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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표 Feb 01. 2016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게 아니다

숨을 쉬고 있나요? 당신은 이미 정치적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Goal Setting Theory


심리학 혹은 조직학에서 논의하는 Goal Setting Theory(목표설정 이론)의 세부 항목 중에는, 적절하지 않은 방식의 목표 설정 지침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달성될 수 있는 목표는 지양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공장에서 "무재해 OO일"이라는 목표를 설정하여 근로자들이 매 출근길마다 확인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주는 기법을 사용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근로자들은 해당 게시판을 보면서 "우리가 지금 무재해를 며칠 동안 달성하고 있구나."라는 정보를 통해 어떤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는 있겠지만, 실상 그것이 실제적으로 각 근로자들의 업무에서 안전사고를 줄여줄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닙니다. 늘 하던 대로 일을 하기만 하면 달성되는 목표일 뿐, 현 상태에서 더 발전된 행동을 이끌어내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주변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바탕으로 어떤 지표를 만들고, 그것에 의미를 두어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예를 들었던 "무재해 OO일"의 목표설정 기법을 포함하여, 매장에 방문한 손님들이 불평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서비스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석한다던지, 지금까지 아무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별 일이 없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실상 그 이면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현 상태에서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도 어렵고, 상황은 악화일로에 접어들고 있는데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간과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들이 습관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지표 삼아 사용하는 것은 그것이 참 편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 입맛에 맞게 상황을 해석하여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요.


한편, 우리가 매장을 방문한 손님의 입장이라고 가정하였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게 될까요? 서비스의 품질이 너무 맘에 들지 않지만, 가만히 있는다는 것으로 우리는 매장의 관리자에게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음"의 메시지를 던져주게 될 것입니다. 늘 하던 대로 일을 하는 것일 뿐인데, 공장의 오너에게 "무재해를 달성키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의 메시지를 주게 되겠지요. 만약 더 악질의 관리자라면 그것을 이용하여 마치 자신의 성과가 대단한양 포장하는 데에도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저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말입니다.




정치와 생활의 분리


요즘 사회는 정치는 특정인들만이 하는 것이라 치부하고, 그것과 무관한 자신만의 삶을 살려는 세태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수많은 추태에 실망하여 정치적 문제에 눈을 감고 멀리하려는 것이지요. 누가 우리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되든 상관없으니, 친구들과 당일치기 여행을 하는 보너스 데이로 사용합니다. 술자리에서 정치적 이슈를 꺼내 이야기하면, 정치 이야기를 해서 뭐 달라질 것이 있냐며 술맛이 떨어진다고 핀잔을 줍니다. 부정한 사회의 모습을 보고 청원을 하고 목소리를 드높여도 네 앞가림이나 잘하라는 투의 비아냥을 듣기 일쑤입니다.


얼마 전 브라질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 예선 결승에서 한국과 일본의 대결이 예정되어 있을 때, 우리나라 대표 황희찬 선수가 요즘 한창 달아오른 위안부 문제를 꺼내며 필승 다짐을 언급한 것이 크게 이슈가 되었습니다. 혹자는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의 문제라며 황 선수의 발언을 비판하였고, 일본에서도 이 기사가 주요 언론에 보도되며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었다고 비판하였습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는 정치적 언급을 해서 안된다는 규정이 있어서, 예전 런던올림픽에서 유도 동메달을 딴 박종우 선수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세리머니를 한 문제로 처벌을 받은 적도 있었지요.


물론 세계인의 화합을 다지는 취지의 올림픽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행동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IOC가 과연 정치적 중립을 내세우고 세계 화합과 평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집단인가요? 국가적 위신을 명분으로 누가 봐도 금메달이었던 김연아 선수가 러시아의 소트니코바에게 뒤쳐진 사건이라던지, 1988년 한국의 올림픽 개최가 미·소간 지속된 냉전체제에서 자본주의 진영의 화려한 성공신화가 되었던 일을 상기해본다면, 오히려 더 스포츠를 통한 정치적인 행위를 하는 것이 그들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가만히 있는다는 것 = 암묵적 동의를 하고 있다는 것


가장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스포츠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다른 영역의 일들은 어떠할까요? 극단적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한국의 국적을 갖고 출생신고가 되어있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정치적 행동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정치가와 행정가들은 인구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통계라던지, 어느 시/도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오고 가는 숫자를 가지고 성공과 실패를 판단합니다.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정책이 제대로 구현되었는지 확인하고 자신의 치적으로 삼을지 그러지 아니할지를 취사선택하지요.


주어진 시스템에 따라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고등학교에 졸업하는 것으로 이미 사회 시스템에 대한 암묵적 동의를 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사교육이 문제고 입시 위주의 경쟁 체제를 바꾸어야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개진되어도, 사람들이 시스템에 순응하여 여전히 거액의 사교육비가 지출되고 대입을 위해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상황은 바뀌어질 수 없는 것입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따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여도, 사람들은 그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지도 않은채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현실은 악화일로에 치닫고 있음에도 우리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으로, 누군가는 상황이 양호하게 잘 유지되어 있다고 왜곡하고 호도하며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이용합니다.


