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금 이순간 Apr 30. 2016

아프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 (1)

바보같이 일했던 결과. 남은건 아픈 몸뿐이였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하루였다.

언젠가부터 몸 컨디션이 안 좋았다.

아팠고 아팠고 아팠다.


출근 전 영어회화학원에 갔다가 출근해서 칼퇴는 하지만 병원을 들르거나

잠들기 전까지 일의 연장

외근을 나갈 때면 집에 가는 시간은 야속하게도 내가 잡을 수 없는 시계 바늘을 지켜볼 뿐이었다. 

평일에도 주말에도 나만의 시간은 없었다.

시도 때도 없는 전화에 차고 넘치는 일은 누군가와 밥 먹는 것조차 상대방에게 미안해서

피하기 시작했다.


몸도 마음도 하나하나 쌓아 올린 조각조각이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도망가면 지는 걸 알면서도.

지금껏 죽어라 고생한 게 물거품이 되는 걸 알면서도.

내가 살기 위해 그곳에서 나왔다.


나온 이 후 아침은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지만 떠진 눈을 의식하며 어색하게 멍하니 앉아있었다.

평소 바쁘게 지내온 나의 시계는 느려지기 시작했다.


쉬면 괜찮아질 줄 알았던 몸은 계속 안 좋았고 하루 일과 중 하나는 병원을 가던가 약을 챙겨 먹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이 터졌다.


그날따라 몸을 움직이기가 싫었다.

하루 종일 물만 먹었고 시간이 갈수록 복통이 너무 심해서 제대로 누울 수가 없었다.


밤 11시 

나는 혼자 나와서 택시를 잡아 응급실에 갔다.

택시에 내려서 정말 기어 다니다시피 움켜쥔 배를 잡고 응급실 접수를 할 때까지

그냥 주사 한방이면 괜찮겠지

처방해준 약 먹으면 괜찮겠지 

라는 바보 같은 생각으로 내 차례를 기다릴 뿐이었다.


처음 가본 응급실

처음 맞아본 링거

정신없는 사람들


아픈 게 서러울 틈 없이 찾아오는 통증은 나를 점점 주저 않게 만들었고

혼자인 게 서러울 찰나에 내 남자가 급히 달려왔다.


응급실에서 처방해주는 약은 정말 독한 걸로 해준다고 들었는데

내가 맞은 링거는 마약성분이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어떤 정신으로 검사를 받으러 다녔는지 모를 정도였고

어느새 나는 바로 입원해야 한다는 설명과 함께 일반병실에 누워있었다.


나는 살면서 처음 맞아본 주렁주렁 달린 링거들을 보며

저렇게 많은 양의 약이 들어가는데 누울 수없이 아픈 몸을 원망하며

나의 작은 움직임에도 놀라는 남자친구에게 미안해하며

몇 시간 후 부모님께 어떻게 말해야 할지 한숨 쉬며

정신없는 몇 시간을 보냈다.


부모님은 놀라셨지만 별다르지 않은 거라 여기셨고

나도 그랬다.

물도 먹으면 안 되는 금식을 해야 한다고 했고 그 기한은 끝없었다.


그러다 나는 쓰러졌고

그 이후 약 5일 동안 나는 기억을 잃었고

눈을 떴을 땐 바깥세상 빛한점없는 중환자실에 누워있었다.




이렇게 나의 세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