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시스템의 소비 중독 매트릭스에서 깨어나기
보다 영속적인 가치 1
최신과 최고만을 고집하는 사람들
우리는 "소비사회"로 명명되는 일상 속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무의식적으로 자본주의 개인소유의 사상에 젖어들게 됩니다. 앞선 주제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은 자본주의에 기반한 개인소유 사상에 근거하여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지요.(참고자료1 :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바로가기 링크), 참고자료2 :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1(바로가기 링크)) "지금 나의 삶이 행복한가?", "우리 사회의 모습이 정당한가" 같은 자기비판적인 질문을 가지고 사색을 하지 않는 한, 그저 거대한 시대정신의 흐름에 휩쓸려 주체성 없는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경쟁 위주의 약육강식 사회에서 사람들 사이의 진정한 관계는 해체되었고, 자기 존재의 이유를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게 된 개인들은, 소비 사회의 가치에 기대어 자신을 드러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소비사회"가 가져다준 정체성의 확인에 위안을 얻을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이 지향하는 가치는 너무나도 짧고 유한하였습니다.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수준의 직업, 권력, 돈, 외모와 같은 것들은 삶에 있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누릴 수 있는 만족이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욱더 많은 노력과 돈을 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마약에 중독되는 것처럼,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지게 된 것이지요.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대상의 가치가 짧으면 짧을수록 쾌재를 부릅니다. 그래야 더 빠르게 사람들이 제품을 소비하며 기업의 매출을 올려줄 수 있으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최신의, 최고의 제품을 내어놓을 때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앞다투어 구매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보다 더 최신의, 최고의 제품을 출시하며 얼마 전 최고였던 제품은 곧바로 낮은 가치를 지닌 것으로 만들었지요. 수많은 한정판들이 흔하게 출시되고, 사람들은 넘쳐나는 한정판 제품들을 비싼 값을 치르면서 소장합니다.
항상 최신과 최고를 추구하는 것도 개인의 경제력이나 극복할 수 없는 생리적 문제로 인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좋은 상품은 모든 사람이 갖고 싶어 하기에 가격이 너무 비싸 살 엄두가 나질 않고, 나이가 들어가며 허물어지는 피부와 약해지는 신체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되돌리기가 불가능합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좋지 않은 제품을 쓰며 내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였고, 외모를 젊게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미용을 하고, 성형을 해보지만 젊고 멋진 사람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습니다. 아직 인류의 기술로는 세월의 힘을 거스를 수는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사람들은 영원히 채울 수 없는 허망함을 느끼고 존재의 빈곤을 경험하며 불행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빠져나올 수 없어 보이는 자본주의 소비사회의 늪에서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저는 두 가지 부분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소비를 유혹하는 마케팅에 대한 저항과, 보다 영속적인 가치로의 전환이 바로 그것입니다. 결국 사람들이 그토록 좋고 멋진 것을 추구하는 것은, 실질적인 불편함을 해소하고 편리함을 누리려는 속성과, 자신의 존재 가치를 무엇으로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본성에서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보다 영속적인 가치 2
참을 수 없는 불편함과 존재의 가벼움
점점 기술이 발달하면서 정말 놀랄만한 새로운 제품들이 등장하며 우리의 삶을 매우 편리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편리함은 크게 "힘을 덜 들인다"와 "시간을 절약한다"의 두 가지 개념으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힘들게 용쓰지 않더라도 똑같은 결과를 내어줌에 만족하고, 나의 시간을 절약해주는 것에 가치를 느끼며 새로운 기술의 제품들을 구매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어느 시점의 실용 수준을 넘어가며, 실질적인 편리함의 가치보다는 제품이 가져다주는 브랜드, 정체성, 스토리에 더 힘이 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많은 상품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고 경쟁 업체 간 기술 수준이 비등해지면서, 제품 자체의 퀄리티보다는 제품 외적인 것으로 상품의 가치가 결정되어 소비자를 유혹했던 것입니다. 이른바 "마케팅"이라고 부르는 영역의 싸움이 시작한 것이지요.