이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닌 이유입니다. 무인도에 떨어져서 아무도 찾지 않고 잊히지 않는 이상, 세상에 존재를 한다는 것만으로 그건 정치적 행동입니다. 나의 가만히 있음이 다른 사람에게는 정치적 이익으로 사용되고, 또 다른 보편적 대중에게는 현실적 피해로 이어짐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헌법에서 정치 참여를 의무로 명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생존 공동체와 도덕률의 관점에서 정치는 의무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나를 위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세워 행동하기를 부탁드립니다. 거기서부터 우리 사회의 변화는 시작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만 있는다면, 세상은 더욱 특정 소수의 이익만을 도모하기 위한 곳으로 변해갈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적 시장자본시스템에 의해 파편화-양극화된 사회,

한계비용 제로사회와 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줄 희망과 위기,

힘없는 개인은 혼돈의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첨단 기술 사회 속 우리는 어디에 서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교육, 역사, 미래기술 등 다양한 영역의 현상을 조망하고 원인을 분석하여, 순환의 가치관과 이타적 본성의 공동체의 탄생을 주문하는 『이기심의 종말』(부제: 당신은 어떤 내일을 꿈꾸십니까)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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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 원칙과 상식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하시는 분들,모두에게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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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목차 정보 >

1장. 우리 앞의 현실

1. 자본주의와 개인소유 사상
자본주의 / 블라인드 스팟 / 개인소유 사상
2. 개인소유 사상의 사회문화
생존과 투쟁, 공동체의 역사 / 한국의 공동체 해체 / 혼자가 될 때까지 / 경영과 노동 / 기업 조직 문화 / 교육 / 자녀 양육 / 국가 정치/ 경제 제도 / 학문과 문화 / 성 역할 갈등 / 이성 교제 / 행복
3.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개인편
경제 능력의 상실 / 직업의 귀천 / 실직과 사회 안전망 / 결혼, 출산, 경력단절 / 산업 구조의 변화 / 주거 불안정 / 자녀교육 / 질병, 사고, 장애 / 다시 일어설 기회가 없는 사회
4. 지속가능한 삶의 위기 - 사회편
빈부 격차, 소득 격차 / 청년 빈곤 / 저출산, 노령화 / 산업 성장의 정체 / 미래 인재의 부재 - 교육과 기업문화 / 필연적 불황과 전쟁 


2장. 선택의 시간

5. 순환, 지속가능한 삶의 가능성
개인의 위기, 사회의 위기 / 순환의 부재 / 기업 내 개인의 순환 / 기업 스스로의 순환 / 기업 밖에서의 개인의 순환 / 자본의 순환 / 직업 분배의 모순 / 직업의 가치, 개인의 가치, 사회적 효용 / 순환이 있는 사회
6. 공유경제와 한계비용 제로사회
공유경제의 역사 / 공유지의 희극, 인터넷 / 인터넷 + 자본주의 = 한계비용 제로사회 / 에너지 인터넷, 운송 인터넷 / 공유경제의 현재와 미래
7. 제4차 산업혁명과 위기의 미래
제4차 산업혁명 / 이제 기업과 노동자는 어떻게 돈을 벌지? /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 / 창의적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할까? 


3장. 미래를 여는 열쇠

8. 공유경제 시대의 사상들
협력적 공유주의자의 시대 / 망중립성, 오픈소스 운동가들 / 공유가 소유를 앞서 나가는 시대 / 공유가 가진 힘의 원천 / 공유경제 시대의 동반자들
9. 지속가능한 삶을 향한 의식적 연대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이들의 연대 협력의 필요성 / 기술의 진보, 연대의 가능성 / 중앙 집중화된 권력에서 분산된 권력으로 / 연대 협력의 장애물들
10. 개인소유 사상의 그림자
미래를 결정하는 것 / 자기포장, 위선, 성장 절대주의 / 배려와 공감이 없는 자기중심 사고 / 불신 / 물질만능주의와 소유욕
11. 개인에서 공동체로
내려놓기 / 보다 영속적인 가치 / 관심, 인정, 배려 / 공동체 의식의 확장 


4장. 우리가 꿈꾸는 세상

14. 우리가 꿈꾸는 세상
소유자, 생산자, 소비자가 하나 된 공유기업 / 생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 안전망 / 최소 지원(복지)의 기준 : 주거, 교육, 질병 /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에 특화된 직업 / 변화된 교육이 바꾸어갈 세상 / 제약적 가족 관계에서의 해방 / 여성에 대한 관념의 변화 / 여성, 남성이 아니라 개인으로 대접받는 사회 / 지속가능한 삶이 있는 사회
15. 우리를 넘어 세계를 향해
  페이비언 사회주의, 칼 폴라니, 제3의 길 /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 언어의 힘, 한민족의 정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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