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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Jan 09. 2016

46. 개인에서 공동체로 (8)

새로운 질서의 공동체, 역사는 나선형의 원리로 발전한다.

공동체 의식의 확장 1
과거 공동체의 원형


내려놓기와 보다 영속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한 관심, 인정, 배려는 "공동체 의식의 확장"이라는 키워드로 종합됩니다. 한껏 고양된 제 욕심과 가면을 내려놓고, 지금까지 자신의 가치를 드높여왔던 각종 물질적인 소유를 포기하는 대신에, 관심과 인정과 배려로써 이루어진 "공동체 의식"으로 자기 존재 인정의 욕구가 채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거짓으로 자기를 포장하고 뽐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를 편안히 표현한 나를 인정하고 존중해줄 것입니다. 나 또한 부족함이 있는 상대를 수용하고 존중하며 배려해 줄 것이고요. 각종 명품으로 치장하지 않더라도 나의 진짜 아름다움을 알아봐주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진정 즐거운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지시하고 복종시키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나의 인간적인 가치를 보고 따를 것이며, 나 또한 누군가의 명령을 듣고 억지로 머리를 조아리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는 기꺼이 사회 안전망을 통해 삶을 보장받을 것이며, 그런 믿음이 있기에 더욱 도전적인 일을 추진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잦은 실패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나의 커다란 성공은 다시 모두의 이익으로 돌아가 이 사회를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상호 호혜의 원리에 따라 서로를 배려하는 공동체가 이루는 사회, 이상적인 구호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세계 역사에서 이와 유사한 사회 시스템이 존재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중세 봉건 사회나 우리나라 전통의 마을 단위 공동체가 그러했지요. "공동체" 안의 사람들은 기사와 농노, 양반과 중인 그리고 노비 등으로 이루어진 신분제 사회였지만, 서로를 위한 역할과 도리가 명확히 정의되어 있었습니다. 힘을 가진 자는 무한히 아랫사람을 착취할 수 없었으며, 윗사람은 윗사람에 맞는 의무가 주어졌습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조선의 경우 국법에 의해, 중세 봉건 사회의 경우 농노의 집단 봉기로써 응징을 받았지요.


"군위신강, 부위자강, 부위부강"의 삼강과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의 오륜은 지금 시대에선 불합리한 신분제를 고착화시킨 유교적 폐습이라 하지만, 그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아랫사람이 일방적으로 따라야 할 규칙이 아니라 "상호 간에 지켜야 할 원칙과 도리"를 의미함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군위신강(君爲臣綱)의 말 뜻을 그대로 풀어놓으면 "군주는 신하의 벼리(중심)가 된다."이고, 일반적으로 "신하는 군주를 섬기는 것이 근본이다."의 뜻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동양적 사상에서는 음과 양의 상호적 관계를 항상 염두에 두고 생각하는 까닭에, 언어를 사용함에도 하나의 표현이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군위신강(君爲臣綱)에는 "군주는 신하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뜻도 함께 포함되어 있으며, 군주와 신하 사이에 서로 지켜야 할 예법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서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농노가 농사와 목축을 하여 얻은 생산물의 일정 비율을 기사에게 바치지만, 야만족 등의 외세가 침입했을 때에는 기사가 전쟁터에 나서서 봉건 마을의 농노들을 지켜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가장 힘든 일이 생겼을 때에는 리더가 먼저 나서서 희생하는 정신은 봉건 사회가 유지될 수 있었던 예법이었던 것이지요.


각자가 정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서로에게 필요한 것, 부족한 것을 보완해 주는 공동체 사회의 원형이며, "삼강오륜"이나 "노블레스 오블리주" 같은 예법이 잘 지켜지고 풍수해나 외세의 침략이 없었던 시절에는 태평성대로서 평안한 삶을 지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 능력이 뛰어남과 부족함에 관계없이, 정해진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충분히 먹고살며 인정받을 수 있었던 사회였던 것이지요.


다만 지금 시대의 기준으로 보면, 태어난 출신에 따라 능력과 관계없이 평생 할 일이 정해졌던 불합리함이 있었고, 이런 문제들과 더불어 나라 관료들의 부정부패가 심해져 사회 윤리가 바닥에 떨어지고, 힘을 가진 자들이 예법 이상으로 아랫사람들을 착취하며, 각종 풍수해 및 외세의 침략이 겹쳐지면서 사회 몰락의 길을 걸었던 것입니다.




공동체 의식의 확장 2
개인에서 새로운 질서의 공동체로


공동체 사회의 몰락을 사상적 관점으로 살펴보면, 과거 공동체 사회의 불합리함과 비효율성을 자본주의 개인소유 사상이 새롭게 재편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의 국가가 개인주의의 전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 능력을 우선하여 자신이 노력한 만큼 보상을 가져가는 자본주의 사회는, 인류사의 유례없는 기술 발전과 풍요를 가져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공동체 사회 말기에 나타났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었습니다. 법적으로는 신분의 제약이 사라졌지만, 현실에는 자본에 의해 신분이 나뉘어 버린 것이지요.


