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느낀 작은 감동을 공유합니다
아침 출근길, 버스에 올라타면 운전기사가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면서 간단한 눈인사를 건넨다. 내가 "Hi 혹은 Morning"이라고 인사하며 교통카드를 찍으면 "Thank you"라고 대답해준다. 내릴 때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운전기사를 향해 "Thank you (Driver)"라고 크게 외친다. 밴쿠버에 살면서 새로 배운 버스를 타고 내리는 방법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돈을 내고 이용하는 서비스라도, 그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감사 인사를 표현한다. 버스 정류장에 유모차나 휠체어를 동반한 승객이 있으면 그들이 먼저 승차할 수 있게 모두가 순서를 양보한다. 버스 앞문에는 계단 대신 길게 펴지고 접히는 이동판이 있어서 교통약자들도 편리하게 승하차가 가능하다. 이들이 버스에 오르면 버스 앞자리에 앉아있던 남녀노소가 벌떡 일어나 자리를 만들어주고, 승차에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무도 빨리 가자고 재촉하거나 불평하지 않는다. 하차할 때는 주변에 있는 승객이 '유모차가 내린다'라고 외쳐주면 운전기사가 승차 때와 마찬가지로 이동판을 내려주고 모두가 조용히 이들의 하차를 기다린다. 생각해보면 대중교통은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게 맞다.
내가 버스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버스의 앞부분에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거치대가 있어서 자전거로 먼 거리를 가다가 지치면 자전거와 함께 버스를 타면 된다. 어린 여자아이들도 자전거를 번쩍 들어 올려 거치대에 올리고 고정시킨 후 버스를 타곤 하는데, 혹시 처음이라 혼자 하는 게 어렵다면 버스 기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그는 기꺼이 버스에서 내려 자전거를 실는 것을 도와준다.
일하는 직장이 집과 멀지 않아 교통비를 아낄 겸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사실 버스 스케줄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서기도 했다. 안전을 위해 헬맷을 사고 어두울 때 킬 수 있는 전등을 달았다. 주택가에 위치한 우리 집 앞 도로는 자전거 우선 도로이다. 도로 가운데를 여유롭게 달리다 앞뒤로 차를 만나도 먼저 가는 순위가 나에게 있다. 천천히 가고 싶으면 멈춰 서서 손짓으로 먼저 가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렇게 도로를 쭉 달려 사거리에 도착하면 길을 건너기 위해 버튼을 누른다. 자전거 운전자들이 도로를 건너기 위해 만들어진 신호이다.
사람들의 자전거에 연결된 작은 수레에는 파머스 마켓에서 산 음식이나 재활용품, 공공 도서관에서 빌린 몇십 권의 책이 들어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이들이 타고 있기도 한다.
도로에 커다란 상자 배낭을 멘 사람들이 보이면 그들은 음식 배달을 하는 중이다. 자전거만 있어도 배달앱 기사가 될 수 있다. 도심에서 배달을 할 때는 도로 양옆에 있는 자전거 전용 차선을 이용하고, 필요하면 자전거를 가지고 Skytrain(지상철)도 탄다.
당연히 거의 모든 건물 앞, 공원 입구, 도로 군데군데에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개인 락을 가지고 다니면서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시간만큼 주차하면 된다.
심지어 일부 Skytrain역 앞에는 자전거 주차장이 있다. 집이 역과 먼 사람들, 갑자기 일정이 바뀐 사람들이 편리하게 시간당 비용을 내고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다.
여행을 하며 자전거를 많이 타는 도시들은 보았지만 이렇게 자전거에 친절한 도시는 처음이다. 밴쿠버의 공기가 좋은 데는 전기로 운행되는 친환경 전기버스의 영향도 있겠지만, 자전거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 덕이 더 클 것이다.
p.s 종종 버스에서 내려 전선 고리를 다시 연결하는 운전기사들을 볼 수 있다. 전기버스의 연결고리는 갑자기 빠지기도, 버스는 지연되는 게 일상이다. 어딘가를 편리하게 갈 수는 있지만, 빨리 가지는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느리게 것에 익숙하다.