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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Jan 07. 2016

45. 개인에서 공동체로 (7)

상호 호혜의 평등심에서 우러나오는 관심과 인정, 배려

관심, 인정, 배려 1
사회 변화의 시작점


우리가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삶이 현실로 드러나는 가장 첫 단계는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한없이 부족한 개인이 타인과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사실 개인을 파편화 시키고 자신의 위태로운 삶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어버린 자본주의 개인소유 사상도 "타인의 대한 무관심"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것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 전통적으로 베풀었던 관심과 배려를 거두면서 타인을 멀리하고 불신했던 것이지요.


"인정"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짐과 동시에, 그 사람의 장점과 부족한 점을 수용하는 과정입니다. 나의 기준과 잣대로 옳고 그름을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때의 평가는 나에 대한 평가와 상대방에 대한 평가, 두 가지 기제가 작동함을 이해해야 합니다. 내가 상대방보다 못났다고 생각될 때에 느끼는 열등감은 부정과 오만을 부르고, 상대방이 나보다 못났다고 생각될 때에 느끼는 우월감은 멸시와 과용을 가져오기에, 이 두 가지를 수용하고 배제할 수 있어야만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배려"는 인정을 바탕으로 우러나오는 실체적 행동입니다. 이것은 상호 호혜의 원리로써 발현됩니다. 내가 부족한 만큼 상대방도 나를 배려해 줄 것이라는 믿음 하에, 상대방의 부족함을 배려해 줄 수 있는 것이지요. 이것은 세상을 함께 살아간다는 공동체 의식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일부 인격적 수준에 이른 사람들은 상호 호혜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배려 행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약삭빠른 이들이 제 이득을 위해 순진한 사람을 이용해 먹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힘을 가진 사람이 충분히 상대를 제압하고 이득을 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자신의 이익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사람들이야 말로 진정으로 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호인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내려놓기"와 "보다 영속적인 가치"에서 논한 주제들은 관심, 인정, 배려가 시작되기 위한, 개인 내면의 힘을 키우는 과정입니다.(관련 내용은 앞선 주제의 연재 글을 보시기 바랍니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주기 위한 심적인 여유, 타인의 장점과 단점을 나와 비교해서 색안경 끼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객관, 타인의 더 큰 편의를 위해 나의 조그마한 불편을 감수할 수 있는 마음을 통해 관심과 인정, 배려가 싹틀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관심과 인정, 배려"가 상호 호혜의 원칙에 의거하여 내가 남에게 주고, 남이 나에게 줄 때,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지속가능한 삶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서서히 쌓여가며 신뢰가 형성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사회적 신뢰는 효율적 소통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불신과 불통의 비용이 이 사회의 수많은 낭비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이것은 경제적으로도 굉장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행동인 것이지요.


다만 이것은 진짜 힘과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현실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지키고자 꽁꽁 싸매고 약점을 감추고 있습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고 타인을 수용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영악한 기회주의자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그런 먹잇감들을 찾아 헤매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한편으로 "현명한" 관심과 인정, 배려가 필요로 한 것입니다. 인정과 배려를 해야 할 곳과 그렇지 않을 곳,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인정과 배려를 해줄 만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기본적인 룰은 상호 호혜의 원칙에 따라 "이기주의적 행태가 아닌 상생의 가치를 지닌 사람인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사람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어렵습니다. 많은 이들이 가식과 위선으로 포장하여 착한 사람인척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오래도록 사람을 지켜보았을 때 분명 언젠가는 그 면모가 드러날 것입니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하나씩 자신의 진의가 스며나오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두고 얼마나 "이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행동하는지" 아니면 그 반대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지" 살펴보며, "내가 상대를 위해 인정과 배려를 내보일지, 그렇지 아니할지"를 선택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점차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훈련되어, 상호 호혜의 원칙에 따라 서로를 배려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관심, 인정, 배려 2
경계해야 할 것 : 베풂이 주는 우월감


다른 사람에게 관심과 인정, 배려를 줄 때에는 "베풂이 주는 우월감"을 경계해야 합니다. 이는 내가 상대방에게 무엇을 해준다는 반대급부로 자신이 그보다 우위에 있다는 느낌을 만족하려는 속성을 의미합니다.


최근 감성과 인정에 호소하는 영상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메마르고 팍팍한 사회생활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촉촉한 정서를 느끼며 감동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지요. 다른 한편으로는 얼마나 우리 사회의 인간미가 사라졌는지를 알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만약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도움과 배려를 접하고 있었다면,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을 평범한 이야기였을 테니까요.


