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뉴욕 여행을 계획한다면
언젠가 한 번은 뉴욕을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잡지를 보면서 어렴풋하게 꿈꿔왔던 여행지이지만 대학교 때 처음 해외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왠지 미국은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채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올해 거주지를 캐나다 동부로 옮기면서 뉴욕이 가까워졌다. 비행기로 90분, 차로 9시간. 곧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남자 친구의 출장으로 정말 기회가 생겼다. 2021년 8월 8일 일요일 오후, 드디어 뉴욕에 도착했다.
해외 출국이기에 출국 3일 전 캐나다에서 약 $200을 지불하고 코로나 PCR 검사를 했고, 코로나 백신 2차 접종 확인서를 여러 장 프린트해서 챙겨 왔다. 곧 뉴욕에서는 실내 활동 시 코로나 백신 접종 확인서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만 식당, 커피숍 내부에서 취식이 가능한 이 뉴욕시 정책은 8월 17일부터 점차적으로 시작돼서 9월 13일부터는 모든 건물에서 의무가 된다. 백신 확인서는 당연히 영문이어야 하고, 미국에서 인정하는 백신이어야 한다. 다만 13세 미만에게는 해당되지 않으며, 입국과 실외 활동에는 아무 제약이 없다. 현재 뉴욕은 전체 인구의 약 67%가 2차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 반, 쓰지 않은 사람들이 반이다.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은 본인의 선택이 되었다. 특별히 조심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는데, 썼다고 해서 보균자로 오해받거나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는 않는다. 실내에서는 건물별 규정이 별도로 있고, 식당은 노 마스크 종업원들이 많다. 관광지는 다시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코로나 전보다는 확실히 적은 편이라고 하지만, 도로마다 택시에서 캐리어를 내리는 여행자들이 보인다.
이번 글은 뉴욕을 처음 여행하면서 숙소, 지하철, 여행지에 관해 알게 된 것들을 브런치에 정보 위주로 남겨보려고 한다. 포털 사이트에서 찾은 대부분의 정보들이 코로나 전에 업로드된 것들이라, 다른 정보들 때문에 초반에 고생을 조금 했다. 많은 것들이 달라졌고, 슬프게도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올해 9월 중순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1. 숙소
호텔은 예전보다는 확실히 저렴하고 예약이 쉽다. 나는 맨해튼 미드 타운에 있는 체인 호텔을 예약했다. 호텔 방은 퀸 사이즈 침대 주위로 발을 디딜 곳이 많지 않은 작은 방이다. 타임스퀘어 바로 옆이라 관광객들이 많지만 늦은 밤이나 새벽에 시끄럽지는 않다. 위치적 장점은 여러 관광지의 중심이기 때문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 많고, 하루 중 아무 때나 호텔에 들려서 짐을 놓는다거나, 잠깐 쉬는 것이 가능하다. 야경을 보고 나서도 쉽게 집에 갈 수 있는 것이 좋았다. 한인 민박의 경우 맨해튼 시내에 있는 곳들은 다 문을 닫았고, 롱 아일랜드에 한 두 군데만 남아있다고 한다.
2. 유심
유심으로 고생을 조금 했다. 예전에 미국 서부를 여행할 때 캐나다 내에 있는 드럭 스토어에서 미국용 유심을 구매해서 갔었는데, 가격은 저렴했지만 데이터가 너무 느려서 거의 이용을 하지 못했었다. 이번에는 현지에서 구매하려는 생각으로 일단 뉴욕으로 왔다. 호텔 근처에 CVS나 세븐 일레븐을 가봤는데 생각보다 유심을 파는 곳이 없었다. Target에서 구할 수 있었는데, 종류가 몇 개 남아있지 않아서 처음에는 H20유심을 구매했다. 유심 가격은 $1이었고, 온라인에서 선불 요금제를 결제하고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개통을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하니 해외 신용카드 결제가 불가능했다. 주소지 입력에 미국 주소밖에 입력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나는 카드사에 등록된 미국 주소가 없기 때문이다. 외국은 인터넷으로 카드 결제 시 항상 집주소를 입력해야 하는데, 그 주소가 카드사에 등록된 주소와 일치하지 않을 시 결제가 진행되지 않는다. 페이팔 옵션이 없었고, 유심 회사에 전화해 문의를 하니 상점에서 선불카드를 사야 한다고 했다. 다음날 Best buy 여러 곳을 돌았는데, 그 회사에서 나온 선불카드는 모두 품절이었다. 15GB에 $30이라는 가장 저렴한 플랜이 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가장 유명한 통신회사 중 하나인 Verizon 유심을 $10에 다시 구매하게 되었고, 5GB에 $40인 선불요금제로 최종 개통을 했다. 중간에 Best buy 직원의 실수로 Verizon 매장과 Best buy를 각각 두세 번씩 왔다 갔다 하며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을 겪었는데, 외국인들 일처리에 단련된 해외 거주자가 아니었다면 열불 났을 일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뉴욕에 있는 한인 여행사들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유심과 선불요금제를 판매한다고 한다. 이런 일이 익숙하지 않으시다면 여행사 사무실에 방문해서 유심 구매 및 핸드폰 삽입을 모두 현장에서 도움받아 하기를 추천한다. 힘들게 현지에서 얻은 유심은 문자도 잘 가고, 데이터가 정말 빨랐다.
