욱더 자기 배를 불리고 있으며, 자신들만의 영원한 제국을 만들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고요.


그렇기에 우리 스스로가 찌들어있던 개인소유의 사상을 벗겨낼 수 있는 삶의 태도와 관점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나서서 사회를 바꿔주길 원하는 것은 이제는 그만둘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우리의 역사는 한두 명의 영웅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서민을 대표하여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쟁취해왔다면, 이제는 우리들이 깨어나서 조그만 실천을 시작하여 거대한 시대정신을 바꾸는 것으로 새로운 사회 질서를 만드는 방법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 개개인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지, 왜 그것이 더 합리적인지에 대해 앞으로 몇 편의 주제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지금 바로 『이기심의 종말』을 만나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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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 https://goo.gl/gPqNDA

교보 - https://goo.gl/3hhkU7



<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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