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일은 무엇인가?
글을 쓰는 행위를 하는 것이 실로 오랜 만이다.
어렵지는 않지만 귀찮고 자꾸만 미루게 되는 서류작성을 겨우 붙들고 해보려다가
노트북을 바꾼 탓에 프로그램을 새로 다운받고 세팅 하다보니 시간이 걸리고 하기 싫어지는 마음이 든다.
급기야 미비한 서류가 발견되고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다는 마음에 짜증이 솟구치지만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왠지 마음 한구석에서 나도 모르게 야호~를 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참을 안쓰고 안읽고, 안물 안궁으로 멈춰있던 것이 1년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면서는 글을 쓰는 것이 숙제처럼 와서 의무로 이행되던 것들이 그나마 부담스러웠다.
주제를 생각해야 하고 일주일 이내에 써올려야 한다는 나름의 규칙을 세워서 몇 개를 쓰다보니
왜 쓰는지 이유가 애매해졌다.
누군가가 읽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쓰다보니 읽어줄 이가 없는 것이 쓸쓸했을지도 모른다.
쓸쓸함, 외로움, 나를 몰라주는 것 이것을 느끼기 싫어서 괜히 바쁘다는 둥~ 여러가지 변명거리들을 만들어서
잃어버린 듯, 잊어버린 듯 글쓰기를 놓았다.
그러다 문득 오늘 드디어 써보고 있는 이유는 그냥 긁적거려서이다.
딱히 주제도 없지만 그냥 지금의 상태를 풀어보고 싶었고 나름 살아있다는 것을 느껴보고 싶었다.
매번은 아니지만 어쩌다 쓰다보면 내가 싱싱해지는 것 같았고 무가치하지 않다는 고양감을 느끼기도 한다.
어쩌면 일종의 중독일지도 모른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중독아닌 것이 있나?
좋아하는 반찬, 좋아하는 빵, 좋아하는 옷, 좋아하는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글쓰기등등
자신도 모르게 습관처럼 되어 버린 일상들과 거기에 따르는 당연히 옳다고 여겨지는 생각들,
그것들이 나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물들이지만 나는 아니다.
사실 빵을 안먹어도 오늘 그 옷을 안입어도, 그 사람을 보지 않아도 나는 살 수 있다.
사는데 처음은 약간 불편하겠지만 필요에 따라 다른 구성물로 옮겨갈 수 있는 것이 나이다.
쓰는 것이 존재 자체 였고 삶 자체는 아니며 그리 절실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나의 시에 눈물을 흘리지만 그 눈물 자체가 될 수는 없었다.
어쩌면 그렇게 될까봐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절실한 것, 온통 세상을 가슴에 담아내는 것은 부담스러움을 넘어 두려운 일이다.
그러다 내가 없어질지도 모르니까
그저 적절히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는 거리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닌
딱 그 정도가 나의 글이고 삶의 거리이다.
문득 어느 날 가슴이 긁적거리면, 글을 긁적거리는 것이 나의 글쓰기이고
그래서 가끔은 시무룩해져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나에게 글이었나보다.
씁쓸하지만 문득 우연히 돌아보는 날이다.
거리의 거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