3. 지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맨해튼은 세로로 길쭉한 섬이다. 대략 섬을 3 등분해서 윗부분이 uptown, 가운데 부분이 midtown, 아래 부분이 downtown이다. 업타운에는 센트럴 파크와 구겐하임, 메트로폴리탄 등의 뮤지엄이, 미드타운에는 타임스퀘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백화점 등이, 다운타운에는 소호, 월 스트리트가 있다. 오른쪽 하단에 브루클린으로 넘어가는 브릿지가 있고, 브루클린이 시작되는 곳부터 퀸즈, 플러싱을 아우르는 커다란 롱 아일랜드가 있다. 맨해튼 중심부로 갈수록 가로는 Street, 세로는 Avenue인 경우가 많은데, 이걸 알아두면 길 찾기가 쉽다. 나는 개인적으로 장소를 찾을 때, 지도 어플에서 그곳이 몇 st과 몇 ave에 있는지 확인하고 길을 따라 올라간다. 핸드폰을 계속 손에 쥐고 걷는 것은 시야가 분산돼 위험하기도 하고, 걸어가는 동안 아무 풍경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숫자가 있는 도로의 경우 다운타운에서부터 가로로 st이 시작되는데 가장 하단 부분이 1st, 그 위부분이 2st 이렇게 쭉 올라가서 업타운에서 190st 후반으로 끝난다. Ave는 오른쪽에서 1 ave가 시작돼서 왼쪽으로 갈수록 숫자가 높아진다. 현재 있는 곳에서 한 블록 높은 st과 ave로 가려면 도로명 표지판을 마주 보고 왼쪽으로 가서 위로 올라가면 된다. 참고로 오른쪽은 East(동부), 왼쪽은 West(서부)로 나눠져 있다.
4. 지하철
뉴욕 지하철에 대한 괴담을 많이 들어서 처음에는 타기가 조금 꺼려졌다. 더러운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무서운 사람들이 있을까 봐 며칠은 걸어 다니다가 처음 주간 패스를 끊었다. 패스는 $33에 횟수 상관없이 무제한 이용하는 것과, 충전식으로 $20~$27 정도를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한번 이용 시마다 $2.75가 차감되는 옵션이 있었다. 큰 지하철역들은 서울역처럼 굉장히 길고 여러 라인으로 나눠져 있다. 한 승차장에 여러 라인이 도착하는 시스템이라 승차 시 열차를 잘 확인해야 한다. 출구는 보통 북쪽(N)과 남쪽(S)으로 분류되어있다. 가장 궁금했던 에어컨은 열차에 따라 세기가 다르지만 모든 열차에서 나왔다! 기본적으로 모든 시간대에 이용 인구가 많지 않아서 거리 유지를 하면서 좌석에 앉을 수 있다. 역 안내 방송이 굉장히 간단하게 나와서 당황했는데, 신식 열차들은 전광판이 있어서 하차역 확인이 쉬웠다. 아닌 열차의 경우 구글 맵을 이용 했다. 간혹 이상한 분들이 타고 계시기도 하지만 위협이 되는 정도는 아니었고, 더러운 정도는 2011년에 가서 봤던 파리 지하철 역과 비슷한 것 같다. 노선이 롱아일랜드 끝까지 있어서 멀리까지 지하철로 이용이 가능하다. 대중교통 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원칙이지만, 따로 규제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5. 자전거
따릉이처럼 시에서 운영하는 City bike가 곳곳에 있어서 센트럴 파크 혹은 맨해튼 전체를 구경할 때 이용하면 좋다. 기계에서 현금을 넣고도 이용이 가능하지만, Lyft앱이 있다면 바로 이용도 가능하다. 앱을 켜고 자전거에 부착된 QR코드를 찍기만 하면 된다. 요금은 일반 자전거와 전기 자전거가 상이한데, 일반 자전거는 하루 종일 대여가 $15이다. 전기 자전거는 기본요금 $3.5, 10분당 $0.18이다. 한 시간 반 조금 넘게 탔는데 총 $31이 결제됐다.
6. Smartpass
여러 관광지 입장권을 묶어서 $10-20 정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Smartpass가 있다. 나는 한국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패스를 현장 방문해서 구매했다. 네이버에서 찾아서 구매하려니 한국과의 시차 때문인지 당일권 구매가 되지 않았다. 구매 시 모든 입장권을 사용날짜를 입력해야 하는데, 나는 일정이 정해지지 않는 것이 있어서 여행사 분과 이야기를 해서 나중에 카톡으로 사용날짜를 알려드리면 주문을 넣어주시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었다. 입장권을 미리 산 이유는 줄을 서서 입장권을 구매하지 않기 위해서가 크고 사실 할인율은 광고와 달리 그렇게 크지 않다. 입장권은 이메일로 QR코드를 보내주고, 도착해서 '티켓 소지자' 안내 방향으로 바로 들어가면 된다. 패스로 선택한 것 중에 우드버리 아울렛 버스 티켓이 있었는데, 코로나 전에는 여행사에서 수령해야 했던 것이 지금은 버스 매표소 수령으로 바뀌었고, 아울렛 쿠폰북도 사라졌다.
다음 글에서는 가장 좋았던 장소 몇 곳을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