자본력에 의해 할 일이 정해지고,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며 무도한 장사치만 남았습니다. 힘을 가진 자본가는 초법적 수단으로 근로자를 착취하기 시작했고, 지구적으로는 환경오염 및 기후 변화의 위기에 처한 상태입니다. 사람들의 풍요로운 삶을 지향했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초기 정신은 땅에 떨어지고, 법치가 아닌 돈치의 시대가 되며 사회 정의는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집단 공동체의 상호 호혜 원리도 사라지면서, 개인들에게는 더욱 살기 각박한 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과거의 투쟁은 눈에 드러나는 기득 세력과 대중의 싸움이었다면, 지금은 대중과 대중의 싸움이 되고 말았습니다. 기득 세력들은 시스템과 문화를 방패 삼아 숨은 채 말입니다.


역설적으로 과거 공동체 사회의 악습과 폐단이 개인주의 사상으로 전환되며 치유되었듯이, 지금의 개인주의 사회의 악습과 폐단은 다시 공동체 사상의 전환으로 치유될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공유경제의 기술과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그와 맥을 같이하는 협력자들이 추구하는 시스템들이 과거 상호 호혜의 원칙으로 움직였던 공동체의 원형과 비슷한 형태로 조직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자본주의에 의해 촉발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한계비용 제로사회로의 진입이, 지금까지 어쩔 수 없이 중앙집권적이고 불투명했던 정치, 경제 권력이 대중에게 돌아갈 수 있게끔 만들어 줌으로써, 여러 가지 새로운 사회 실험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그리고 새로운 미래의 공동체는 중세 봉건 사회 및 조선 시대의 공동체보다 훨씬 진일보한 사상을 갖게 될 것입니다. 신분제가 아닌 개인의 능력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회, 산업 발전의 혜택으로 풍수해를 겪더라도 치명적인 삶의 위기에 처하지 않는 사회, 글로벌 시민의식의 향상으로 야만적인 외세의 침략이 최소화된 사회, 정보 기술의 도움으로 각종 정보와 권력이 대중들에게 분산되어 있는 사회이면서, 지금처럼 능력이 부족하거나 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삶의 가장 밑바닥에서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살아야 하는 불합리함이 사라진 사회가 될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그곳을 향해 가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 내면의 적과 싸워야 하기에 더욱 힘든 싸움이 될 것입니다. 지난 백여 년 넘게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개인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 무관심, 불신들로 인해 함께 모여 소통하기에는 너무 높은 장벽이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공동체의 탈을 쓰고 사기 행각을 벌이는 유사 공유경제 집단도 등장하여 진실된 공동체를 향해 가는 길을 방해할 것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이 험난한 과정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과거처럼 어떤 슈퍼 영웅이 나타나서 우리를 구해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 하여도 그 사람이 진짜 영웅인지 아니면 영웅의 탈을 쓴 사기꾼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겠습니까? 자기 스스로 그 사람이 미래를 약속할 만한 철학과 윤리와 도덕을 갖춘 사람인지를 판단할 능력이 없다면, 유사 공유경제 집단의 사탕발림에 속아 넘어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길의 해답은 제가 지금까지 쓴 글들 속에 있습니다. 중앙집권의 권력이 분산화된 권력으로 나뉜 사회에서는 나를 구원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 그리고 바로 내 옆에 있는 친구들입니다. 내 스스로 내려놓고, 보다 영속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관심과 인정과 배려로써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것으로부터 변화는 시작될 것입니다. 그런 상호 호혜의 원칙을 따르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그들의 힘이 다시 함께 모여 우리 사회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진실된 공유의 공동체는 공유경제의 사상과 철학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고 투명하게 공개된 방식으로 운영되며 사람들의 힘을 한껏 모을 입니다.


다음 기사는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협력의 경제학에 대한 글입니다. 한 번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아 참조 링크 걸어둡니다.

"우리는 이렇게 살 필요가 없다, 헬조선의 경제학" (바로가기 링크)






본 글은 연재 형식으로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작성되었습니다. 여기 있는 내용들을 더 다듬고 짜임새있게 구성하여, 2017년 5월『이기심의 종말』로 출간되었습니다. 내용을 보시고 흥미가 동하신 분들은 아래 소개를 참조하시여 책을 구매해 보시면 더욱 알차고 최신화된 글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미래가 어찌 흘러가게 될지 궁금한 분들, 두루 넓은 영역의 시대상과 기본적인 원리를 살피고픈 분들,

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지금 바로 『이기심의 종말』을 만나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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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 https://goo.gl/gPqNDA

교보 - https://goo.gl/3hhkU7



<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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