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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 이순간 May 08. 2016

아프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 (3)

아프지 말자.





나는 생각보다 병원생활이 괜찮았다.


평일 주말 할 거 없이 노이로제 걸려버린 쏟아지는 수십 통의 전화 벨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었고

점심도 일과 시간에 쫓겨 김밥으로 때우지 않아도 되었고

점심시간 십 분이라도 부족한 잠을 채우려 책상에 엎드려 쪽잠을 자지 않아도 됐다.


바보같이 떠않고 일한 벌로 몸은 아팠지만

시간이라는 약을 써야 했지만

여유라는 사탕을 받았다.



여유라는 사탕은 참 오묘한 게

생각도 많아지게 하고

참을성도 많아지게 한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을 잘 안 하는 미련함도 조금은 사라졌다.


나는 언제쯤 퇴원..?이라는 기약조차 없었기 때문에

조바 심 없이 

정해진 일과 속에 익숙해졌다.





소변줄을 보고 기겁하며 이걸 어떻게 가지고 다니지.. 하며 온갖 복잡한 생각을 하던 나는

어느새 양 옆구리에 관을 뚫어서 염증이 나오는 줄을 두 개나 더 얻게 되었고

관을 뚫는 시술의 아픔 덕에 복잡한 생각을 안 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보기만 해도 아파 보이는 쇄골쯤에 있는 관은 의식이 없을 때 시술을 한 상태였다.

그 관을 통해 이틀에 한 번씩 4시간 동안 투석을 받았다.

투석을 받고 나면 컨디션이 다운되고 살이 더 빠지곤 했다.

하루에 4킬로까지 빠진 적도 있었다..



몸이 아프다 보니 참느라 말을 안 하거나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고 나면

병간호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

환자는 환자니까 누워서 치료를 받는 거지만 보호자는 환자 옆에서 벌서고

잠도 그 좁고 불편한 침대에서 쪽잠 자듯이 자야 하니.. 몸이 성할 리가 있나.. 

이걸 알면서도

괜히 짜증내서 미안한 마음에 마음까지 불편해지곤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도달하는 생각은 마미밖에 없구나. 가족밖에 없구나. 오빠밖에 없구나.

내가 항상 1순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지만

아프고 나니 정말 가족의 소중함이란 말로 표현 못한다.

가슴까지 찡하게 올라오는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아프고 나서 절실히 깨달은 것

부모보다 더 아프지 말자.

이보다 더한 불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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