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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Jan 06. 2016

43. 개인에서 공동체로 (5)

인간다운 삶을 위한 불편과 느림의 가치

보다 영속적인 가치 3
불편과 느림이 있는 삶


지나친 편리함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앗아갑니다. 온실 속의 화초가 비바람에 이겨내지 못해 금방 시들어버리듯이, 마냥 편하게만 사는 것은 사람들이 미처 인식하지 못한 부분의 퇴화를 가져온다는 것이요. 풍족한 식생활과 각종 편리한 이동수단은 과거 영양실조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의 운신의 폭을 넓혔지만, 반대급부로 지나치게 많이 먹는 대비 운동량이 부족해져서 비만 인구 및 성인병의 증가를 가져왔습니다. 질병으로 인한 활동량 저하와 치료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 사람들의 불행한 삶까지, 지나친 풍족과 편리함이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난 것이지요.


스마트폰도 우리 삶의 여러 부분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사람과 소통할 수 있고, 정보를 검색하며, 나도 모르게 잊어버릴 수 있는 약속을 챙겨주는 비서와 같은 역할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은 강력한 중독성으로 손에서 떼어낼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사람들은 스마트폰 사용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프랑스의 사진작가 인토니 가이거는 이렇게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모습을 풍자하고자 "Sur-fake"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사람들에게 큰 화제가 되기도 하였지요.(참고기사 : 스마트폰에 중독된 현대인 모습 담긴 사진 화제(바로가기 링크))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관계망을 양적으로 확대시켰지만, 질적인 부분은 퇴보시켜버리고 말았습니다. "좋아요" 버튼을 누르고 "팔로우"를 하는 것으로 자신의 의사를 편리하게 표현하게 되면서, 더 복잡 다단하고 깊이 있는 생각과 감정의 소통을 단편화시켜버렸던 것이지요.


정보의 홍수 속에 어느 하나의 선택을 하기가 곤란해진 "선택 장애"의 시대가 도래한 것도 한몫 더했습니다.(참고기사 : 이게 나을까 저게 나을까, 머리 쥐어뜯는 현대인들(바로가기 링크)) 사람들의 이목을 잡기 위해 깊고 복잡한 문장 해석을 요하는 장문의 글은 종적을 감추었고, 짧고 단순하며 자극적인 영상 이미지 콘텐츠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사람들의 문장 해석력은 떨어졌고, 삶의 깊이가 그만큼 얕아져 버린 것이지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직접 만나고 깊은 이야기를 하며, 사람다움의 가치가 무엇인지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소통의 기회와 능력을 잃어버렸습니다. 더욱 개인은 소외되고 정서는 메말라가며, 우울증 등의 각종 정신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한 번의 클릭과 터치로 모든 것이 쉽게 이루어지는 편리함 속에, 아이들의 창의적 도전정신도 실종되었습니다. 예전 PC(개인용 컴퓨터)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수많은 호기심이 넘치는 아이들은 새까만 화면에 녹색 커서가 깜박이는 화면 하나만 두고서 프로그래밍을 독학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꿈과 상상의 나래를 현실로 만들어가며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키울 수 있었고, 그들이 지금의 1세대 벤처 사업가가 되어 세계 유수의 기업을 호령하는 인재로 성장하였지요.


그런데 윈도우즈 OS가 출시되고, 굉장히 편리한 웹 서비스,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면서 이제 그런 아이들이 사라졌습니다. 누구나 쉽게 블로그를 만들고 쇼핑몰을 차릴 수 있는 시대에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잘 소비하는 것에 길들여졌고, 불편함을 바탕으로 스스로 창의적인 해결책을 고안해내는 능력을 상실해버렸지요.


고속철도와 같은 빠른 이동수단들은 여행의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깊은 사색의 시간을 앗아갔습니다. 사람들은 시간을 아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음에 환호했지만, 정작 그렇게 아낀 시간은 또 다른 일을 위해 소비되었습니다. 때론 잠시 여유를 갖고 고민하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수 있는 시간이 사라져버린 것이지요.(참고기사 : 우리가 좀 더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멍을 때려야 하는 이유(바로가기 링크)) 참고기사에 적혀있는 바와 같은 맥락으로 사람의 뇌는 어느 한 부분에 계속 집중할수록 그곳에 매몰되어버려 새로운 관점을 생각해내지 못하게 됩니다. 집중과 휴식의 적절한 비율 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인데, 지금의 시대는 계속 앞으로 달려가야만 하는 상황에 빠져버린 것입니다.


시간뿐만 아니라 정서적 여유와 자극의 기회도 사라졌지요. 포인트 투 포인트로 빠르게 소비하는 여행이 대세로 자리 잡았고, 미지의 영역을 답사하고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들을 겪으면서 만끽할 수 있는 여행의 참 의미가 퇴색되었습니다. 우리가 멍 때려야 하는 이유와 같은 맥락으로, 낯선 자극을 통해 뇌를 활성화시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해내는 여행의 장점이 사라져버린 것이지요. 결국 여행 속 다양한 이야기는 사라지고, 대량으로 생산된 표준화된 관광지만 남았습니다. 결혼식장에서 공장 컨베이어 벨트 돌아가듯 신랑 신부가 입장하고 퇴장을 반복하는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있는 소비 상품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역설적으로 불편함과 느림이 있는 삶은 지금 당장의 답답함을 안겨주지만, 장기적으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진짜 인간다움의 가치를 찾아낼 수 있는 기회인 것입니다. 우리가 운동을 힘들게 하며 근육을 키우듯이, 적당한 불편함과 느림은 우리를 좀 더 강인하게 훈련시키고 깊이 고민할 자극을 주며, 다른 이들과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줍니다. 인류는 그렇게 훈련된 사고능력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시대의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어왔지요.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이 사회는 대중들의 사고능력과 창의력이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해있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이런 상황이 앞으로 심화될수록 아주 오랫동안의 역사의 퇴보를 가져오게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추종하는 편리함으로 인해, 시대를 주도하는 자와 그것을 따라가는 자들 사이에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지적 수준의 차이가 벌어지게 될 테니까요.


그렇기에 우리는 참을 수 없는 불편함과 존재의 가벼움을 적극적으로 이겨내고 즐겨야 하는 것입니다. 앞선 주제에서 논했던 패턴화 된 삶의 불행, 과잉 소비에 의한 자원낭비, 환경파괴, 상대적 약자들의 삶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그리고 불편과 느림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가치를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물론 나 하나가 생각과 행동을 바꾼다고 하여 크게 달라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동시에 서서히 자각하고 변화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다른 이들과의 소통 안에서 지금의 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삶의 참 재미와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개인이 홀로 싸우는 것이 아닌, 함께 하며 배려받고 베풂을 나누는 사람다움이 있는 삶 말입니다.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지금 바로 『이기심의 종말』을 만나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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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 https://goo.gl/gPqNDA

교보 - https://goo.gl/3hhkU7



<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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