고도로 정교화된 광고 매체들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분석하며, 사람들이 언제 어느 때 제품을 사는지 파악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단계에서 사람들의 구매 패턴을 이해했던 것이지요. 그렇게 분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가장 사고 싶어 하는 상품의 이미지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어필하였습니다. 브랜드, 제품의 색상, 판매 루트, 결제 시스템, 홍보 이벤트, 구매자들의 나이·성별·성향 등을 모두 망라하여 최적의 시간과 장소와 가격에 상품을 내어놓았습니다. 이렇게 출시된 제품들은 무의식의 수준에서 구매 충동을 느끼게 하였고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것들을 구매하였습니다. 물건값을 지불하며 자신의 가치도 함께 확인하면서 말입니다. (참고자료 :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바로가기 링크))
우리는 조금 냉철하게 우리가 소비하려는 제품이 "정말 삶의 불편함을 해소시켜주는 것"인지를 판단해보아야 합니다. 수많은 최신의 제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의 삶에 실용적인 편리함을 가져다주었던 시절은 이미 지난 지 오래이기 때문입니다. 잠깐 욕실에서 애벌빨래를 하는 것이 귀찮아서 애벌빨래 기능이 있는 세탁기가 나오고, 허리를 굽혀 김치통을 넣는 것이 불편하여 세워 놓는 대형 김치냉장고가 출시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경쟁사보다 훨씬 나은 제품을 내어놓아 매출을 올려야 하는 급박함이 있겠지만, 소비자들은 굳이 기존에 있는 제품이 고장 난 것이 아닌 이상에야 거금을 들여 새로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대형 가전제품의 예가 적절치 않다면, 매 해 유행에 따라 사 입고 버리는 옷들의 예도 있습니다. 한 철 돋보이기 위해 비싼 돈을 주고 사는 옷들이 얼마나 나의 진짜 가치를 대변해 줄 수 있을까요?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그런 비싼 물품들을 뽐낼 수야 있겠지만, 그렇다 해서 그것이 얼마나 오랫동안 나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을까요? 유행이 바뀔 때마다, 최신의 제품들이 나올 때마다 기존의 옷들은 구식이 되어 사용가치가 없어지는 것이 너무나도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현실 속에 있으면 늘 그 자리에서 맴돌 뿐입니다. 하루하루는 새로운 느낌이 들지 몰라도 일 년, 이년이 지나면 자신은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 뿐이지요. 기업들은 이것을 너무 잘 알기에 홈쇼핑, 인터넷, 패션잡지, 최근에는 드라마까지 동원하여 늘 새로운 유행이 올 것이라며 사람들이 신상품을 사도록 자극합니다. 마치 온라인 게임에서 날이 갈수록 더 강력한 아이템을 출시시키며 사용자들이 무한한 현질의 늪에 빠지도록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매번 새로운 아이템을 살 때마다 잠깐 동안의 만족을 느끼지만, 오래 지나고 남아있는 것은 지금 현재 가장 최신의 아이템 하나뿐인 것입니다. (참고글 : 한국 게임사는 유저를 호갱을 보는가?(바로가기 링크))
자본주의 관점에서만 보면 내가 많이 번만큼 돈을 쓰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름다운 소비라고 하여 자본이 순환하도록 만드는 권장할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보다 넓은 시야에서 보면, 누군가는 자신의 능력 이상의 물건을 사기 위해 빚을 지며 인생의 자유를 구속받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좋은 물건을 사지 못하는 좌절감에 빠져 인생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더 큰 관점에서는 매번 새롭게 출시되고 빠르게 소비되며 버려지는 물건들이 넘쳐나면서 한정된 지구의 자원이 낭비되고 환경이 오염됩니다. 진짜 절실하게 생필품이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에게 사용될 자원이 없어서 누군가는 절대적으로 불편한 삶을 살아야 하고요.
자본주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매트릭스와 같은 소비사회의 참모습을 직시할 수 있다면, 조금은 불편함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을까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까지 해소시켜주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아직 가슴속에 주체성의 의지가 남아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조종하고 의도한 바에 따라 순순히 움직이는 삶에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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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