보편적인 가난함이 존재할 때 성공에 대한 가치가 빛나고, 이기주의가 판치는 세상에 희생정신이 더 값진 것처럼, 인정이 없는 사회이기에 그것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인간미가 사라진 사회에서 스스로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감성과 인정에 호소하는 영상에 자극받고 눈물을 흘립니다. 물극필반(物極必反),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그 전의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이치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지요.


일부 기업들은 이런 현상을 활용하여 과거의 따뜻한 인정을 느낄 수 있는 복고로의 회귀나, 소외된 이웃에 대한 봉사 등의 이벤트 영상을 만들어 기업 브랜드 제고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인간다움의 가치는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에도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이지요. 이 뿐만 아니라 지극히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돕고자 기부를 권유하고, 조직화된 봉사를 통해 사회공헌을 자처하는 종류의 단체들도 많이 등장하였습니다. 예전에는 구세군과 적십자 정도만 있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이름을 다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합니다. 결식아동 급식에서부터, 난민 구호, 격오지 의료 봉사, 빈민 교육 지원까지 해외와 국내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단체에 자신의 월급을 일정 부분 후원하고 시간이 나면 직접 봉사에 참여하며 그 뜻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관심과 인정, 배려"라는 주제에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적극적 행동을 펼치는 아름답고 권장할만한 사례이긴 하지만, 그 이면에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과연 나의 봉사활동이 진정으로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인간성을 고양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도움을 베풀려는 의도인지 말입니다.


아주 어릴 때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양육되는 1~2살 배기의 아기들을 위한 봉사를 할 때에는, 몇 가지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한 아이에게 오랫동안 정을 주지 말 것,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감정을 내비치지 말 것 같은 내용들이지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야 할 아이들임에도 그런 규칙이 있는 이유는, 봉사를 하고 가는 사람은 그렇게 한번 잠깐 왔다갈 뿐이지만, 남겨져 있는 아이들은 계속 그곳에 남아 외롭게 홀로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계속 사랑과 보살핌을 주지 못할 바에야, 사랑을 받았다가 단절되는 고통을 아예 주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지요. 나의 정서적 감수성을 채우기 위한 목적의 봉사로 보육원의 아이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것은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폭력이기 때문입니다.


지하철에 엎드려 동전을 구걸하는 가난한 자에게 적선을 하는 것도 그러합니다. 그에게 돈 천 원을 주는 행동이 정말 그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주는 것인지, 아니면 나에게는 큰 가치가 없는 돈이기에 기꺼이 건네줌으로써 자신의 인간다움을 스스로 고취시키려는 마음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라는 것입니다. 불행한 환경에 있는 사람에게 베풂을 나누어주는 나의 우월한 위치를 만끽하기 위한 선행은, 그저 돈으로 자신의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한 서비스 구매 행위와 다를 것이 하나 없습니다.


우월함이 저변에 깔려있는 관심과 인정, 배려는 타인이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써, 진정한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낼 수가 없습니다. 주는 자가 위에 있고 받는 자가 아래에 있다는 사상은, 지금 사회의 그것과 똑같기 때문이지요.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상황에 의해 겉으로는 낮게 엎드려 자신의 위치를 수용하지만, 무의식 속에는 상대에 대한 경쟁의 마음이 싹트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도 "내려놓기"와 "보다 영속적인 가치"가 필요합니다. 자신을 내려놓고 상대와 동등하다는 관점에서 우러나오는 배려야말로, 위와 아래를 만들지 않고 서로에게 감사할 수 있는 진짜 배려이기 때문입니다.


번외로 자선과 기부를 내세운 단체들이 의도한 바가 이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들의 심리를 활용한 일종의 비즈니스인 셈이지요. 그들이 정녕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는 진정성이 있다면, 기부금 중 많은 비중을 어려운 삶을 사는 그들에게 쓰고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기부 단체가 기부금을 어느 곳에 사용되는지 검증이 가능한 곳은 1%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부의 형태도 진짜 그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사용되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경력을 쌓기 위한 용도로 허투루 쓰이고 있는지 알 길도 없고요. (참고글 : 어디에 썼는지 깜깜이 기부(바로가기 링크), 참고기사1 : 공익법인 3만곳, 기부금 쓰임새 검증 가능한 곳은 고작 1%(바로가기 링크), 참고기사2 : 눈 먼 기부금, 개인용도로 사용해도 몰라... 시민단체들 막가는 기부금 잔치(바로가기 링크))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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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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